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사라지는 고깃집의 과열 양상에도 육류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이 있다. 바로 김해에 위치한 한우천따지가 그 주인공. 경남 최초로 한우 수중 수성을 도입해 한 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맛으로 정평이 난 곳이다. 6년 동안 지역민들에겐 이미 최애 고깃집으로 통하고 있는 한우천따지. 이곳의 경영인 김현호 대표를 만나보자.  _김정은 기자


김해시 장유에 위치한 ‘한우천따지’는 지역에서 입소문난 한우전문점이다. 가게 입구에는 횟집에서나 볼만한 크고 긴 유리 수조 안에 진공 포장된 고기를 넣어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게 이 집 고기 맛의 비법이라는 수중 숙성 중인 한우구나’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다. 
“육류의 숙성(aging, 또는 conditioning)은 식육의 사후 경직 이후 단백질의 자기소화로 부드러워지고, 효소의 작용으로 아미노산과 펩타이드가 증가해 맛과 향이 증가하는 과정입니다. 일반적인 냉장 숙성은 문을 여러 번 여닫는 과정으로 인해 안정적인 숙성이 되기 힘듭니다. 단순히 보관의 개념이죠. 때문에 일정한 온도로 고르게 숙성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찾던 중 수중 숙성법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진공상태의 고기를 1~2℃ 사이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물속에 20일~30일 동안 숙성하는 방법입니다.” 
한집 건너 고깃집인 만큼 과거엔 누구나 하는 외식업이었지만, 이제는 아무나 해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만큼 전략이 필요하다는 김현호 대표. 2014년 문을 연 한우천따지는 경남 최초 수중 숙성 한우를 출시해 장유에서 첫 깃발을 꽂았다. 입소문을 통해 맛집으로 알려지면서 4년 전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 30평대의 가게에서 월 1억~1억4천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비싼 고기 부위를 비싸게 판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흔히 말하는 1++ 한우는 숙성이 필요 없지요. 올바른 숙성법으로 2등급의 한우를 1등급의 가치와 맛을 내는 것. 그것이 한우천따지의 성공 비결입니다(웃음).”



뿐만 아니다. 가심비를 만족시킨 가격도 이곳의 인기 비결. 오랫동안 육류시장에서 사업을 이어 온 노하우로 동종업체 대비 물류공급 단가를 최소한으로 낮춘 유통과정과 원물의 등급 유지로 수준 높은 한우 메뉴를 구성했다. 또한 매일 직접 손질한 한우 등심 부위만 선별하다 보니 한 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맛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말, 주중할 것 없이 매장 앞으로 길게 줄지어진 사람들로 분주하다.
한우천따지가 성공반열에 오르기까지 6년 전부터 부단히도 고기의 다양한 숙성법을 연구해 온 김 대표. 지금까지 버린 고깃값만 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맛집으로 유명해진 지금도 숙성에 관한 그의 고집은 한결같다. 이처럼 한가지일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그의 성격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유년 시절부터 가지고 싶은 게 생기면 스스로 신문배달을 해서라도 손에 넣었던 유별난 아이였다는 그. 17세 때는 모친이 운영했던 식당을 돕다가, 문득 자신의 가게를 창업해야겠다는 결심으로 2년 만에 1,800만 원을 모아 호프집을 창업했다. 그때 그의 나이 불과 21살이었다. 장사는 곧 잘됐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기 싫었다. 도전하는 것에 겁이 없었고, 과감한 추진력은 제대 후 더욱 빛을 발했다. 당시 1998년, 외식사업 중에도 석유배달사업을 시작해 월매출 천만 원에 달했고, 여름에는 얼음 배달 사업을 병행해 20대 초반에 청년사업가로 입지를 다지며 승승장구했다.
“힘든 시기도 있었습니다. 믿었던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25살 때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죠(웃음). 모아둔 돈을 모두 탕진하고, 30세 때 입사한 시공사의 부도로 인해 쓴 고배를 마시기도 했었고요.”
그러던 중 그의 눈에 뛴 산업은 육류시장. 바탕부터 탄탄하게 일을 배우고자 했던 그는 일명 사바끼라 불리는 육류의 뼈와 살을 분리하는 발골 기술을 터득하기 시작해 정육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렇듯 한우에 대한 지식을 쌓다 보니 식당 운영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 ‘한우천따지’다. 하지만 처음부터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2년 동안 매출은 없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단다.
“전세 보증금까지 모두 투자해 장유의 변두리 작은 점포에서 시작했어요. 거주할 곳이 없어 가족 모두 가게에서 숙식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방법으로 운영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숙성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고기도 고기지만, 함께 제공되는 반찬과 찌개, 된장 모두 와이프와 손수 준비하며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타고난 손재주와 감각으로 가게 인테리어는 물론 수비드(sous vide)머신까지 직접 제작한 김 대표.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1년 5개월이 접어들 무렵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고, 뒷골목에서 줄을 세우며 찾아가는 맛집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한우천따지의 수중 숙성 등심은 고기의 색이 한층 짙고 살결도 더 촘촘해, 부드럽고 풍부한 육즙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며 입을 모아 칭찬이다. 잘 절인 명이 나물과 곁들여도 좋고, 이곳의 특제 된장과 함께 먹어도 좋다고. 된장찌개도 예사롭지 않단다. 직접 담은 된장으로 끓여 구수하고 삼삼한 맛은 고기를 얹은 밥과 함께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오랫동안 찾아 준 단골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론칭한 점심 특선, ‘한우 전골’과 ‘육회’는 저렴한 가격 구성도 환호를 받지만, 9 찬이 나올 정도로 푸짐하고 정갈해 점심시간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올해 초에는 금방 도축한 한우를 뭉텅뭉텅 썰어내 양념장과 곁들여 먹는 ‘한우뭉텅이’(육사시미)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할만 하겠다. 
가맹점 문의가 지금도 꾸준하지만, 한우천따지와 같은 원육을 구하기도 힘들고, 또 수중 숙성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는 하지 않겠다는 김현호 대표. 그와 똑 닮은 아들, 김강민 군이 한우천따지 운영을 배우며 2호점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한우천따지 운영을 본격적으로 배우며 제대 후에도 함께 하고 있는데, 늘 열심히 따라 오는 모습이 뿌듯하고 대견합니다. 아버지는 인생을 돌아왔지만, 우리 아들은 직선으로 갈 수 있게 돕고 싶어요. 더 좋은 고기를 손님들에게 대접하겠다는 약속을 아들과 함께 끝까지 지켜가겠습니다(웃음).”  [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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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의 맛이 하늘에 이르러 그의 맛을 따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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