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고기를 아무렇게나 뭉텅뭉텅 썰어냈다고 해 이름 붙여진 ‘뭉티기’는 ‘대구 10미(味)’ 중 하나다. 타지에서 귀한 손님이 오면 꼭 대접해야 하는 음식일 만큼 대구 지역민들에게 뭉티기는 각별한 정이 깃든 향토음식이다. 때문에 대구에서 뭉티기 전문점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민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의 맛집, 타지인들도 찾아가는 맛집이 있다고 하는데 …. 바로 14년 동안 뭉티기 맛집이라는 트로피를 쥐고 있는 곳.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녹향구이가 그 주인공이다.

지역의 향토음식에 차별화된 전략과 감성을 입혀 외식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보이고 있는 범상치 않은 인물, 윤준포 대표의 기민한 행보를 따라가 보았다. _김정은 기자

외식산업의 강자 대구에서 14년 동안 뭉티기 명가로 불리는 곳이라는 소개로 한걸음에 달려간 녹향구이. 외식산업에서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가진 인물임을 으레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젊은 오너가 취재진을 반긴다. 가업을 이어받은 후계자는 아닐까 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 역시 단박에 날아갔다.
“괜찮습니다. 사업 초반에는 더 많이 듣던 말입니다(웃음). 뭉티기를 메인 메뉴로 앞세운 곳이다 보니 청년이 가게 사장이냐며 날 선 눈빛으로 편견을 가진 분들도 많으셨어요. 오래 운영하는 모습을 지켜보신 손님들께서 이제는 기특하다는 말씀을 해주십니다.” 디자인학도 출신의 외식 경영인 윤준포 대표. 깔끔한 외모와 단정한 옷차림을 보면 구수한 향토 음식보다는 본인의 전공처럼 디자인산업이 잘 어울려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외식업에 열정과 포부를 가진 타고 난 사업가다.



“2007년 오픈 당시, 삼겹살이나 고깃집은 한 집 건너 하나 있을 정도로 치열했습니다. 꾸준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메뉴를 찾다가 뭉티기와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초기 자본이 넉넉하지 않아서 권리비가 저렴한 가게를 찾다가 지금의 위치에서 시작했습니다.” 낙후된 상권에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점포에 야심차게 깃발을 꽂은 윤준포 대표. 그때 그의 나이 30대 초반, 외식업계에 경험은 없었지만 패기만으로 외식산업에 입문한 건 아니다.
엄선된 한우 판매점에서 당일 도축한 소만 사용해 선도 높은 생고기를 맛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등 뭉티기에 대한 연구는 물론 한식과 양식, 일식, 중식에 이르기까지 분석하고 유명 외식 장소는 모두 벤치마킹에 나선 그. 마케팅과 조직의 체계 등 경영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영위하며 창업한지 3년 만에 줄 서서 찾는 가게로 명성을 얻으며 매출은 급신장했다. 그렇게 안정기에 접어든 찰나 2010년 전국적으로 확산한 구제역으로 인해 매출 70% 하락이라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위기는 기회. 그럴 때일수록 기지를 발휘해 더 신선하고 푸짐하게 음식을 제공하는 등 손님 한명 한명에 더욱 최선을 다했다고. 전 세계가 펜데믹에 빠졌던 코로나 19 때도 마찬가지. 과감하게 2달 동안 영업을 중지하고 가게 리모델링과 위생, 청결유지에 더욱 투자하는 등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안심식당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장사가 잘되다 보니 저희와 유사한 업체가 생기는 피해도 있었습니다. 특히 배달 앱을 이용해 상호와 메뉴를 비슷하게 구성하는 곳도 생겼죠. 제가 받는 피해는 감수할 수 있지만, 저희 손님들이 피해를 보았다는 말에는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의 요청에도 매장식사만 고집했던 그가 배달시스템을 확충하게 된 계기가 됐다. 대신, 매장 식사와 동일한 가격과 플레이팅을 위해 연구를 거듭했고 배달료까지 과감히 없앴다.



돈을 지불하고 먹어도 아깝지 않은, 가치가 있는 외식장소를 만드는 데 만전을 기해 왔다는 윤 대표. 때문에 사람들이 녹향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성이 깃든 음식에 있다.
당일 공수한 생고기를 최적의 온도에서 보관하기 위해 대구 최초로 와인 냉장고를 도입한 녹향구이. 이곳의 뭉티기는 소의 ‘사태’나 ‘우둔’을 뭉텅뭉텅 썰어서 아무런 양념이 가미되지 않은 생고기로 낸다. 다진 고추와 마늘, 참기름이 들어간 비법 소스에 듬뿍 찍어 먹으면 찹쌀떡처럼 쫄깃한 식감을 가지면서도 씹을수록 달고 부드럽고 구수한 것이 특징이라고. 주당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는 녹향의 종합안주 세트도 일품이다. 생고기와 육회 그리고 양지머리, 대창소금·양념구이, 문어숙회, 왕새우소금구이까지 워낙 푸짐해 소주 몇 병은 거뜬히 해치운다는게 후기. 어디 그뿐인가. 한 가지 메뉴만 시켜도 20개가 넘게 따라오는 기본 밑반찬은 웬만한 요릿집 저리 가라로 별미다.
“그날 잡은 한우만 받기 때문에 도축하지 않는 휴일에는 공급이 안됩니다. 한데, 타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주말에 오셔서 메뉴를 부탁하시니, 거절하기가 매우 힘들더군요. 주말에 오시는 손님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최상으로 보관한 고기를 내어드리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곳의 뭉티기에는 깃발이 꽂혀 있다. 그 안에는 생고기를 받은 지역과 날짜, 시간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손님에게 보고하고 있다. 생고기뿐만 아니다. 연포탕과 탕탕이에 들어가는 낙지도 당일 수급과 소비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야채와 계란까지 매일 아침 농산물시장에서 받아 온다.
외식업은 무엇보다 식재료의 신선함이 팔수라는 그. 음식장사를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음식과 사람에 대한 도리를 지켜가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윤 대표의 경영방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게가 성황리에 운영 중임에도 경북대학교 외식산업 최고 경영자과정 사무총장을 역임, 대구시 장사는 전략이다 회장으로 활동하며 안정적인 운영에 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해 온 윤준포 대표.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외식 경영인과의 만남이었다. [1111]

주간인물(weeklypeople)-김정은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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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뭉티기 명가, 녹향구이! 신선한 재료, 차별화된 전략으로 외식의 가치를 만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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