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100% 국내산 돼지사골을 푹 고아 우린 뽀얀 국물, 두툼한 돼지고기, 속이 꽉찬 순대를 넣고 여기에 맛깔난 양념장과 구수한 새우젓, 부추를 팍팍 넣어 맛을 낸 순대국밥은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다. 멀리 맛집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집에서 편안하게 순대국을 맛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언제, 어디든 국밥 밀키트를 받아 한번 끓이기만 하면, 순대국밥 맛집을 우리 집으로 불러올 수 있는 것. 언텍트 시대, ‘편리함’과 ‘가성비’, ‘맛’, 삼박자를 갖춘 밀키트로 전국에 소개된 맛집이 있다. ‘신선한 재료가 맛’이라는 철학을 지켜나가고 있는 웅촌명품순대가 바로 그 주인공. 주간인물은 코로나19시대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강소상인의 모습을 담았다. _박미희 기자


경남 양산 평산남 3길 4에 위치한 웅촌명품순대. 한적한 골목에서 유독 이 집만 줄서는 손님들로 붐빈다. 특별한 것 없이 평범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가게 안에는 하루 12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솥에는 사골로 우리는 진한 육수가 끓는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살캉 삶아, 두툼하게 썰어 푸짐하게 담고 속이 꽉찬 순대, 곰삭은 새우젓, 칼칼한 양념장과 부추를 듬뿍 넣은 국밥은 먹는 이의 기운까지 돋운다. 오죽이나 맛있으면 한 단골은 “이건 국밥이 아니라, 보약”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까.

이 맛있는 국밥 한그릇을 위해 유재학 대표는 누구보다 이른 새벽을 연다. 새벽 6시 출근해, 밤 11시가 넘도록 국밥 만드는 일에만 매달린다는 그는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울산이 고향인 그는 처음에는 국밥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며 외식업을 시작했다. 순수한 열정으로 사업에 매달렸지만, 온몸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의 폐해를 경험했다고. 그래서 그는 자신의 노하우를 담아 독자적인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전국 맛집을 다니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국밥 명가를 찾아다니며 공부를 많이 했어요. 국밥이 가장 맛있으려면 어느 정도 간이어야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염도계를 들고 다닐 정도였죠(웃음). 전국 맛집을 다니면서 노포의 장인정신을 배우기도했고, 손님들이 원하는 맛을 이해하기도했어요. 역시 잘되는 곳은 충분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좋은 점을 응용하고, 저만의 노하우를 담아 ‘웅촌명품순대’를 열었습니다. 맛에는 완성이라는 것은 없잖아요. 앞으로도 더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연구와 노력을 계속해나가겠습니다.”



‘웅촌’은 울산의 지명이다. 사업장이 위치한 양산 평산남3길은 인근에서 ‘웅상’이라고 불린다. 사업장이 있는 지명과 달리, 고향의 지명인 웅촌을 쓰는 이유는 정감있는 이름이 좋아서란다. 그렇다고 그가 고향에 대한 애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이 위치한 웅상지역을 위해 웅상사회복지관을 찾아 재능기부를 하는가 하면, 매분기마다 160인분의 식사를 제공하는 등 지역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사업장이 있는 지명과 다르지만, '촌(村)'이라는 이름이 참 정겹잖아요. 식품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만들어내는 음식이 아니라, 내 식구 먹이는 음식처럼 모두 손으로 만든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어요. 밀키트 주문이 늘어 일손이 부족한 지금도 모든 음식은 제가 직접 만들고, 가장 신선할 때 손님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작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각광받고 있는 밀키트 산업. 그 중 돼지국밥 밀키트는 대기업이 참여할 정도로 치열하다. 그 중에서 좋은평을 받고 있는 웅촌명품순대는 2018년 9월부터 밀키트 사업을 시작했다. 밀키트 산업이 뜨기 전에 빠르게 시장에 진입한 케이스로 재구매율과 고객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처음에는 작은 가게를 살리기 위한 돌파구로 당일 만든 음식을 소분, 냉동해서 판매했어요. 업장에서 내놓는 돼지국밥 가격이 6천원 대라면, 냉동포장 가격은 4,900원이니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지요. 집에서 간단하게 끓이기만 하면 되니,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한발짝 더 나아가서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면서 밀키트 제작을 하게 됐습니다. 2018년만 해도 밀키트를 내놓는 가게들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어요. 밀키트 시장에 초기에 진입해 지금까지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왔습니다. 재구매해주시는 손님들이 늘면서, 입소문이 나고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웃음).”


모든 제조과정을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하루 생산할 수 있는 양은 200인분 정도다. 밀키트를 제작해 택배작업까지 그가 꼼꼼하게 신경쓰기 때문에 하루 100박스 정도를 배송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주문량이 늘면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 하루 12시간 뜨거운 불앞에 서서 사골을 우리는 일, 신선한 재료의 맛 살리기 위해 하루 2번 돼지고기를 삶은 일은 강도 높은 노동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고 묵묵히 국밥의 맛을 지키고 있었다. “국밥을 만드는 일은 힘들죠. 그래서 직원을 시키면 안돼요. 힘들수록 묵묵하게 주인이 음식을 만들어야, 그 맛을 제대로 낼 수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든 좋은 재료를 쓰고, 빨리 소진하는게 중요해요. 신선한 돼지고기를 갓 삶아 신선할 때 보내야, 제대로 된 맛을 손님들에게 전할 수 있죠. 절대로 상온에 오래 두어서는 안돼요.”
뽀얀 국물 한모금을 들이키면 헛헛한 속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살캉 맛있게 삶아진 돼지고기, 볼 한가득 채워지는 푸짐한 순대 한점에 코로나로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는듯하다. 무엇보다 돼지 특유의 누린내가 없어, 순대국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왜 재구매율이 높은지 수긍이 가는 맛. “처음에 맛보기로 1인분을 주문하셨던 분이 나중에 10인분을 주문하는 경우도 많으세요(웃음). 밀키트를 받고 ‘너무 맛있게 먹었다’며 문자를 보내는 손님, 멀리서 일부러 가게까지 찾아오는 손님까지... 고마운 분들로 인해 보람을 느낍니다(웃음). 손님들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제 꿈은 평생동안 이 가게를 잘 키워가는 거예요. 초심 그대로, 정직하고 건강한 먹거리로 손님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1101]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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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의 손맛! ‘명품순대국 밀키트’로 전국에 소개된 국밥 명가(名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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