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건축가는 사람들의 삶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건축가가 그리는 그 곳에서의 삶의 시나리오대로 사람들의 삶은 변화하는데, 짧게는 10년 길게는 100년의 미래를 그리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건축가들의 시나리오대로 어쩌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손문孫文은 그런 건축가의 시야를 공부하며, 동시에 그의 삶을 그리는 훈련을 해왔다. 처음 유학을 떠난 시점부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매일 밤 자기 전에 하며 잠에 들었다. 그리고 15년이 흐른 지금, 축적된 그 묵상과 기록들을 조심스레 용기 내어 책으로 펼쳐내고자 한다. 공간의 변화에 따라 세상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디자인하는 관전자이자 플레이어로서 세계를 향한 그의 삶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해보았다. _우호경 취재본부장, 주정아 기자


‘갈라진 두 길이 있었지.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네’ 
                                                                                                                        - 로버스 프로스트

손문孫文은 안정적인 한국에서 학교생활을 하다 로버스 프로스트의 명언처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 이 세상을 변화시킨 탁월한 사람처럼 되고자 하는 꿈을 품고 첫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결심한 뒤로 직접 경험한 것을 정리하며 교훈으로 삼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날마다 기록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으며, 기록하는 이유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가장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였단다. “그때부터 생긴 세 가지 습관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매일 아침, 성경 한 구절을 읽고 기도 제목을 갖고 기도하는 것. 두 번째는, 매일 아침 이뤄야 할 작은 성취리스트를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는 자기 전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성과와 그날의 삶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었지요. 16살 때부터 시작한 습관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지키고 있습니다.” 매번 기도 제목에는 변화가 생겼고, 하나를 이루면 습관이 되어서 삶의 기준이 되는 삶의 태도가 됐다. 그는 “습관은 끊임없이 정리하고 비워내는 것이며 더 나은 내일의 가능성은 어제의 부족함을 과감하게 잘라낼 때 비로소 생긴다” 며 웃어보였다.


▲ 2019 프랑스 파리 그랑제콜 발드센, 르 프레누아 예술학교 전시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늘 얘기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아들아, 젊은 날의 아름다움은 좀 더 짙고 깊은 경험을 하는 것,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야’라구요. 그 교훈을 오늘까지도 늘 마음에 새기고 있어요. 그것을 위해 조금 일찍 다른 길을 선택했고, 한 곳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달성하면 안주하지 않고 또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날 수 있었습니다. 성경에 이런 삶을 산 바울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이후, 그의 가르침과 복음을 전하기 위해 새로운 땅에 교회를 세우고 말씀을 전했던 그는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며 자신의 소명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곳에 나아가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개척자였지요. 새로운 곳에 나아가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변화되고 성장할 나의 미래를 상상하고 10년 뒤 나의 꿈을 이룬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설렙니다(웃음).”

건축가라는 직업을 통해 손문孫文이 그의 생애 소명을 이루겠다고 깨닫게 된 시기는, 미국과 중국을 경험하고 한국에 돌아와 교회 수련회에서 기도를 하는 중이었다. 기도는 어린나이에 미국이라는 큰 대륙으로 나가 도전의 여정을 시작했을 때부터 어려운 시련이 있을 때마다, 이 세상에 있는 누군가한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신에게 나의 어려움을 토하고 나면 그때서야 마음의 중심을 잡게 되는 그의 어린 습관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건축가라는 직업은 나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과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거대한 작품을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역사의 선현들의 삶을 이해하고, 현재 사람들의 삶을 담으며 그 공간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이 어린 제 마음을 울렸지요.”
<시퀀스>는 자서전이 아니다. 그는 그런 글을 쓸 만큼 오래 살지도, 대단한 일을 해보지 못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그저 스물여덟 해 남짓 살아온 젊음에게 믿음이 있다면, 그것은 그동안 도전해온 미국, 중국, 프랑스, 그리고 대한민국 최전방 DMZ, 이 너무나 다른 공간에서의 삶의 변화였다는 것. “새로운 국가에서 건축가로서 더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떠나기 전 잠깐의 한국에서 보낸 시간과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배운 문화와 경험 그리고 지식의 축척이 건축가라는 꿈을 좇아온 저에게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는지 글을 읽는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앞으로 어떤 현실을 마주할지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저의 다짐이기도 하지요.”



미국, 중국, 그리고 프랑스. 공간의 변화가 빚은 삶의 철학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지금 돌이켜보면 윈스턴 처칠의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그의 말을 직접 삶으로 경험한 것 같습니다.”

