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수제 베이커리의 향긋한 냄새가 온 매장을 가득 채우는 나튀렐45. 오픈 키친 형태의 제빵실에는 6명의 전문 파티셰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 위치한 이곳은 베이커리 맛집으로 유명해 빵 하나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모여든 사람들로 늘 분주하다. ‘건강하게 만든 따뜻한 빵이 제일 맛있다’라는 소신으로 '밥심(心)' 대신 '빵심(心)'이란 말이 아깝지 않은 곳, 나튀렐45의 제과기능장 정영기 오너 파티셰를 만나보자. _김정은 기자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던 찰나 취재진을 향해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정영기 대표. 그는 대한민국 제과 기능장이자 나튀렐45의 오너 파티셰로 26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제과 기능장이다.  
“‘나튀렐45(NATUREL)’는 자연이라는 뜻의 불어로 건강함을 상징하고 있으며 뒤에 숫자는 이곳의 번지수입니다(웃음). 좋은 재료로 만든 맛있는 빵을 모토로, 천연 발효종을 고집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워도우(효모균을 이용한 발효반죽)로 숙성한 고급 베이커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가게 곳곳을 빛내고 있는 화려한 수상 경력 중 가장 보람되었던 경연을 묻자 정 대표는 (사)대한제과협회 주최, 2017 프로 제빵왕 경연을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 제빵왕 대회는 지역에서 선별된 우수 제빵사들만 참가할 수 있는 저명한 대회로, 2년에 한 번 전국을 무대로 하는 라이브 경연이다. “지역에서 선수를 선출하기 때문에 실력은 물론, 지역사회에 공헌 한 인물을 대상으로 참가 자격이 주어져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대회였습니다.”
2017 프로 제빵왕 최우수상을 수상, 제과기능장으로도 알려진 그가 제빵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시작과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엄선된 재료와 양질의 시설 
건강하게 만든 따뜻한 빵이
제일 맛있다는 변치 않는 소신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경영인이 되고파 


“취업을 고민할 당시 우연한 기회로 제빵을 접하면서, 1992년 19세에 부산에 위치한 제과제빵학원을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부산 광복동에 위치한 대형 제과점에 취업 했는데, 급여도 작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배웠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제대를 한 후에도 제빵에 대한 미련을 놓을 수가 없더군요(웃음).” 견문을 넓혀 기술을 더욱 다져야겠다고 다짐은 한 그는 1998년 남해대학교 제과제빵학과에 입학했다. 제1회 졸업생이기도 했던 정 대표는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 입사, 안정된 직책과 여건에도 간단한 디저트를 만드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저는 윈도우베이커리(제품 생산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독립 경영 형태)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물론 기술자로서 역량도 중요했지만, 경영을 목표로 내실을 쌓고 싶었습니다.” 일찍이 사업가로서 포부를 가진 그는 실력과 운영에 대한 내실을 다지고자, 창원에 위치한 롯데마트 내 제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매출 신장을 거듭하며 김해 장유와 마산의 롯데마트에서도 제과장으로 부임해 월등한 매출 신장을 기록, 전국 100여 지점 중 우수사원으로 선발돼 일본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사원으로서 뿌듯하고 보람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사업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꾸준히 메뉴편성 기획에 몰두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2010년 하나로마트 내 입점을 허가 받게 되었습니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로 7년 간 사업을 영위하며 매출을 높였다. 하지만 이윤은 낮았다. 이유는 제빵시설과 기계, 재료 투자에 아끼지 않았기 때문. “주변에서는 이해를 못 했지만 저는 당연하게 생각해요. 기술만큼 중요한 게 재료와 시설입니다. 좋은 재료로 맛을 끌어낼 수 있는 실력, 그리고 그 실력을 발현해 낼 수 있는 시설에 지원해야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어요.” 그의 바른 고집은 곧 맛으로 입증되었고 손님들은 몰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안주할 그가 아니었다. 2년 전 지금의 나튀렐45 위치로 사업장을 확장한 것. 당시 주변에 상권이 전혀 없었지만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들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모일 것이라 확신했다고. “솔직히 1년 동안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루 20명 정도 오셨으니... 문을 닫을 고민까지 했죠(웃음).” 위기를 기회로 또다시 기지를 발휘한 그는 전국의 유명 제과점은 모두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맛과 기술에는 자신이 있던 터라 대형제과점을 제외한 특색 있는 제과점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배움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 인제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마산대학교에서 후배를 양성하기 위한 강의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점차 나튀렐45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시작했고, 점차 입소문과 SNS로 번져 지금은 하루 평균 120여 명의 손님이 몰린다. 비결은 제과 디자인에 나튀렐45만의 색을 입힌 것.
그러나 처음 오픈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것은 ‘건강하게 만든 따뜻한 빵이 제일 맛있다’라는 그의 소신. 하루 1~2번 빵을 굽는 방식이 아닌, 소량씩 필요한 빵을 계속 구워낸다. 또한 최고급 밀과 국산 쌀, 무염 버터, 동물성 생크림, 천연 발효종 등 최상의 재료를 엄선해 고급 빵을 만든다. 때문에 건강한 빵이 될 수밖에 없고, 고급화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환호를 받고 있다. 이곳의 자연치즈 고메버터로 만든 ‘버터 브레첼’과 프랑스 버터와 밀을 사용한 ‘크루아상’, 쌀 식빵이 최고 인기메뉴로 꼽힌다. 이어 모든 빵은 당일 생산해 당일 판매하고 있으며 10년 넘게 남은 빵은 장애인을 위해 기부하는 착한가게이기도 하다. 이어 지역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1년에 3회 빵과 케이크를 지원하고 있다.
이윤을 계산하는 장사보다는 경영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정영기 대표. 어려운 이웃을 챙기며 베푸는 삶을 실천하고, 직원들이 발전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해 후배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기분 좋은 계획을 전했다. 


•남해대 호텔제과제빵과 졸업
•대경대학교 세계호텔 제과제빵과 전공심화졸업
•동경제과학교 수료
•인제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전 경남도지회 기술분과 위원
•전 마산대학교 바리스타과 외래교수
•제과제빵 기능사
•제과기능장
•위생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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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건강한 빵, 고급베이커리의 풍미를 전하다 - 정영기 나튀렐45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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