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경사스러운 잔치가 벌어지면 우리는 이웃과 떡을 나눴다. 떡시루에 빻은 쌀가루를 새하얗게 올리고 콩, 밤, 대추 등을 듬뿍 넣어 쪄내던 한국 고유의 디저트 떡. 떡시루 위에 놓인 하얀 쌀가루는 마치 한겨울 소복소복 눈이 쌓이는 설원을 닮았다. 경주 황리단길, 색다른 한식 디저트로 인기를 얻고 있는 설월은 한국 고유의 멋과 낭만을 담은 곳이다. _박미희 기자

한폭의 동양화 같다. SNS를 뜨겁게 달군 이곳의 병과차림은 ‘입으로 먹고, 눈으로 먹는’ 디저트의 정수를 보여준다. 도화지처럼 하얀 구절판 위로 흑미찹쌀떡에 피카니를 넣은 흑미단자와 부유한 개성상인들이 즐겼다는 개성주악이 놓여있다. 그 위로 초콜릿으로 만든 나무와 정과로 만든 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매화를 연상케 한다.

너무 손이 많이 가, 이제는 한정적으로만 판매하고 있다는 병과차림은 김태호 대표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원래 건축을 했던 김태호 대표는 이제는 한식 파티쉐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원래 건축을 했어요. 그러다 황리단길에 괜찮은 구옥을 보고는 덜컥 사버렸죠(웃음). 새롭게 한옥을 짓고 사업을 시작하려고 고민하던 끝에 한식 디저트 카페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길로 한식 디저트를 배우기 위해 궁중병과연구원과 한국티소믈리에 연구원 등을 다니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유명한 한식 대가들에게 한식 디저트를 배운 그는 자신만의 개성 있는 메뉴를 개발해 내놓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대릉원타르트, 진참깨라떼도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대릉원타르트는 일반적으로 쓰는 말차 대신 쑥을 썼어요. 베이스로 찰떡을 썼고요. 타르트는 외국 디저트이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개발했습니다. 진참깨라떼는 흑임자를 주재료로 고소하고 진한 맛을 담았습니다. 제철 딸기와 망고를 사용해 시즌 한정메뉴로 내놓고 있는 딸기빙수와 망고빙수도 많은 사랑을 받는 메뉴죠.”

메뉴만큼이나 이곳은 뛰어난 공간미를 자랑한다. 아름다운 한옥카페 곳곳에는 한옥학교에서 대목장 일을 배울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김태호 대표의 손길이 놓아있다. “일반적인 한옥과 다른 개성이 있으면서도 실용적으로 짓고 싶었어요. 자세히 보면 한옥 두 채를 이어서 한 채로 쓰고 있습니다. 2층에 두 채를 잇는 중간다리 공간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살렸어요. 누마루를 둬서 편안한 공간을 구성했고 경주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넓은 창을 냈습니다. 푸른 청색과 화이트로 포인트를 뒀고 고가구, 소나무, 석탑 등 한국적인 소품으로 공간미를 살렸어요.”  

이곳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주 황리단길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앞으로 개성 있는 한식 디저트로 한식의 가치를 알리겠다는 게 김태호 대표의 꿈이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한식 디저트를 알리고 싶어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한식의 가치를 알리는 새로운 경주의 명소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1114]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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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에 담아낸 한폭의 동양화' 경주에서 만난 한식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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