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숨 가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친구와 해지는 노을을 보며 고단한 하루를 이야기하거나 이른 새벽 출근길 몰려오는 피로를 쫓고 싶을 때 우리는 커피를 찾는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음료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로 자리하고 있다. 일상에서 커피를 찾는 순간이 느는 만큼 날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커피산업. 한집 건너 한집, 로스터리 카페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담은 커피로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 있다. 사람을 향하는 커피, 커피복지를 실현하는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주간인물은 커피로 더불어 행복해지는 세상을 여는 사람들,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의 브랜드 스토리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대구시 수성구 범어천로 153,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본점은 언제나 그윽한 커피향이 맴도는 곳이다. 7~10개 품종의 나라별 원산지 싱글 생두를 직접 로스팅해 핸드드립 커피를 내놓는 이곳은 본질에 충실한 스페셜티 커피와 독창적인 바레이션 커피로 인기를 얻고 있다. 2008년에 봉덕점을 오픈한 이후로 현재 수성구 범어천로 69에 로스팅공장을 겸한 직영 2호점을 냈고, 2020년 동성로에 직영 3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관광협회 ‘베스트카페’로도 선정된 이곳은 커피 마니아들이 인정한 스페셜티 전문 카페다. 수준 높은 커피만큼이나 이곳의 명성은 커피로 나눔을 실천하는 커피복지에 있다. 사회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커피교육, 후원사업을 펼쳐 커피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것.
이렇듯 작은 로스터리 카페에서 시작해 대구 커피인들이 인정하는 핸드드립 전문 카페로 발돋움하기까지 그 뒤에는 김현준 대표의 땀과 눈물이 있다. 김 대표는 선천성 장애를 딛고 커피 사업으로 성공한 젊은 CEO, 뚜렷한 커피 철학과 정도 경영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카페 문화가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장애라는 걸림돌을 딛고 꿈을 펼친 젊은 사업가에게 커피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저는 선천성 유리뼈를 갖고 태어났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저를 강하게 키우셨죠. 일찍 독립해 스물하나에 기업에 입사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바쁜 근무시간 중에 점심 때 마시는 커피 한잔이 주는 여유가 참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카페 사업을 하리라는 생각으로 서른에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아무래도 커피는 서비스업이다 보니, 제가 갖고 있는 장애가 걸림돌이 되더군요. 그때 저랑 뜻이 맞는 한 여직원을 채용해 카페를 열었고, 지금까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1년의 경력을 지닌 13명의 바리스타와 함께 카페를 키워오고 있어요. 처음으로 채용했던 여직원이 훗날 제 반려자가 되었고, 바리스타들은 저의 또 다른 가족이 되었습니다(웃음). 직원들 중 능력 있는 두 사람에게 각각 지분을 주었고, 지금은 2호점 대표, 본점 부대표로 활약하고 있어요.”



스페셜티, 핸드드립 전문점을 추구한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는 이내 커피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카페’, ‘정직하고 좋은 커피’를 내놓겠다는 원칙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커피는 요리와 같아요.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면 신선하고 좋은 원재료를 사용해 정성을 다해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죠. 좋은 커피 또한 신선한 원두와 바리스타의 정성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저희는 7~10개 품종의 나라별 산지 싱글 생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쓰고 있어요. 원두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컨디션이 떨어져요. 그래서 저희 바리스타들은 매일 원두의 분쇄 굵기, 물의 온도, 추출 속도 등의 변수를 파악하고 테스팅해서 그날그날 최상의 커피 맛을 잡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탕시럽부터 크림 등 작은 것 하나까지 직접 만들어 쓰는 핸드메이드를 추구하고 있어요. 더 좋은 커피를 내놓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호명을 ‘커피 맛을 조금 아는 남자’라고 지은 이유도 이 때문이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갓 따온 원두에서만 느껴지는 싱그러운 맛과 향을 간직한 핸드드립 커피만큼이나 독창적인 바레이션 커피도 인기다. 커피 본연의 맛과 레몬, 시나몬의 조화로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로마노커피’, 우유를 머신으로 스티밍하지 않고 밀크팬에 우유를 데워서 내는 ‘카페오레’ 등의 시그니처 메뉴가 대표적이다.

