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최근 들어 한옥카페는 이색적인 분위기로 한창 떠오르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양옥과는 또 다른 매력의 한옥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랫동안 머무를수록 그 매력이 더욱 깊어져 다양한 연령대에 사랑받는 중이다. 울산 울주군에는 한옥의 푸근한 정취와 함께 아름다운 전경은 물론, 눈이 즐겁고 입은 더 즐거운 메뉴의 향연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옥카페가 있다. ‘카페 농도’가 다름 아닌 그 주인공이다. 주간인물은 농도의 모든 것을 직접 일궈온 황수경 대표를 만나 그녀의 짙은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_김미동 기자


카페 농도에 들어서는 순간 숨이 멎게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졌다. 등억저수지를 끼고 자리한 덕분에 햇빛이 내려앉아 반짝반짝한 수면 옆으로 멋스러운 한옥과 나무들이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예스럽고도 현대적인 감각의 농도는 오픈 후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이 찾는 울산 대표 한옥카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모두 황수경 대표의 남다른 감각 덕분이라고. 황 대표가 카페 농도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했다.



“사실, 아주 오랫동안 한식당을 해왔어요. 자식들을 모두 키우고 일을 쉬면서 천연염색이나 다도 등을 배우기 시작했죠. 그런데 무척 재밌더라고요. 무엇보다 다시 일하며 활기차게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농도’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양옥이 아닌 한옥으로 카페를 구상한 이유 또한 남달랐다는 그녀. “어릴 적 부모님과 놀러 갔다가 한옥 처마 아래에서 비를 피한 적이 있어요. 그때 비 내리는 추녀 끝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꼭 한옥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한옥은 세월이 지날수록 고택의 멋들어짐이 있고, 정취가 있어요. 이곳을 업장으로 삼으면 그 매력을 함께 나눌 수 있잖아요. 많은 분을 초대할 수도 있고요.”

“꿈꾸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다만 반드시, ‘꾸준히’ 노력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예정입니다. 처음에는 막연한 것들에서 시작했다면 이제는 그 틀을 좁혀나갈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카페 농도는 커피뿐 아니라 계절에 따라 바뀌는 꽃차, 전통차, 수제 단팥죽, 그리고 비빔밥 등으로 소담한 매력을 뽐낸다. 황수경 대표가 카페에서 ‘비빔밥’이라는 점심 식사 메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보통 식사 후에 카페를 찾잖아요. 그럼 돈이 두 배로 들거든요. 그래서 손님들께 간단한 식사 메뉴와 차를 함께 내드리고 싶었어요. 메뉴를 정하려고 고민을 정말 많이 했죠. 요기가 되면서 카페에 냄새가 배지 않는, 현실적인 메뉴가 필요했어요. 전국을 돌면서 호불호가 없고 특별하기보단 부담 없는 메뉴를 찾아다녔습니다.”



농도 비빔밥은 요식업에 오래 몸담은 황 대표의 노하우와 부단한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언양의 특색을 살려 익힌 불고기를 다시 볶아 감칠맛이 나고, 고추장 대신 나물에 간을 맞춰 자극적인 맛을 줄였다. 다시마물로 밥을 짓는 것 또한 간을 맞추기 위해 황 대표가 고안해낸 방법이다. 영양소 많은 생나물과 위장보호를 위한 양배추가 건강을 채운다. 고명으로 올라가는 삶은 달걀은 비린내 제거를 위해 토치로 한 번 굽는다고. 언양 미나리로 만든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은 김치의 허전함을 메워 준다. 비빔밥 한 그릇과 국, 수제 다식, 차 한잔으로 이루어진 농도 비빔밥은 정성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덕분에 하루 전 예약을 받는 물량과 함께 여유분을 준비해놓지만 매일 매진행렬이고, 처음엔 의아해하던 손님들도 그 정성과 맛에 흠뻑 빠져드는 것은 물론이다.

농도에서 취급하는 꽃차는 모두 황수경 대표가 각 청정지역에서 직접 꽃을 공수받아 제다(製茶) 과정을 거친 뒤 손님상에 올려진다. 계절에 따라 나오는 꽃이 다르기 때문에 재료가 한정적이고, 꾸준히 작업해야 한다고. 형형색색의 꽃차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했다. “모든 꽃차가 다 맛있는 건 아니라서 꾸준히 선별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꽃마다 법제 방법과 제다 방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메뉴판이 바뀐다는 농도. 황 대표가 메뉴를 개발하면 직원들이 모두 함께 시식 후 부족한 점을 채우고 과한 점을 덜어낸다고. 메뉴의 양과 맛, 플레이팅 상태에 대한 의견을 종합하고 조정하여 메뉴에 올려진다. “직원들이 감각이 참 좋아요. 뿐만 아니라 일에 재미를 느끼는 친구들이라 화합이 좋고 손님들께도 친절하죠. 손발이 잘 맞는 덕분에 저는 일에만 매진할 수 있어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카페 농도에는 황수경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이 없다. 소담한 메뉴 구성은 물론 정취 있는 한옥 또한 황 대표의 실력이다. 설계부터 시공, 인테리어까지 그녀의 감각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면서 편리하고 현대적인 감각이 엿보이도록 디자인했어요. 자연에 눈이 가도록 너무 많은 소품은 올리지 않고, 액자 대신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통유리를 두었고요. 담소를 나누고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힐링의 장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제 업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여기까지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늘 감사하고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기쁘고, 더 만족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카페 농도의 성장을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성장해야 한다는 황수경 대표. 덕분에 그녀는 매일 쉴 틈 없이 배우고 익히는 중이다. 아침이면 가장 먼저 출근한다는 황 대표는 저녁이면 차분히 내려앉은 농도의 풍경이 가장 좋다며 농도에 대한 애정을 엿보였다. “집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게 됩니다.”

이름처럼 짙은 카페 농도에서 황수경 대표의 짙은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녀의 열정 있는 오늘과 미래를 주간인물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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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경 카페 농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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