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은 아름다운 다도해와 온화한 기후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고장이다. 경남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각광받으며 전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통영은 특색 있는 향토음식으로도 알려진 맛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뱃사람들이 뱃전에서 간식으로 먹었다는 꿀빵은 통영의 명물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에 35년 전통의 거북당제과가 선정돼 화제가 되고 있다. 주간인물은 한우물 경영으로 대를 이어 발전하는 거북당제과의 이야기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거북당제과는 통영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노포다. 통영 강구안의 끝자락, 남망산 조각공원 입구에 위치한 거북당제과는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붐비는 곳이다. 어려서부터 꿀빵을 먹고 자란 통영 토박이들이 추억을 회상하며 찾는 노포인 것.

1975년 문을 연 거북당제과는 통영 꿀빵과 그 시작을 함께하는 곳이다. “통영 꿀빵의 시작은 뱃사람들이 뱃일을 할 때 간식으로 꿀빵을 즐기면서 시작됐어요. 무더운 날씨에 뱃전에서 빵을 먹다보니 곧잘 팥소가 쉬는 일이 생겼고, 쉽게 상하지 않도록 생과자 도너츠를 튀겨 달달한 시럽을 입히고 곁에 견과류를 묻혀 만들었어요. 이렇게 꿀물을 발랐다고 해서 ‘꿀빵’이라 불리게 되었고 이내 제과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빵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고속도로가 개통되며 통영으로 관광객들이 몰리자, 점차 통영의 특색 있는 향토음식으로 알려지며 인기를 얻게 되었어요. 통영 꿀빵의 인기로 더불어 거북당제과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꿀빵의 인기에 힘입어 한때 통영 시내에서만 130여 개의 꿀빵 전문점이 생겨나기도했다.  1975년 충무데파트 맞은편에 문을 연 거북당제과는 통영 꿀빵의 시작과 함께 한 곳이다. 1대 창업주 김충권 씨는 고향 통영에서 제과제빵 일을 시작했고 선진 제과기술을 익히기 위해 서울에서 기술을 배워 아내와 함께 제주도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했다.이후 고향인 통영에서 자리를 잡은 그는 1975년 충무데파트 맞은편에 거북당제과를 열고 지역의 선진 베이커리 문화를 이끌어왔다. 대한제과협회 경남지부 부회장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대한제과협회 통영시지부장을 맡아 선진 제과기술을 도입하고 시장 활성화를 꾀하는 데 기여했다. 2006년에 동호동으로 사업장을 이전했고, 2019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해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역 제과제빵 문화를 발전시킨 원로로 인정받는 창업주, 김충권 씨의 뒤를 아들, 김윤호 대표가 잇고 있다.

통영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거북당제과. 이번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 선정도 남다른 사연이 있다. 바로 공직생활 시작과 더불어 거북당제과와 인연을 맺은 정량동 동장의 추전으로 백년가게에 선정되게 된 것. “동장님이 첫 부임을 받아 근무하셨던 동사무소가 바로 저희 가게 인근에 있었어요. 그렇게 30년 가량 공직생활을 하시고 최근에는 정량동 동장으로 부임하셨지요. 백년가게 선정 국민추천 제도를 아시고는 저희 가게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오랜시간 거북당제과의 역사와 전통을 함께한 단골손님의 추천으로 백년가게에 선정돼 더욱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지역 제과제빵 발전에 기여해온 김충권 창업주는 고희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한 현역이다. 지금도 반죽을 직접 성형하고 튀겨내는 일을 아들, 김윤호 대표와 함께 한다. “일을 배우고 있는 외손주와 함께 작업하고 있으니, 3대가 함께 일하는 셈”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이는 그의 표정은 밝다.



묵묵하게 걸어온 제과인의 길을 이을 든든한 후계자가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충권 씨를 빼닮은 김윤호 대표는 유망한 태권도 지도자였다. 울산대학교 체대를 졸업한 그는 태권도 지도자로 승승장구했다. 가업을 잇기 위해 통영으로 내려온 후에도 굵직한 해양레포츠 대회에서 연이어 수상할 정도로 만능 스포츠 맨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길을 포기하고 가업을 잇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타지에서 공부하다, 고향사람을 만나면 다들 ‘거북당제과 아들’이라며 저를 알아보곤했어요(웃음). 그만큼 통영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북당제과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통할 만큼 유명했지요. 물론 제 일도 좋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시는 아버지의 장인정신을 잇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통영 꿀빵이 지역 대표 관광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주먹구구식으로 문을 여는 가게들이 늘어났고, 그 중에서는 유사상호로 특허등록을 한 업체가 생겨 한때 남모르게 속앓이를 하기도 했어요. 아버지가 꿀빵 제조 1세대인만큼, 제대로 된 꿀빵의 명맥을 잇고자 가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김윤호 대표는 특유의 성실함과 뚝심으로 가업을 잇고 있다. ‘가족 외에 제빵실에 사람을 들이지마라’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가족경영으로 가게를 꾸려나간다. 돈이 된다는 도매사업도 재고, 품질관리가 부실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하지 않는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자동화 공정도 ‘반죽이 되면 맛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사코 수작업만을 고집한다.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하는 세상에 옛방식 그대로,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한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것. “수십년 전, 아버지께서 통영에서 처음으로 자동화 기계설비를 갖추셨어요. 당시, 2천100만원 정도하는 고가의 기계였는데, 기계에 들러붙지 않게 하려면 반죽을 되게 해야했죠. 아무리해도 수작업으로 만든 꿀빵 맛을 따갈 수 없자 1주일만에 기계를 반품하셨어요. 2천100만원에 들여온 기계를 1천만원으로 되팔면서도 아버지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으셨어요. 오로지 좋은 빵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걸어온 50년, 이젠 제가 아버지의 장인정신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유례없는 코로나19바이러스로 통영을 찾는 관광객이 줄면서 운영에도 타격을 입었다. 변화하는 유통, 소비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김윤호 대표의 포부다. 앞으로 동호동 본점, 광도면 2호점 등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이고 온라인 시장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할 계획이다. “전통을 잇되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어요.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이고, 앞으로는 온라인 시장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젊은 세대들과 소통할 계획입니다. 통영 원조 꿀빵의 자부심을 걸고 통영 꿀빵을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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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꿀빵의 시작과 함께한 ‘거북당제과’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 선정으로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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