 이곳 커피 맛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소통과 공감의 문화’ 때문이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비결로 그는 ‘진정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를 들었다. “카페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손님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페를 하면서 손님들과 맺은 특별한 인연도 많았어요. 커피가 맛있어서 자주 찾은 단골손님이 많으세요. 그 중에는 제 결혼식에 참석할 정도로 애정을 가져주신 손님들도 있습니다. 11년이란 시간동안 함께 해온 손님들과 함께 성장한 셈이지요. 이런 애정을 담아 저희 바리스타들은 단골손님 한분, 한분의 취향을 반영해 커피를 만들어 서빙합니다. 손님이 좋아하는 농도와 드시는 스타일을 고려해 내놓는 커피 한잔, 그 맛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주는 손님들이 늘 감사하죠.”

그는 인터뷰 내내, ‘감사하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날로 오르는 인건비와 임대료로 어려울 법도 하건만, ‘늘 감사하다’는 그의 표현에 깊은 진심이 느껴졌다. 그건 창업 초창기부터 함께 꿈을 키워온 직원들을 향한 마음이기도 했다. “소자본으로 창업을 해서, 창업 초기에 직원들에게 많은 월급을 주기가 어려웠어요. 그때부터 다짐했죠. 훗날 잘되면 반드시 직원들에게 갚아야겠다고. 초창기엔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바리스타들이 정말 내 가게처럼 일 해줬어요. 좋은 커피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함께한 13명의 바리스타들이 제겐 가족이자 조커남을 말해주는 산증인입니다. 바리스타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보다 좋은 근로여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그런 취지에서 현재 직영 5호점을 여는 것을 목표로, 직원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밟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집 건너 한집 로스터리 카페가 생겨나는 요즘, 날로 높아지는 임대료에 빚을 내지 않으면 15평짜리 소규모 카페도 창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그는 먼저 경영을 해본 전문가로서 예비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창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커피에 관심 있는 대중들이 보다 커피를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홈바리스타 클래스, 심화반을 운영하고 있다. “그간에 카페 경영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실전적인 창업 교육을 하고 있어요. 원두납품부터 창업 컨설팅, 커피 교육까지 카페 창업에 관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자본으로 성공창업에 도전하는 예비 창업주들, 바리스타로 꿈을 키우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1년 동안 커피 사업에 매진해온 김현준 대표. 그는 장애란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아 딛고 일어섰다. 창업 초기 그의 곁을 지켜준 아내와 두 자녀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뤘고, 바리스타들과 함께 꿈을 키우는 튼튼한 터전을 일궜다. 또한 커피로 많은 청년들과 사회소외계층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커피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청각장애인, 꿈앤꿈청소년창의센터 커피 교육을 통해 ‘커피로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건강한 두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룬 것이 제겐 정말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로 만난 인연으로 단란한 가정을 이뤘고, 커피로 만난 사람들도 보다 성숙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장애인이 커피를 한다’가 아닌 ‘커피를 하는 사람 중에 장애인이 있었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제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준 커피, 이젠 많은 사회구성원들과 ‘커피로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고 싶어요. 앞으로 커피복지사업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2008년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봉덕점 / 범어본점 오픈
•2014년 골든커피어워드 ‘The Best Coffee’ 은상 수상
•2015년 BAOK(Barista Association of Korea) Finalist
•2016-2017년 대구 커피박람회 로스팅챔피언쉽 심사위원
•2017년 대구시 음악문화포럼 운영이사 위촉
•2017년 대구시관광협회 베스트카페 임명패 수여
•2017년 대구시관광협회 상임이사 위촉
•2018년 골든커피어워드 ‘The Best Coffee’ 동상 수상
•2018년 RoTc(Roasting Technician Championship) 경상도 부문 우승
•2018년 월드아로마스터챔피언쉽 8위 수상
•2014년~2019년 대구 로스터리연합회 C.ROAD 부회장 / 감사 연임
•2019년 대구 커피&카페박람회 대구 커피챔피언쉽 위원 위촉
•2019년 제2회 경상 로스팅 테크니션 챔피언쉽 부위원장
•2019년 로스팅 테크니션 챔피언쉽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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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행복한 세상 만들기’ 아름다운 카페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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