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카페에서 칼국수를 먹는다? 세련되고 깔끔한 공간에서 내놓는 제대된 칼국수로 화제가 된 업장이 있다. 당근즙을 넣어 자가제면한 칼국수와 푸짐한 왕만두, 매일 직접 담근 김치와 꼬마김밥을 한상에 맛볼 수 있는 배가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주간인물은 칼국수의 색다른 변신을 이끌어낸 젊은 외식경영인, 배승화 대표를 취재했다. _박미희 기자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해변로 348-1 번지에 위치한 배가왕 본점은 칼국수 맛있기로 소문난 맛집이다. 1층은 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매장이, 2층은 배승화 대표가 DJ로 활동하던 당시 모아둔 LP판을 들을 수 있는 LP판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칼국수 카페’라는 참신한 컨셉으로 사랑받고 있는 배가왕은 수변공원 본점을 비롯해 송정점, 연제점 등이 성업 중에 있다.



소화가 잘 되도록 당근즙을 넣어 자가제면한 쫄깃한 면발, 멸치, 갖은 야채를 넣어 매일 2시간 이상 푹 우려낸 깊은 육수, 속이 알찬 만두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입맛을 당기는 꼬마김밥, 갓 담근 깔끔한 김치까지……. 좋은 재료로 만든 알찬 메뉴로 사랑받고 있다. 

칼국수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을 깨고 ‘칼국수 카페’라는 컨셉으로 참신한 외식 브랜드를 만든 배승화 대표는 자수성가형 CEO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고생을 몰랐던 그가 외식업을 시작한 건 6년 전. 부부가 운영하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삶의 고비를 맞이했던 순간부터였다. 재기에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18평짜리 칼국수 가게는 그에게 인생을 가르쳐주었다고.
“전 원래 칼국수를 싫어했어요. 소화도 잘 안 되고, 밀가루 냄새가 나는 칼국수가 입맛에 맞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사업 실패를 겪으며 재기를 노릴 때,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칼국수 장사였어요. 기장역 삼거리에 18평짜리 작은 가게를 얻어 칼국수 장사를 시작했죠. 하지만 면을 다루는 것이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어떤 날은 면이 풀어지고, 어떤 날은 면이 딱딱해지고... 고민 끝에 밀가루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볼 정도로 오랜 시간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소화가 잘 되고 밀가루 냄새가 덜 나는 면을 만들기 위해 당근즙을 넣어 지금의 레시피를 완성하게 됐어요. 매일 새벽녘에 일어나 밤늦도록 열심히 일한 아내와 제가 이름을 걸고 만든 가게가 바로 배가왕이에요.”


직접 뽑아 쫄깃한 면발, 구수하고 깊은 육수 맛에 18평 작은 가게는 손님들이 줄서는 대박 가게로 거듭났다. 여기저기 사업 제의가 오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다하는 노포들도 기죽게 하는 맛, 하지만 배 대표는 성공 요인으로 맛만 꼽지 않았다. “저는 ‘음식점은 맛, 서비스, 분위기만 좋으면 무덤가에서도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음식 맛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친절한 서비스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직원들 한명, 한명에게 서비스 교육을 직접 하고 있어요. 업장도 일반적인 칼국수 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에 업장을 열었어요. 예를 들어 송정 구덕포에 문을 연 송정점도 칼국수 집을 열기엔 어려운 자리죠. 하지만 송정바다를 끼고 있는 구덕포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위치라 과감히 선택했습니다.”


기장, 송정에 이어 최근 자리를 옮겨 문을 연 수변공원 본점은 보다 색다른 분위기다. 1층에서 칼국수를 먹고 2층에선 LP판을 들으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 이미 인근 회사원들 사이에서 점심시간에 찾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난 이곳은 그의 애정이 많이 담긴 곳이다. “사업이 어려웠을 때도 LP판은 팔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어요. 약 1만 여점 정도의 LP판을 소장하고 있고요. 점심시간에는 제가 직접 디제잉을 해요. 1층에서 맛있게 칼국수를 드시고, 2층에서 좋은 음악을 듣고 오후를 보내는 에너지를 충전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웃음).”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부부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 칼국수 한 그릇. 원래는 칼국수를 싫어했다는 그는 지금 어떨까. “매일 점심마다 칼국수를 먹는 게 생활이 됐어요(웃음). 내가,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정직한 음식을 만들자는 것이 배가왕의 철학입니다. 건강한 먹거리, 정성이 담긴 칼국수로 손님들을 대접하겠습니다!”

부산에 오면 찾아가봐야할 칼국수 맛집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배승화 대표. 칼국수 한 그릇에 인생을 담은 그들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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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판 들으며 칼국수 먹어요!” 칼국수의 세련된 변신 - 배승화 배가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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