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수십 년간 상권을 지켜온 ‘오랜 점포’들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100년 이상에 걸쳐 이룬 근대화 과정을 불과 수십 년 만에 일궈낸 우리나라이다보니 오래된 가게를 찾는다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하는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대를 이어올 만큼 가치가 있는 가게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있는 업체를 심사해 1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아울러 소상공인들의 롤 모델로 선정해 이들의 경영 노하우를 알리고 확산해간다는 취지도 포함됐다. 국내산 재료로 창업주가 직접 조리하는 한우곱창구이와 전골로 유명한 ‘함안갈비&곱창’이 최근 ‘백년가게’에 선정되었다. 맛좋고 푸짐한 음식은 기본, 인심 좋고 따뜻한 주인장의 정감이 더해진 그곳에서 맛깔 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_장서은 기자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의 독식이 줄을 잇는 가운데, 차별화된 맛과 오랜 역사로 굳건히 입지를 다져온 곳이 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함안갈비&곱창’이 그 주인공. 40여 년의 노하우로 지금까지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곳은 최근 ‘백년가게’로 선정되며 다시금 명물로 인정받았다. 2대 째 계승 중으로 김순희 대표와 그의 아들인 황준필 대표는 20년 째 함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김순희 대표는 한 평생 요식업에 몸을 담은 음식 장인, 그의 손에서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손질에서 맛의 차이가 나기 쉬운 곱창의 경우에도 매번 직접 만지며 완벽한 맛을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게에서 내어놓는 음식 모두를 손수 만들며 정성을 들이고 있다.


“질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든 음식은 마냥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 아닌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집밥의 역할을 하죠. 마산 수출자유지역에 위치한 만큼 많은 회사원들과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이 주로 들러 항상 ‘집밥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제 삶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한 자리에 오래 있었던 만큼 그 때 와서 먹던 학생들이 한 회사의 대표님이 되어 찾아주곤 합니다(웃음).”
단골들이 마냥 생긴 것이 아니다. 그녀는 당시 학생들을 위해 무한으로 밥을 제공하는 한편, 무려 서른 여 가지의 반찬을 상에 내어놓았단다. “시간이 흐르면서 재료들의 가격이 인상되는 바람에 마음처럼 하지 못해 아쉽다”는 그녀. 현재 상에 가득히 차려지는 스무 가지의 반찬이 무색하다.

“재료들의 가격이 오른 탓에 옛날만큼 챙겨주지 못해 항상 마음이 좋지 않아요. 그래도 단골들을 위해 음식가격을 올리는 것보다는 적더라도 질 좋은 것을 내어주자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성격상 좋지 않은 음식이 상에 올라가는 것은 보지를 못합니다. 항상 시장에 가면 ‘싸게 안해줘도 되니 질 좋은 것을 달라’고 하죠. 가게 운영 또한 ‘내 눈으로 보고 직접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누군가의 손에 제 음식을 맡기지도 않고 있습니다.”

백년가게가 되기까지 김순희 대표는 ‘한 우물을 파다보니 전문가가 된 것 뿐’이라는 겸손함을 표하며 요식업에 몸을 담게 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경남 함안사람입니다. 처음에는 ‘함안식당’이라는 상호명으로 시작했어요. 특정 메뉴를 두지 않고 손님들께서 찾는 음식들은 그냥 내어주었습니다. 그러다 가장 많이 찾으시는 갈비와 낙지전골만을 전문적으로 내놓기 시작하며 ‘함안갈비’가 되었어요. 당시부터 모든 재료를 ‘국내산’을 사용하며 지금의 ‘함안갈비&곱창’까지 오게 되었네요. 낙지는 이제 수입산뿐이라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그 외 곱창까지도 100%한우로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좋은 재료들로 요리를 해 드리고 있을 뿐인데 이렇게 백년가게에 선정되어 더욱 전문성을 인정받은 기분입니다. 제 양념 맛은 똑같다며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더욱 열심히 하고 깨끗이 잘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또 오래하는 것도 좋지만 시대 트랜드에 맞게 변화도 해야 하는데 아들이 그런 부분을 잘 해내어 주는 것 같아요(웃음).”


2대로 잇는 황준필 대표는 “부도심에서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고 전통을 지켜 오다보니 백년가게가 된 것 같다”며 “전국에서 저희 음식을 맛 볼 수 있도록 택배시스템도 도입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목표를 전했다.
“맛에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서 이어나갈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택배를 걱정한 것도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들을 손님들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할까’하는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공장을 준비하고 지점들이 생겨 물류창고의 역할을 해준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추진 중입니다. 프랜차이즈로 우후죽순 나아가면 오히려 본점에 해를 준다는 생각에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자체적으로 몸집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지역에서 시작한 만큼 지역사회에서 고용창출도 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외식기업이 되겠습니다.”
과거 정해진 메뉴없이 손님들의 요구에 맞는 음식을 내어준 만큼 뛰어난 요리실력을 가진 김순희 대표는 앞으로 요리대회에도 참여해 실력을 뽐낼 예정이란다. 그들과 함안갈비&곱창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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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식과 반찬을 직접 만들어 내어 놓는 곳 - 40년 전통을 자랑하며 백년가게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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