• 최종편집 2024-04-08(월)
 
  • 양효정 면채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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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면 생각나는 음식, 밀면. 

시원한 육수와 찰랑찰랑 쫄깃한 면발로 사랑받는 부산 향토음식, 밀면의 새로운 변신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 있다.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건강한 오곡(五穀)의 영양을 가득 담은 면채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23 부산의 맛’, ‘부산시 향토음식점’, ‘위생등급-매우 우수 음식점’으로 지정된 외식명가, 면채움의 이야기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 밀면은 6.25 전쟁 이후 구호품으로 한국에 전해진 밀가루와 깊은 인연이 있는 음식이다.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냉면을 그리워한 피난민들이 당시에 구호품으로 구하기 쉬운 밀가루를 섞어 냉면을 만들면서 밀가루 냉면, 즉 밀면이 탄생했다. 냉면보다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밀면은 금세 인기를 얻었고 1970~80년대 대중매체를 통해 ‘부산 향토음식’으로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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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부산에서 나고 자란 양효정 대표는 밀가루 대신 몸에 좋은 오곡으로 밀면을 만들어 사업화에 성공한 사람이다. 10년 차 베테랑 외식경영인이 그녀는 2014년,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오곡밀면전문점, 면채움을 열었다. 건강한 밀면을 지향하는 면채움은 밀면 맛을 제대로 아는 부산 토박이들이 인정하는 맛집이다. 본점에 인기에 힘입어 현재 부산 사직점, 화명점 등이 성업 중이다. 


“물론 곡물 중에서는 밀이 가장 맛있죠. 하지만 영양을 생각한다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건강한 밀면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했어요. 그러다 정월 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국내산 현미, 흑미, 백미, 보리, 수수를 곱게 빻아 반죽을 숙성한 뒤 매일 신선한 면을 직접 뽑아내고 있어요. 직접 오곡을 빻아 반죽을 숙성한 뒤 매일 신선한 면을 뽑아내는 일이 수고롭지만, ‘음식은 힘들게 만들수록 먹는 사람의 입이 즐겁다’라고 생각해요(웃음).”


구수한 곡물 향이 묻어나는 찰랑찰랑 면발. 쫄깃쫄깃한 식감과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구수한 맛이 별미다.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를 한 모금 마시면 뼛속까지 시원한 청량함과 깊은 감칠맛에 금세 입맛이 돈다. 담백한 고기, 향긋한 오이, 시원한 배, 곱게 채 썬 계란지단과 함께 먹으면 그 풍미가 배가된다. 갖은 채소와 과일을 듬뿍 갈아 넣은 양념장은 먹으면 먹을수록 당기는 부산의 맛. 밀면의 품격 있는 변신이다. 


“국내산 한우 사골, 엄선한 한약재, 싱싱한 채소를 넣어 48시간 동안 천천히 우려낸 육수를 써요. 까다로운 조리과정을 거쳐 천천히 우려냈기에 청량하고 감칠맛 도는 육수 맛을 낼 수 있죠. 모든 재료의 맛이 제대로 우러나고 서로 조화를 이루려면 짧은 시간에 가벼운 노력만으로 절대 완성되지 않습니다. 한겨울에도 불 조절을 위해 꼬박 밤을 새워야 하죠. 육수가 완성될 때쯤이면 손발이 꽁꽁 얼어붙곤 해요. 하지만 손님들이 맛있게 드신다면 저는 전혀 고생스럽지가 않아요. 면채움의 육수에는 48시간의 정성이 담겼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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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한 양효정 대표는 맛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본점의 인기에 힘입어 여기저기에서 가맹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안정적인 맛을 내기 위해 신중한 입장이다. “전라남도 신안 천일염을 매년 2~300포씩 사서 2~3년간 간수를 빼서 써요. 매일 아침, 식중독을 예방하고 안정적인 맛을 내기 위해 밀면을 직접 맛봐요. 양념장도 신선한 재료를 듬뿍 넣어 직접 만들어 숙성시켜 쓰기 때문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에요. 이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가맹 문의가 많아도 안정적인 맛을 위해 가맹점 개설에 신중한 편이에요. 가맹점 개수를 늘리기보다 본점의 철학과 정신을 이어나갈 점주들과 더불어 상생, 발전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매장 한편, 붓글씨로 새겨진 ‘락식득복(樂食得福) : 즐겁게 먹으면 복이 온다’라는 문구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단골이셨던 노(老) 기자님이 계셨어요. 그 손님은 언제나 저희 밀면을 맛있게 잡수시곤 항상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죠. 각별한 애정을 가지셨던 그 손님이 붓글씨로 ‘락식득복(樂食得福) : 즐겁게 먹으면 복이 온다’라는 문구를 써 주셨어요. 매장 한편에 액자를 걸어두고 ‘손님들에게 복되는 음식을 만들겠다’라는 초심(初心)을 다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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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한편, 붓글씨로 새겨진 ‘락식득복(樂食得福)’

 

 

그녀의 손님을 향한 마음은 각별하다. 음식을 만들 때는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손님을 대할 때는 살뜰한 정(情)을 준다. 20대부터 장사를 하면서 오로지 가슴에 품어온 말은 한마디, 바로 ‘상즉인(商卽人)’이다. “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말을 늘 가슴속에 새겨왔어요. 음식 장사가 힘들어도 ‘여기가 제일 맛있다’라며 손님을 데리고 오는 쾌활한 아주머니, ‘할아버지 제사상에 올리고 싶은 추억의 음식’이라며 감사의 편지를 적은 착한 여고생, 언제나 함께 울고 웃어온 단골손님들이 있어서 늘 힘이 납니다.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내 가족이 먹는다’라는 마음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겠습니다(웃음).”


남편, 신무종 대표와 슬하에 아들을 둔 워킹맘인 그녀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안동 헛제삿밥에서 영감을 얻은 ‘수육 비빔면’, 저온 숙성 비법 특제 양념으로 맛을 낸 ‘정성갈비 구이’ 등 참신한 메뉴를 개발해 내놓고 있다. 부산 구서동 본점과 함께 사직점, 화명점 등 가맹점들과 함께 성공의 길을 만들고 있다.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사회 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평소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전해왔다. 세이브더칠드런에 정기 후원을 하는 등 사회 소외계층에 따뜻한 관심을 가져왔다. 한편, 동물을 사랑하는 그녀는 케어 테이커(고양이를 돌보는 시민)로 길고양이 쉼터를 후원하고 길고양이 중성화 지원, 동물 보호소 사료, 케이지 후원 등을 하고 있다. “아직도 길고양이 번식을 우려해 고양이를 학대하거나 케어 테이커들을 위협하는 등 사회적인 갈등이 많아요. 길고양이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중성화 지원이 우선돼야 합니다. 고양이 중성화는 한 번에 18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요. 케어 테이커들이 자비로 중성화 비용을 후원하면서 활동하는 이유는 동물과 사람이 공생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함입니다. 동물 학대는 엄연한 불법행위이죠. 앞으로 동물 보호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와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2023 부산의 맛’ 선정으로 그간의 노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부산시 향토음식점’, ‘위생등급-매우 우수 업소’ 등으로 선정되며 부산을 대표하는 외식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양효정 대표는 “손님들과 정을 나누는 맛집, 부산 향토음식 밀면을 알리는 부산 대표 외식 명소를 만들어나가겠다”라는 힘찬 포부를 전했다.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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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 밀면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wp@weeklypeople.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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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부산의 맛」 선정, 오곡의 영양을 꽉 채운 건강한 밀면 _ 면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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