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최근 종영된 드라마-「동백꽃 필 무렵」의 인기로 촬영지인 구룡포가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구룡포는 예로부터 빼어난 절경과 황금어장으로 이름났다. 100여 년 전 일제의 수탈기지로 개발되었던 구룡포는 1,000여명의 이주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일본인 가옥거리가 그대로 남아있어 아픈 역사를 추억하고 있다. 한때 구룡포에서 일하던 어부들의 수만 어림잡아 수천이 넘을 정도로 번성했던 영화는 사라졌지만 이젠 이색적인 볼거리와 먹거리로 전국의 관광객을 유혹하는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과메기와 더불어 구룡포하면 떠오르는 특산품, ‘홍게’로 이색 짬뽕을 만들어 화제가 된 곳이 있다. 바로 「미운 우리 새끼」에서 이상민의 짬뽕 순례 맛집으로 소개돼 전국적인 화제가 된 짬홍이 그 주인공이다. 주간인물은 구룡포의 새로운 외식명소를 만들어가고 있는 조형제 대표를 마주했다. _박미희 기자


차가운 해풍이 불어오던 시린 11월의 끝, 구룡포에서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형제 대표를 마주했다. 금요일 오후 3시, 식사시간이 지난 느즈막한 시간에도 홍게짬뽕을 먹기 위해 줄서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구룡포 바다에서 건져낸 신선한 홍게를 쪄낸 모습을 보는 손님들의 표정에는 싱싱한 제철 물것을 맛보는 기대감이 어려 있다.

하루 평균 1,000여명이 찾는 외식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짬홍은 35년 동안 주방에서 청춘을 보낸 조형제 대표의 인생이 담긴 맛집이다. 포항 장성동에 한정식 전문점 안다미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그는 한식, 중식 가릴 것 없이 다방면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 주방장이다. 35년 외식업계에 몸 담아온 그의 주특기는 중화요리. 제대로 불맛이 살아있는 중화요리를 만들기 위해 그는 오늘도 불 앞에서 중화팬을 든다.
항상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선 주방장이 부지런해야한다”고 말하는 조 대표는 동트기 전 찬바람을 맞으며 신선한 홍게를 구해온다. 전국의 미식가들을 꿈틀되게 한 홍게짬뽕을 만든 계기도 구룡포가 키워낸 신선한 홍게 때문이다. “파닥파닥, 살아있는 이 게 좀 보이소. 이렇게 신선한 홍게를 딱 보자마자, 짬뽕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지요. 홍게 한 마리를 통째로 쪄 올리고, 홍게로 우려낸 시원한 육수로 홍게짬뽕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짬뽕 그릇 위에 떡 버티고 있는 홍게 한 마리를 보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라간 몸값 비싼 홍게를 짬뽕 한그릇만 시켜도 맛볼 수 있으니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매일 경매 받은 홍게를 쪄서 통으로 올리니 그 가격은 항상 시가다. 하지만 요즘 같은 제철에는 2만원 안팎이면 한그릇 뚝딱 할 수 있다는 게 후문이다. 달디단 홍게살을 발라 먹는 재미만큼이나 게딱지에 고소한 내장을 긁어 면과 함께 비벼먹는 맛도 일품이다. 청정해역에서 몸집을 키운 홍게는 그야말로 달다. 홍게만큼이나 푸짐하게 든 해산물들을 골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해 앞바다를 닮은 시원 칼칼한 짬뽕 국물과 쫄깃한 면발은 먹을수록 당긴다. 홍게도 홍게지만 중화요리 30년, 주방장의 깊은 내공이 담긴 탄탄한 짬뽕의 기본기가 느껴진다. 육수도 예사 육수가 아닌 듯한데, 홍게를 듬뿍 넣어 우려낸 비법 육수가 이집 비결이다. “고기로 육수를 내는 여느 짬뽕과 달리 홍게와 해산물을 사용해서 육수를 우려냅니다. 홍게는 불 조절을 잘 해야지, 자칫 잘못하면 육수가 비려져요. 홍게 특유의 단맛과 시원한 맛이 잘 우러날 수 있도록 적절한 배합과 불조절로 맛을 내지요.” 노련한 솜씨가 아니면 가르쳐 줘도 맛을 못 낸다는 홍게 육수. 육수를 내기 위해 하루에 4~50 마리의 홍게를 너끈히 쓸 정도로 좋은 재료에 아낌이 없다.
시중에 유통되는 홍게 가격을 생각하면 짬뽕 한그릇에 남는 이문이야 별 재미가 없지만, 신바람 나게 신메뉴를 개발하는 데는 재미를 느낀단다. 특산물로 지역의 명물을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찬 주방장의 생각 때문이다. 해산물을 모디(모아) 모디(모아) 끓어낸 모디국수를 응용한 ‘모디짬뽕’, 동해안의 쫄깃한 오징어를 통으로 올린 ‘통오징어 짬뽕’, 통통한 게살을 듬뿍 넣은 ‘게살볶음밥’도 모두 그의 오랜 고심 끝에 나온 작품이다. 전국의 미식가들의 회를 동하게 한 홍게짬뽕은 미우새 출연 전부터 이름이 났었다. 그러던 것을 TV 출연 이후로 더욱 불이 붙은 격, 요즘은 구룡포 해수욕장에 위치한 이곳에 주말이면 관광버스가 줄줄이 선다. 주말이면 하루 1,000명이 드나들며 북새통을 이룬다. 정신없는 북새통의 현장에서도 그는 셰프로서 요리의 품격을 지키고 있었다. 손님한테 나가는 한 그릇으로 모든 것을 말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후배 요리사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경륜이 느껴지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본디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셰프의 열정과 관심, 그리고 부지런함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직원들이 정말 고생이 많아요. 하지만 이렇게 손발이 착착 맞으니, 맛의 변화 없이 균일한 퀄리티의 음식을 내놓을 수 있죠(웃음). 멀리서 홍게짬뽕을 맛보기 위해 이곳까지 찾으신 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앞으로 구룡포에 오면 꼭 찾아가 봐야하는 맛집, 구룡포의 명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35년 베테랑 셰프의 열정이 담긴 맛, 동해안을 담은 시원한 짬뽕 맛을 보러 구룡포를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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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홍 전경

통오징어짬뽕

홍게짬뽕

게딱지에 비벼먹는 홍게짬뽕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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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새 - 이상민 짬뽕 순례 맛집」으로 더욱 화제! 구룡포를 집어 삼킨 ‘홍게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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