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부산 연제구 고분로 13번길 5-16에 위치한 미우한우는 한우 맛을 아는 미식가들이 찾는 맛집이다. 1++ 등급의 최고급 한우를 저온 숙성해 직접 발골하고 정형해 손님상에 내놓는 이 집은 정육업체 기술자들도 회식을 하려고 찾는 집이다. 중간 유통과정을 줄여 가격의 거품을 줄였고 3차 저온숙성을 통해 고기의 풍미를 더했다. 소박한 가게지만 코로나19에도 고기 맛을 아는 단골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내공 있는 맛집이다. _박미희 기자

매일 손님상에 내놓을 고기를 장만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서지훈 대표는 건실한 청년 사장님이다. 능숙한 칼솜씨로 고기를 손질하는 모습만 봐서는 영락없는 베테랑 정형 기술자지만 알고 보면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증권사와 보험사에서 고액연봉을 받던 엘리트 사원이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던 고액연봉도 마다하고 6년 전 고향 부산에서 첫 가게인 미우한우를 연 건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어릴 때부터 고기집 사장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자영업을 하며 자수성가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근면성실함을 몸으로 익혔지요.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제 사업을 할 종자돈을 마련했어요. 부산에 내려와 지인의 도움을 얻어 정육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고기를 선별하는 것부터 발골, 정형하는 법까지……. 지금의 기술을 익히기까지 시행착오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웃음).”
대박 가게를 만들겠다는 부푼 꿈과 달리 첫 외식업 도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오픈하고 한두 달은 손님이 오지 않아 진땀을 흘리도 했다. 하지만 손님들이 찾지 않아 휑한 가게에서 그는 낙담하기보다 내일을 향한 꿈을 키웠다. “밤 늦도록 장사를 하고 오전 일찍 요리학원에 가서 음식 하는 법을 배웠어요. 김치 담그는 법부터 밑반찬 만드는 법까지……. 어떻게든 제가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요. 맛집을 찾아다니며 잘되는 이유를 배우기도 하고 좋은 고기를 선별하고 숙성해 정육하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국을 다녔어요(웃음).”

그렇게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한 6년. 이젠 몇 미터 밖에서도 고기의 질과 상태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베테랑이 되었다. 좋은 가격에  한우 특수부위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손님들로 가게는 붐볐고 지금의 자리로 확장이전을 했다. 고기집 사장님들도 직접 찾아와 고기를 맛보는 맛집으로 이름이 난 것. 단골손님들이 하나 같이 추천하는 메뉴는 ‘미우 스페셜’이다. 매일 주인장이 추천하는 특수 부위 3~4가지를 섞어 내놓는데 그때그때마다 다르다. 주로 누구나 좋아하는 새우살, 부채살, 업진살, 치마살, 꽃등심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에서는 한우 오마카세를 찾아보기 쉬운데 반해 부산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주인장이 추천하는 가장 좋은 부위를 맛볼 수 있도록 미우 스페셜을 구성하게 됐어요. 매일 아침, 실장님과 함께 고기의 상태, 숙성정도에 따라 가장 좋은 부위를 선별하고 최상의 고기를 손님상에 올리기 위해 고민합니다.”


횡성에서 기술을 익힌 베테랑 최영찬 실장(좌)과 함께

성업의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말했다. “보통 장사하는 분들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려고 해요.’ 하지만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이라는 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역으로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면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고급 1++ 한우를 들여와 3차 저온숙성으로 풍미를 더 하고, 수공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발골하고 정형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했지요. 그래서 손님들에게 좋은 고기를 싸게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고기를 잘 아는 분들일수록 저희 집 고기가 싸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웃음).”

직접 고기를 구워주며 맛있게 먹는 방법부터 고기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는 그에게서 몸에 배인 서비스 마인드가 나온다. “항상 손님으로 맛집을 찾아가면 아쉬웠던 점이 바쁜 가게는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더라고요. 외식업도 금융업처럼 친절한 서비스가 바탕이 되어야한다는 것이 제 철학입니다.”

날로 높아져가는 임대료와 인건비로 어려운 외식업계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발맞춰 지속 가능한 가게를 만드는 것이 꿈이란다. “큰돈을 버는 것보다 망하지 않는 가게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사회에 봉사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해서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1110]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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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우를 직접 발골, 정형해 ‘뛰어난 가성비’ 고기집 사장님들이 찾는 부산 한우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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