그는 실제로 주어진 제한된 시간 속에서 공간이 변할 때마다 생각, 행동, 성취, 목표 역시 변하곤 했다. 이렇게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 역시 이른 나이였다. 초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을 마친 나이에 안정되고 편안한 학교생활을 접고, 우리 한국의 우방국이자 전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으로 처음 도전의 여정을 떠난 것이다.
“대한민국 여의도에서 편안한 학교의 삶을 보내고 있던 제가 기대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의 저의 미래는 의무교육과 의무복무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에서 일을 하는 삶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던 삶과는 조금 달랐지요. 남다른 상상력으로 이 세상을 변화시킨 탁월한 사람들의 삶을 살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품고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현대 철학가 니체는 형식이라는 박스 안에서 나올 용기를 가진 자만이, 비로소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고 했다. 형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지만, 형식을 벗어나 새로운 형식이 존재하는 것을 직접 눈과 몸으로 경험한다면 그것은 가능성이지 않을까.

“지금의 현실에 불평과 불만하며 온라인과 미디어 세상에 빛이 나는 사람들을 바라만 보면서 한탄하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인생에 내일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나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잖아요. 어제의 자신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들에겐 새로운 내일을 꿈꾸길 바라며, 오늘이 만족스러운 자신에겐 채찍이 되어 더 발전 할 가능성을 주길 바랍니다.”

태어난 가정과 국가는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없지만, 자신이 어떤 삶을 살지는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다. 높은 가치를 지향한 사람에게는 결국 그 전에 있는 모든 욕구들을 채울 능력이 분명 따라온다. 그러나 진리를 마음으로 깨닫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한다.
손문孫文은 천여 권이 넘는 책을 읽고, 기록하고, 땀 흘려 운동하며 그 안에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실천을 행동으로 옮겨 왔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빛’이 되는 이 방법을 깨닫고 자신의 한계를 제한하고 있는 ‘검정색 박스’에서 자신을 꺼내 새로운 공간으로 도전의 여정을 떠나 자신만이 가진 고유의 잠재력을 발견한다면 어느 순간 자신이 상상하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완벽한 삶’을 쫓아온 나의 젊은 청춘,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진보의 도전을 멈추지 않으리라. 산을 이루면 또 다음 고개를 오를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부와 명예보다 내가 꾸는 큰 꿈을 이루고, 그 결과를 공동체와 함께 베푸는 삶인 ‘위대한 삶’을 쫓는다. 나 자신의 목적과 실현이 자아의 만족이 아닌 이웃과 사회, 그리고 세계에 대한 기여라는 틀 속에서 빛을 발할 때 비로소 그 삶은 완성된다. 이러한 기여의 꿈을 가진 많은 세상이 행복한 세상이 아닐지....


▲ 2019 르 프레누아 예술학교 리노베이션 계획안 발표


또 다시 세계로 나가기 전, 나는 생에 첫 글<시퀀스>을 매듭지었다. 비록, 다 적어내지 못한 유럽건축기행에 대한 내용은 앞으로 건축가로서 활동하며, 다신 돌아오지 않을 삶의 순간순간을 글로 적어내니, 삶의 모든 과정 그 순간들이 아름다웠다. 삶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우리는 나아간다. 이 책을 쓰며 나의 삶의 과정을 되돌아본 필자처럼, 책을 읽으며 잠깐이나마 각자 고유의 삶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장면 ‘시퀀스’를 되돌아보면 어떨지.  
                                       -2022년 孫文

∙1995년 서울 출생
∙미국 보스턴 Biglow Middle School 졸업
∙중국 북경 Saint Paul high School 수학
∙프랑스 로쉬 Saint Denis high School  수학
∙프랑스 리옹 Lyon Bleu Academie  불어수학
∙프랑스 비쉬 Vichy Cavillam 불어수학
∙프랑스 파리 École Nationale Supérieure
∙ d’ Architecture de Paris Val-de-Seine(DEEA)
∙프랑스 BFS Guillemin 건축 시공감리자
∙프랑스 파리 Les Atelier 4 plus 건축 설계디자이너
∙르 프레누아 예술학교(Le Fresnoy)전시작가
∙안도 타다오 컨퍼런스
∙도미니크 페로 컨퍼런스
∙베르나르츄미 컨퍼런스
∙왕슈 컨퍼런스
∙2018 베니스 비엔날레 참관
∙2019 밀라노 트리엔날레 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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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우호경 취재본부장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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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겐 삶의 고유한 ‘소명’이 있다 / 소명의 여정을 시작하는 순간, 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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