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홍차는 정통방식으로 찻잎을 끓여 격식 있고, 우아하게 마셔야 할 것 같아 홍차 문화가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홍차를 골라 편안하고, 쉽게 홍차를 즐길 수 있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홍차가 생활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대중적이고 캐주얼한 맛과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으로 홍차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 있다. 바로 양산의 홍차왕자본점이다. 밭으로 이어진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가다 보면 탁 트인 전경 속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연상되는 기와를 얹은 홍차왕자의 빈티지한 외관이 드러난다. 러프한 시멘트 벽돌과 콘크리트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독특한 내부로 들어가 홍차왕자의 신혜련 대표를 만나보았다. _김미동 기자


양산에 본점을 두고 있는 홍차왕자는 2001년, 부산 서대신동 성당 앞의 작은 홍차 전문점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당시 1살배기였던 아들의 닉네임에서 시작된 홍차왕자라는 상호가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신 대표. 특색 있는 심볼과 로고는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던 신 대표의 남편과 직원들이 함께 아이디에이션하고 디자인하여 상표 출원한 뒤 상표권을 갖고 있다.
신 대표가 홍차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원래는 회사에서 A/E와 영업파트를 맡고 있었어요. CF나 영상물제작을 기획하기도 하고, 편집이나 더빙이 있을 때는 출장도 많이 다녀야 하는 직업이었죠. 하루는 십이지라는 의류브랜드 촬영을 서울 압구정동에서 하게 되었는데, 그날은 폭설로 기온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날이었어요. 그때 우연히 멀티샵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 1층에서 위타드 홍차 시음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먹었던 차가 위타드 오리지널티라는 명칭으로 지금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티백에서 느껴지는 쓴맛이나 텁텁함 없이 주변을 녹여버릴 정도로 부드럽고 온화한 맛이었어요. 그 이후 당시 서면 태화백화점 2층에 있던 글로리아 진스에서 티팟과 차를 사서 마시기도 하고,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날 이후 별다른 준비 기간 없이 오픈한 홍차왕자는 매출과는 무관하게 홍차를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12년 이상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자녀의 학업과 남편 사업의 확장 등을 이유로 잠시, 홍차와는 무관한 삶을 이어가게 되었죠. 그러나 항상 마음속에서 완성하지 못한, 혹은 지속하지 못한 홍차왕자에 대한 미련과 애정이 사라지질 않았어요. 마치, 첫사랑에 대한 미련이나 아픔 같은 것이었겠죠. 항상,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오듯이 꿈은 이루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처럼 양산 홍차왕자 본점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음료도 음식이고, 맛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홍차왕자의 밀크티는 진하고, 달콤하다. 슈거프리가 대세인 요즘,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사람의 입맛은 모두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은 취향을 떠나서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부족하다면 끊임없이 수정해서 최선의 맛을 잡아야 할 것이고, 좋은 맛이라 할지라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 홍차왕자는 새로운 심볼과 함께 새롭게 시작했다. 좀 더 단단해지고, 단순해지고, 달콤해졌다. 티 세팅보다는 캐주얼한 영국식 오피스문화를 지향한다.
“대신동 홍차왕자는 영국식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정통방식의 인테리어였다면, 양산은 격식 없이 홍차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스트레이트티를 원하시면 또한 그대로, 거기에 설탕이나 시럽, 꿀을 원하시면 원하시는 대로 격식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차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홍차왕자입니다. 밀크티는 차첸탱 방식이든 냉침방식이든 차의 종류와 계절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도, 밀크티 우리는 방식과 종류는 계속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모든 음료 또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맛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모든 맛이 어우러져,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맛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홍차왕자의 작은 소신입니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다


양산 홍차왕자는 3년이나 비워져 폐가처럼 을씨년스러웠던 장소를 신 대표와 그의 남편이 6개월 동안 공사를 이어가면서 완성한 공간이다. 자연에 둘러싸인 숲 한가운데에 기와를 얹은 빈티지함이 고급스러움을 주고, 건물 외벽과 조명, 소품 등에서 그들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카페 내부 곳곳에 보이는 토끼 그림과 인형들은 홍차왕자의 모델이 된 아들이 토끼띠인지라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 접목이 되었고, 공사 때부터 자리 잡은 길냥이는 자연스레 홍차왕자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특히, 세미텀블러 형식으로 제공되는 잔은 식품위생안전 인증을 받은 인몰드 사출 방식으로 개발된 PP소재를 사용하여 환경문제까지도 생각하였습니다. 가져가서 사용하다가 다음 방문 때 음료를 그 잔에 담아가면 500원을 할인하는 것도 홍차왕자만의 특별한 마케팅이벤트입니다. 양산 덕계의 겨울바람을 맞으며, 과연 공사가 끝이나 날까 하던 이곳에 눈이 내리고, 벚꽃이 피고 또 벚꽃이 지는 사이에 가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티백을 우려 하루에도 열 잔씩 홍차를 마시며 업무를 본다는 영국인들처럼, 그냥 머그잔에 툭 티백을 던져 넣어도 각자의 느낌과 차향의 홍차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실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양산 홍차왕자 본점은 밀크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료와 직접 만드는 브런치 메뉴와 스콘, 크로아상 등도 정직하고 건강한 맛으로 사랑받고 있다. 앞으로는 홍차왕자를 이용한 제품개발에도 힘쓸 예정이며, 올해 파종을 놓친 밭에는 내년 봄 라벤더를 파종하여 조그마한 산책로를 만들고, 전시갤러리와 작은 공연을 기획하여 유치할 계획이라는 신 대표. 이곳이 누구나 쉬고 싶을 때 찾아와 여유와 자신을 찾고 돌아갈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2001년 4월 가오픈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달려왔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믿고 도와준 남편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신동 홍차왕자의 명맥을 이어주시고, 앞으로도 그 이름을 지켜주실 저의 지인이자 홍차왕자의 오랜 지킴이이신 대신동 홍차왕자 사장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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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홍차’를 먹을 때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양산 덕계 홍차왕자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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