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빠사삭, 부스러지는 식감과 촉촉한 육즙을 머금은 고소한 돼지고기의 맛. 돈까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산에서 한번쯤 맛봤을 이 맛은 34년 동안 한우물 경영을 해온 김재경 대표의 손끝에서 나온다. ‘정직한 음식으로 승부하겠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해온 이곳은 최근 식약처 위생등급 좋음을 받아 다시금 그 저력을 증명했다. 주간인물은 정직한 음식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외식명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부산역 앞에 있는 경양식달과6펜스는 1985년 연산동에서 시작한 34년 업력의 돈까스 맛집이다. 삼한기업에 근무하며 출장차 해외를 오갔던 김재경 대표는 외식업에 비전을 보고 부산에서 경양식전문점을 열었다. “미국에서 요식업 관련 일을 하면서 외식업에 비전을 보았죠.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경양식 전문점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감명 깊게 읽었던 명작, 윌리엄 서머셋의 달과6펜스에서 이름을 따 업장을 열었습니다. 경양식 돈까스 전문점을 운영해 온지 34년, 오로지 한길만으로 보고 걸어온 시간만큼 그간 맺어온 손님들과의 각별한 인연이 많아요.”


▵  성악가 김동규 씨와 함께. 그가 남긴 그림과 글

부산에서 가장 오래, 가장 맛있게 돈까스를 내놓는 맛집으로 정평이 난 이곳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생 등급 좋음(GOOD) 판정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식약처의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통과해 개별 업장으로 이례적으로 위생 등급 좋음 판정을 받은 것. 오래된 노포는 맛있지만 지저분하다는 편견을 깨고 철두철미한 위생관리로 다시금 그 저력을 인정받았다. “식약처 직원들이 ‘돈까스를 튀기는 주방이 이토록 깨끗한 곳은 처음 본다’며 ‘거의 호텔 수준’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그간 내가,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심정으로 철두철미하게 위생관리를 해왔어요. 하루 이틀, 청소해서는 이처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없죠. 매일을 한곁같은 마음으로 온직원이 위생관리에 힘써왔습니다.”
부산 대표 돈까스 맛집, 가장 오랫동안 부산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곳의 맛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성악가 김동규를 비롯해 국내외 유명 연예인들과 명사들이 찾는 부산 맛집으로 이름이 난 것.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로 긴 줄을 이을 정도다. 34년간 내려온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첫째로 신선한 원재료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재료만큼은 최고를 고집하고 있어요. 1등급이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 게 저의 원칙이에요. 돼지고기도 포크밸리의 신선육 등심을 쓰고, 치즈도 100% 천연 임실치즈를 고집합니다. 그리고 토스트용 식빵을 직접 갈아서 습식 빵가루를 만들어 쓰고, 계란도 신선한 계란을 골라서 써요. 이렇듯 좋은 재료를 구하는 정성을 담아 돈까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좋은 재료만큼이나 이곳의 독특한 돈까스 맛의 비결은 차별화된 조리법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두드려서 돈까스를 만드는 다른 곳과 달리 저온 숙성을 통해 풍미를 끌어올린다고. “저희는 두드려서 돈까스를 만들지 않아요. 신선한 生 돼지고기 등심을 잘 숙성해서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을 내죠. 그리고 시중에 나온 소스를 사용하지 않고 3시간 동안 루를 끓여 소스를 직접 만듭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듬뿍 넣어 우려낸 깊은 소스의 맛, 숙성을 통해 풍미를 더한 돼지고기 맛이 저희 돈까스의 맛의 비결이죠.”


▵  창업 초기 김재경 대표


돈까스에 인생을 담은 남자, 김재경 대표. 그에게 경영철학에 대해 묻자, 그는 “음식은 무엇보다 정직해야한다”며 자신의 지론을 밝혔다. “요식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았죠. 요즘처럼 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거나 물가가 올라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했어요. 어려울수록 되레 손님들에게 더 잘하자는 게 저의 경영신조에요. 그렇게 만족하신 손님들이 다시 손님들을 모시고 오시고, 그렇게 흘려간 세월과 더불어 손님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도중 그에게 그동안 다녀간 손님들의 수에 대해 묻자, 그는 “34년간 튀겨낸 돼지고기를 쌓으면 산을 이루고도 남을 것”이라며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뜨거운 기름이 튀어 다친 상처만큼이나 오랫동안 그의 가슴에 남은 많은 손님들. 기억에 남는 손님에 대해 묻자, 부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초등학교 때 먹었던 돈까스 맛을 잊지 못해, 회사원이 돼서 정장을 입고 다시 찾은 손님부터, 아이들 손을 잡고 다시 찾는 손님들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저희를 찾아준 많은 손님들 한분 한분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죠.”

34년 전 열정 그대로, 그는 아내 김두연 씨와 딸 김영선 씨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한평생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을 내놓기 위해 땀흘려온 부부를 지켜보고 자란 딸 김영선 씨는 부모님의 뒤를 잇기 위해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다.
“멀리서 돈까스를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며 이대로 안주하기엔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34년 간 부모님이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 가업을 잇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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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 위생등급 좋음(GOOD) 34년간 이어온 부산 대표 돈까스 맛집 한우물 경영으로 이어온 장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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