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치이익~~’ 선홍빛 양곱창이 불판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구워져간다. ‘쫀득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입안 한가득 퍼진다. 하루 종일 쌓인 스트레스가 싹 달아나는 인생 맛. 허전한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채우는 양곱창은 서민들의 소울푸드다. 다소 거친 남자들의 음식으로 기억되는 양곱창을 보다 깔끔하고 세련되게 전하는 집이 있다. 40년간 양곱창 장사를 해온 어머니의 손맛을 이은 장박사양곱창이 그곳이다. 그곳에서 정직한 음식을 만드는 사람, 이원식 대표와 마주했다. _박미희 기자


양곱창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장박사양곱창은 신선하고 가성비 좋은 소내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부산 서면에서 시작해 40여 년 동안 양곱창 장사를 해온 어머니, 장부일 씨를 이어 아들 이원식 대표가 그 손맛을 잇고 있다. 13년 전, 부산 센텀시티에 본점을 낸 후 8년 전, 연산동에 2호점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입맛 까다로운 부산시민들의 입맛을 맞추며, 꾸준하게 사랑을 받아온 비결은 무엇일까. “음식점은 ‘재료’, ‘정성’, ‘청결’, ‘서비스’, 이 4가지를 갖춰야 성공할 수 있어요. ‘이문을 따지지 않고, 우리 집에 온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고 있어요. ‘사장님, 정(情) 때문에 음식이 더 맛있다’며 칭찬하는 단골손님들을 보면 힘이 나요(웃음).”


한쪽 벽면을 채운 유명 인사들의 친필 싸인과 언론보도 스크랩, 다녀간 손님들이 남겨둔 방명록만 봐도 이곳의 명성을 알 수 있다. 전국구 양곱창 맛집이 몰려 있는 부산에서 독특한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장박사양곱창. 이 집처럼 위(첫 번째 위인 ‘양’과 넷째 위인 ‘막창), 대창(대장), 곱창(소장), 염통(심장) 등 구이용 소내장을 두루 내놓는 곳은 드물다. 대게는 소내장을 손질하는 공장에서 받아서 사용하기 마련이지만 이 대표는 모든 내장을 직접 손질해서 손님상에 내놓고 있다. 국내산 한우 생(生)고기를 사용하는 이곳은 도축장에서 소를 잡는 사흘 동안(화요일~목요일)에만 고기를 받는다. “소내장은 쫄깃한 식감과 고소하고 진한 풍미가 뛰어나지만, 특유의 냄새는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다듬고 씻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깨끗한 찬물에 두 번을 헹구고, 밀가루를 써서 깨끗하게 진액을 제거해요. 그리고 굵은 소금으로 빡빡 닦고, 마지막에 원두커피를 써서 잡내를 잡아요. 이렇게 5번을 깨끗하게 씻어내면, 특유의 누린내가 없는 맛있는 소내장을 손님상에 낼 수 있어요.”

소 내장을 받아 세척하고 기름기와 막을 제거해 다듬는 과정에는 많은 수고가 든다. 장사가 끝난 새벽부터 서너 시간을 같은 자세로 고된 작업을 하다보면 어느새 어깨가 뻣뻣하게 굳는다. “어깨 근육이 탈이 나서 힘들죠. 조그만 염통에 있는 기름덩어리와 막을 제거하려고 애쓰다보면, 눈이 빠질 것 같아요. 하지만 ‘서걱서걱 씹히는 것 없이 쫀득하게 넘어가는 염통은 처음’이라고 감탄하는 손님들을 보면 보람되죠(웃음).”

이 집은 연육제를 쓰지 않고 파인애플로 만든 특제소스를 버무려 저온 숙성을 한다. 잘 손질한 신선한 소내장은 선홍빛 색깔을 띤다. 부드러운 곱이 살아있는 곱창, 튼실하게 안이 꽉 찬 대창은 어디서 쉽게 볼 수 없는 비주얼이다. 직접 손질하는 집에서만 낼 수 있다는 스지가 눈에 띈다. “곱은 단백질이어서 냉동실에 들어가면 녹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야채를 넣은 곱창도 시중에 많죠. 이렇게 부드러운 곱이 살아있는 곱창, 튼실한 대창은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그가 개발해 특허출원 중인 곱창라면은 서비스다. 스시로 구수한 맛을, 콩나물로 시원한 맛을 낸 국물과 푸짐히 올라간 곱창이 맛깔나다. 치이익~~ 열이 한껏 오른 팬에 다양한 부위를 알맞게 구워주는 직원의 정성스런 손길이 분주하다. 부위별로 맛이 다른 소내장을 먹는 재미는 쏠쏠하다. ‘쫄깃쫄깃’, 씹을수록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풍미는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특양, 대창, 곱창, 소막창, 염통, 스시 등 부위별로 즐기는 한 상의 즐거움. 그럼에도 가격은 만드는 이의 정성에 비해 가볍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양곱창을 먹으러 왔던 소년이, 어엿한 청년이 되어 친구들과 회포를 풀기 위해 찾는 집, 가족외식으로 주저함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정갈한 양곱창집을 만들고 싶어요.”

성실한 주인장의 인건비를 아껴 좋은 가격으로 소내장을 내는 집,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는 푸근한 정(情)이 느껴지는 정박사양곱창으로 가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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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식 장박사양곱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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