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백년가게’ 선정은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랫동안 고객으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점포를 의미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며 평가기준은 경영자 혁신역량,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성, 영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선정된다. 그만큼 업체만의 경쟁력과 특성이 두드러져야 한다. 때문에 백년가게에 선정된 점포는 아, 거기! 라고 바로 떠오르는 곳이 대부분이거나 지역에서 이미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곳이 많다. 
주간인물에서 선정한 약콩밀면도 여름이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작은 식당이다. ‘속편한 밀면 전문점’이라는 슬로건 아래 ‘약콩’을 주제로 밀면의 대표적인 고장 부산에서 저력을 발휘하며 백년가게로 선정된 곳. 하지만 대를 물림 하면서 원형의 맛을 보존한 곳과는 다르다. 전통의 손맛을 유지하되 지속성장을 위해 메뉴개발에 몰두하며 외식 경영인으로서 탁월한 경영 마인드로 지역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온 곳이다. 약콩밀면의 조상홍 대표를 지금 만나보자. _김정은 기자

최근 부산의 약콩밀면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는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1979년 창업해 40년간 한식에 몸담아 온 선대의 음식솜씨를 탄탄하게 지켜가며 2012년 부산시 남구 용호동에 자리 잡은 곳이다. 이처럼 약콩밀면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대형 기업들과 거대자본, 프랜차이즈의 진출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은 바로 ‘속이 편한 밀면 가게’라는 입소문 덕분.  
밀면 명가로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가게인 것을 증명하듯 내부 곳곳에는 단골들의 사진과 호평의 흔적들이 드러난다. 귀한 추억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찰나 기분 좋은 미소로 취재진을 맞이하는 조상홍 대표. 제면작업으로 한창 바쁜 주방에서 나온 그는 오늘도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분주해 보였다. 

“백년이란 이름이 가지는 무게가 실로 실감이 되네요(웃음). 온고지신의 말처럼 전통과 새로운 것을 더해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백년을 갈 수 있는 초석이라 생각합니다. 점점 고급화되고 개성이 강해지는 손님들의 입맛을 충족하며 많은 분이 건강하게 부산의 향토음식인 밀면을 즐길 수 있도록 계승 발전시키는 것에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이곳의 자랑이자 메인 메뉴인 약콩밀면의 출시는 2014년도란다. 창업주인 장인어른에게 물려받은 레시피가 아닐까 하는 예상이 빗나간 순간이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고객층의 유입을 위해 조 대표가 고심 끝에 만들어 낸 메뉴라고.

“어린아이나 어르신들까지 말 그대로 남녀노소 누구나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밀면은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만든 면이기 때문에 자칫 부대낄 수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함이었죠. 그러던 중 저희 어머니께서 ‘경북에선 콩가루를 넣어 반죽한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때부터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약콩과 함초, 톳으로 만든 천연 간수로 면 반죽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약콩은 우리가 흔히 들어 본 쥐눈이콩을 말한다. 쥐눈이콩은 검은콩의 일종으로 약성이 뛰어나 식용보다 약용으로 쓰인다. 쥐눈이콩의 추출물이 유방암 세포 전이를 억제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쥐눈이콩에 함유된 피토케미컬(생리활성물질)을 더 많이 섭취하려면 가열 조리한 후 볶아 가루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발표했다. 

지금이야 수많은 매체를 통해 약콩의 효능이 방영되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흔치 않아 구하기 쉽지 않은 재료였다. 어디 그뿐인가. 약성 효과를 위해 볶은 콩을 가루로 만드는 전처리 과정부터 날씨와 기온에 따라 콩가루 함량을 달리해야 할 만큼 예민한 반죽법은 수많은 우여곡절이 필요했다. 지금도 조 대표가 계절별로 약콩 비율을 다르게 하는 이유도 기온과 습도의 영향 때문이다.

반죽할 때부터 풍기는 고소한 향이 일품인 약콩밀면은 건강한 식재료이자 ‘맛에서도 풍미가 깊다’라는 후기가 많다. 때문에 약콩밀면을 모방한 업체들이 많이 생겼지만 조 대표는 “건강한 음식을 많은 분이 먹을 수 있다면 기쁜 소식이 아니겠느냐”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48시간 이상 걸리는 육수와 약콩 반죽, 그리고 제면과 무절임 등 엄선된 식자재로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하지만 밀면을 먹고 속이 편하다며 자녀분들이 어르신들을 모시고 오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됩니다(웃음). 앞으로도 작지만 귀한 부산 밀면 맛집이 될 수 있도록 약콩밀면의 신념을 지켜나가고 싶어요.” 

약콩밀면을 출시한 후 매출은 2배로 상승, 성공가도를 달리는 틈에도 경영과 마케팅 공부에 몰두하며 쌓아온 아이디어를 실행해 매년 2~30%의 성장을 기록한 약콩밀면. 그중 주변의 만류에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간 만두 서비스 마케팅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효과를 일으키며 두터운 단골 고객층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조 대표는 지역에서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독거노인 무료식사 대접을 비롯한 다양한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며 우리 동네 착한 맛집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끝으로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안전한 곳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는 조상홍 대표. 더불어 약콩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을 연구하고 장기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약콩세가’로 상표등록까지 마쳤단다. 

“손님들이 애써 찾아온 보람이 있도록 음식의 맛에 끊임없이 연구할 방침입니다. 사계절 모두 즐길 수 있는 메뉴구성과 육수에 사용되는 사골이나 간장 베이스 등 재료를 좀 더 세부적으로 연구해 직접 재배하고 만들어 갈 계획이에요. 재료에서부터 하나하나 정성을 담아 100년 가게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겠습니다.”  [1109]
 
주간인물(weeklypeople)-김정은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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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 선정, 부산의 약콩밀면 맛집 - 조상홍 약콩밀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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