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 장인정신 녹아난 히츠마 부시(민물장어 덮밥)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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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북구 화명동, 슌사이쿠보가 ‘미쉐린 가이드 2024 부산’ 빕 구르망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미쉐린 가이드는 2월 22일 해운대 시그니엘 부산에서 한국의 새로운 미식 명소를 담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4’를 발표했다. 이번 2024 에디션은 2017년 서울 편을 처음 발간한 뒤 한국 2대 도시이자 미식 문화를 발전시켜온 부산이 첫 발간도시로 합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미쉐린 가이드 부산 첫 발간에는 총 43곳의 레스토랑이 미쉐린 가이드에 합류했다. 여기에는 3곳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15곳의 빕 구르망 레스토랑이 포함됐다. 대중의 관심은 고급 레스토랑보다 ‘빕 구르망(4만5000원 이하로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쏠렸다. 이번에 선정된 슌사이쿠보는 일본에서 수학한 이재욱 셰프가 선보이는 특별한 히츠마 부시(민물장어 덮밥) 맛집이다. 주간인물은 장인정신으로 지역의 미식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는 이재욱 오너셰프의 이야기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이재욱 셰프는 장인정신이 빛나는 사람이다. 동의대학교 외식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오사카, 미쉐린 1스타 식당인 ‘스시 도코로 쿠로스기’를 비롯해 일본 현지에서 10여 년의 경력을 쌓았다. “아버지 월급날, 가족들이 함께 외식하는 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그렇게 외식경영인의  꿈을 갖게 되었고 사업의 본질인 요리를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외식경영을 전공하고 대학생 때부터 다양한 사업장에서 일하며 폭넓은 경험을 쌓았고 졸업 후에는 프랜차이즈 회사의 슈퍼바이저로 일하는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세계 각국의 호텔, 크루즈 등에 조리인력을 파견하는 기업에서 일하면서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매니저와 셰프들과 교분을 쌓았죠. 그러던 중 알게 된 한 매니저분이 ‘미식 문화가 앞선 일본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하셨어요. 때마침, 제 내면에 요리에 깊이를 더하고 싶은 갈망이 컸던 터라, 그 길로 일본으로 떠났죠.” 


유명 스시야에서 일하며 전통 일식을 배웠다. 실력을 쌓은 그는 귀국 후, 2018년 부산 북구 화명동에 ‘슌사이쿠보’를 열었다. 처음에는 일식당으로 문을 연 이곳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젊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젊은 손님들이 점점 이곳을 찾으면서 점차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손님들도 늘었다. “맛있게 드시고 돌아간 손님들이 나중에 부모님을 모시고 많이 오셨어요. 바다가 가까운 부산의 특성상, 횟집 활어회 문화에 익숙한 중·장년 손님들의 입맛까지 완벽하게 만족시키기는 어렵더라고요. 원래 코스의 식사메뉴로 민물장어 덮밥을 내놓았는데, 이 메뉴는 남녀노소 누구나 호불호 없이 항상 인기가 있었어요. 오마카세보다 보양식이자 외식 메뉴로 장어를 선호하는 현지의 입맛을 반영해, 민물장어 덮밥 전문점으로 업장을 리뉴얼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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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츠마 부시(민물장어 덮밥)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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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하나 특제 간장 소스를 발라 숯불에 구워내는 정성이 맛을 만든다

 

 

이곳은 일본 나고야의 향토 음식 ‘히츠마 부시(민물장어 덮밥)’로 더 유명해졌다. 예로부터 민물장어는 일본과 한국에서 보양식으로 널리 사랑받아온 식재료다. 한국에서는 주로 민물장어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굽거나 소금구이로 먹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슌사이쿠보’는 일본식 요리법을 따랐다. “일본에서 장어요리는 크게 나고야를 중심으로 하는 ‘관서식’과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관동식’으로 나눠요. 관서식은 원물을 있는 그대로 구워내는 방식이고, 관동식은 장어를 쪄서 구워내는 방식이에요. 두 가지의 장점을 다 모아 저만의 방식으로 장어를 요리해내고 있어요.”


이곳은 최고급 생물 풍천장어(자포니카종)를 사용한다. 비늘을 제거한 민물장어를 뜨거운 김에 찐 뒤, 5년 이상 숙성한 특제 간장 소스를 겹겹이 발라가며 숯불에 구워낸다. 흙내와 비린내는 없애고 부드러운 식감과 불향을 살리는 비법이다. 이재욱 대표는 “장어가 밥알과 따로 놀지 않고 동일한 식감을 내도록 조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소금과 누룩 등에 2주 이상 발효한 채소 절임, 계란찜 등 밑반찬 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진다. 술안주로 내는 고등어 초절임(시메사바)도 별미다.


그는 일본인 아내(아야 씨)와 슬하에 아들(유아)를 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울 때도 뚝심 있는 한우물 경영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을 만들었다. 1년 365일을 하루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음식은 정성이라고 했는가. 일일이 장어의 점액질과 비늘을 떼고 직접 손질해 숯불에 구워내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손님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대접하려는 그에게서 장인정신이 보인다. 새로운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이곳은 부산 첫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빕 구르망 레스토랑으로 선정되고 기뻤어요(웃음). 내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지향하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서였죠. 또한, 해운대, 광안리 등 부산 주요 관광지가 많아 미식 문화에 있어 개방적인 동부산과 달리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서부산에서 유일하게 첫 업장으로 선정됐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미쉐린 가이드를 보고 찾을 외국인들에게 부산의 맛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앞으로 미쉐린 가이드 부산 빕 구르망 레스토랑으로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해나가겠습니다!”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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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wp@weeklypeople.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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빕 구르망 레스토랑 선정! ‘미쉐린 가이드 2024 부산’ - 이재욱 슌사이쿠보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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