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바야흐로 미식의 시대. 맛집을 판별하는 수많은 방법 중 가게의 업력(業歷)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글 쓰는 셰프로 알려진 박찬일 셰프의 정의에서도 노포란 허름하고 오래된 식당을 떠올릴 수 있지만, 맛있어서 오래 이어진 식당이 노포라고 했다. 오래된 가게를 고포(古鋪)라 하지 않고, 사람처럼 늙은 가게 노포(老鋪)라고 하는 이유라고.
경남 김해시 부원동에 위치한 ‘갈매기대도’ 역시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맛집이다. 돼지고기 부위 중 갈매기살만 전문으로 하는 이곳은 데이트코스는 물론 회식장소와 모임장소 등 각종 단체 모임 ‘맛집’으로 꼽힌다.
전래의 기법으로 내는 일품의 맛부터 올바른 식재료 사용과 손질, 거기에 오랜 단골들의 호응으로 생겨난 기묘한 연대감 같은 것이 한결같은 곳. 이주의 지역의 맛집 ‘갈매기대도’의 조민우 대표를 만나보자. _김정은 기자


김해 부원동에 위치한 갈매기대도. 고깃집 입구가 이렇게 감성 넘칠 일인가….
지역의 오래된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 온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가게의 트랜디함이다.



 30년 동안 한자리를 굳건히 지켜 온 맛집이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점포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겨나갔다. 하지만 세대를 넘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지켜 온 갈매기대도의 비결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1990년도에 문을 연 갈매기대도는 ‘언양숯불구이’로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께서 창업하셨고, 부친께서 돌아가시면서 장남인 제가 2012년부터 가업을 물려받아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시 언양숯불구이는 언론에서도 주목할 만큼 맛집으로 유명했다. 맛도 맛이지만, 명망 있는 사업가로 알려진 고 조명주 대표의 영향력이 컸던 탓에 그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가게 운영에 큰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아버지와의 인연으로 가게를 자주 찾아온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매출이 급감했어요. 음식의 맛은 높게 평가받았지만, 주변에선 가게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매출이 저조하니 그 까닭을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3세 때부터 아버지에게 전수 받은 조리비법을 바탕으로 외식경영 연구에 매진해 온 조민우 대표. 음식은 맛으로만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그는 2016년 상호변경을 시작으로 갈매기살만 전문으로 간판을 걸어 시대와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변화를 입혀나갔다. 당일 소진할 양만 손질해 고기의 신선도를 높이고, 무엇보다 바른 정성으로 준비한 음식과 친절한 태도는 입소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버지는 늘 ‘기본에 충실하라’라고 하셨어요. 사업의 성공 여부는 진정성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서 결정된다고 하셨죠. 특히 좋은 식재료 사용은 필수고요. 저 역시도 그 가르침을 깊이 새겨 갈매기살은 국내산 생고기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갈매기살은 소고기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돼지고기 부위로 알려졌지만 내장과 가까워 신선하지 않다면 제맛을 즐기기 어렵거든요.”
뛰어난 맛에 비례해 다듬을 것이 많아 손이 많이 가는 부위지만, 고기손질 또한 맛의 중요한 요소이기에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손질하고 있다고.




음식에 대한 아버지의 고집과 자부심을 꼭 닮은 조민우 대표. 식재료를 선택하고 손질한 후 조리를 거쳐 손님상에 오르는 한순간도 허투루 여긴 적이 없다. 아직도 농장에서 공급받은 통 갈매기살을 직접 손질하며 오랫동안 맛과 품질을 지키려는 남다른 신념이 엿보인다. 
갈매기대도의 메뉴는 생 갈매기살과 통 갈매기살 그리고 양념 갈매기살 세 가지다. 생 갈매기살은 하나하나 칼집을 내 식감을 살리는 동시에 칼집이 난 부위 사이사이로 숯불 향이 고루 배어들도록 했다. 양념 갈매기살 역시 아버지의 비결이 깃들어 있는데, 고기를 재어 놓는 방식이 아닌 즉석에서 양념을 고기에 버무려 풍미를 더했다.
통 갈매기살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조 대표가 출시한 신 메뉴다. 신선한 고기의 지방만 제거해 근막의 쫄깃한 식감을 살려 안주를 찾는 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다. 김치찌개와 시래기 된장찌개 등 식사 메뉴 역시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
 “어머님께서 20년 동안 매일 새벽 부원동 새벽시장에서 장을 봐온 신선한 재료로 만들고 있어요. 찌개에 들어가는 육수도 다섯 시간 동안 우려내는 등 정성으로 손님들께 대접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평일이나 주말할 것 없이 단골들로 북적이는 갈매기대도에는 가맹문의나 기술전수 문의도 끊임이 없다.

“많은 분께서 갈매기대도를 찾아 주시니 감사하게도 가맹문의나 동업제안도 받고 있습니다. 그보다 저는 갈매기대도가 내실을 더욱 단단히 다져 사회적 외식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성실하지만, 조리 실력이 부족하신 분들이나 장사가 어려운 점포를 조건으로 가맹점 개설에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웃음).”
음식으로 업을 삼은 사람으로서 음식과 사람에 대한 도리를 지켜가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바른 젊은 경영인 조민우 대표와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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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실천하겠습니다” since1990 갈매기살 전문점 갈매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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