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모든 빛을 흡수하는 무채색.
엠비언트는 영감을 불어넣는 무채색의 건축물이다.
모노톤으로 내려앉은 고요한 공간에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쨍그랑, 부서진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따뜻한 커피 향기가 맴도는 공간엔 오로지 무채색을 뚫고 나오는 아우라만이 낮게 깔려있다. _박미희 기자


영화 고지전의 배경이 되었던 칠곡 석적 유학산 기슭, 멀리 구미 금오산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팥재고개에 엠비언트가 있다.

모던하고 현대적인 카페 건축물이 들어선 이 자리는 원래 유학산 휴게소가 있던 곳이었다.  그의 부친은 10여년 전, 유학산 등산객들과 인근 주민들이 쉴 수 있는 휴게소를 열어 애정을 갖고 운영해왔다. 많은 이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유학산 휴게소, 그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어 그는 새로 짓기보다 힘든 재생을 선택했다. 인근에서 카페, 정상프로젝트를 운영한 경험을 살렸다해도 온 가족이 매달려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간만 수 년. 순수 공사기간만 오롯이 1년이 넘게 걸렸다. “부모님의 땀과 숨결이 담긴 이곳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어요. 유학산 휴게소에 추억을 가진 사람들의 기억까지 아름답게 지키고 싶었구요.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으로 세대가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영감을 불어넣는 공간. 그의 소망대로 건축가, 임경묵 인타이틀 대표와 함께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카페 건축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사진이 잘 나와 카페에 주로 사용되는 화이트톤과 유채색을 거부한 채 오롯하게 무채색만으로 통일했다. 화려한 소품과 포토존을 거부하고 최대한 절제된 공간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심미안을 열어주기에 충분하다. 

“엠비언트, 그 이름처럼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을 원했어요. 그래서 모노톤의 차분한 컬러로 건물 외부와 내부를 통일시켰지요. 조명도 최대한 절제한 간접조명을 택했고 화려한 소품과 포토존 대신,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포인트를 주는 벽면 공간을 통해 공간의 힘을 더 했습니다. 남향에 가로로 길게 놓인 휴게소 건물의 특징을 살려, 채광이 좋도록 넓은 창과 문을 크게 냈고요. 낮에도 좋지만, 해지는 저녁의 모습도 보실만합니다(웃음).”

좌우 대칭이 맞지 않는 건물 천정과 외벽에서 옛 휴게소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옛것 그대로의 특유의 감성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건축주의 센스가 보이는 부분이다. “획일적이라면 재미가 없겠죠. 자세히 보면 건물 천정이 좌우대칭이 맞지 않아요. 바깥 쪽 건물외벽도 비스듬하게 기울어져있어요. 옛 휴게소 건물의 골자를 그대로 살려, 그 특유의 멋과 감성을 담아냈습니다.” 6만평 부지에 카페 공간만 100여 평. 따스한 햇볕을 즐길 수 있는 카페마당에는 인근 놓인 돌을 그대로 옮겨 장식했다. 애써 꾸미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멋이 느껴진다. 

송운영위 대표는 커피에 있어선 타협이 없다. 세계적인 로스터인, 박상호 센터커피 대표의 원두를 쓰게 된 것도 최상의 커피를 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 끝에서 내린 선택이었단다. 이곳에선 그해 가장 질 좋은 생두로 꼽히는 마이크로빈을 비롯해 다양한 산지의 스페셜티 커피를 내놓고 있다. “게이샤, 에티오피아, 메이데이, 디카페인 4가지 종류의 원두를 선택해서 맛보실 수 있습니다. 좋은 생두로 잘 로스팅한 원두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원두를 잘 추출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높아지는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과감한 투자도 주저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몇 없는 고가의 커피머신을 들여온 것. 뛰어난 성능의 커피머신도 머신이지만 진심으로 손님을 위하는 마음이 커피 맛의 비결이란다. 송운영위 대표가 직접 구워내는 와플도 ‘와플맛집’이라는 입소문에 걸맞는 맛이다. “아버님은 이 먼 곳까지 찾아오신 손님들을 늘 감사한 마음으로 맞이하라고 말하세요(웃음).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 경남, 서울 경기까지 먼 곳에서 일부러 이곳을 찾아와주시는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마음을 맛있는 커피와 와플, 좋은 서비스에 담고 싶어요.”
아름다운 건축물, 개성 있는 스토리, 좋은 메뉴. 이 삼박자가 더해져 이곳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정신없이 손님을 맞이하는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에 대해 물었다. “너무 좋아서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왔다는 손님이 기억에 남아요. 세대 간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겠단 취지가 실현됐다는 데 보람을 느끼지요. 카페에 오려고 칠곡 석적을 처음 찾았다는 손님들을 보면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용하던 칠곡 석적면은 새로운 핫플레이스의 등장으로 활력을 찾고 있다. 앞으로 경북 칠곡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란다. “새로운 문화와 다양한 테마를 지닌 문화복합공간으로 지역과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갤러리를 열어 지역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엠비언트를 경북 칠곡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1112]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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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빛나는 무채색의 건축물 ‘엠비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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