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 대지에서 쉬어가는 언덕, 오롯한 쉼이 있는 ‘지중서원(地中屖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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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중서원이 제10회 경주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경주시 건축상은 건축가와 건축주의 자긍심을 높이고 아름다운 건축문화도시 구현을 위해 지역 내 우수 건축물에 수여하는 상이다. 2년마다 대상 건축물을 선정하고 시상한다.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지중서원은 산꼭대기로부터 내려온 능선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도록 한 대지 구성과 ‘땅’, ‘하늘’, ‘물’의 자연의 조화가 아름다운 공간구성이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주간인물은 우수 숙박업소로 지역 건축문화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지중서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삼국통일의 꿈을 이룬 문무대왕. 

경주 감포는 ‘죽어서도 동해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라는 문무대왕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경주 감포항과 보문관광단지 사이, 경주 감포읍 노동길에 ‘지중서원’이 있다. ‘대지에서 쉬어가는 언덕’이란 뜻의 지중서원은 자연의 품에 안겨 오롯한 휴식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대지에서 쉬어가는 언덕’이라는 이름처럼 산꼭대기로부터 내려온 능선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도록 대지를 구성했다. 이곳은 처음 방문한 사람은 입구를 찾기 어렵다. 멀리서 보았을 때 담인지, 건물인지 쉽게 구분이 되지 않는 것. 게비온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비로소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숨은 보물을 찾은 듯한 설렘으로 마주한 첫 장면은 바로 ‘땅’, ‘하늘’, ‘물’이 조화로운 풍경. 반원의 중정을 지나 체크인을 하러 카페로 들어서면 다정한 주인 내외가 따뜻한 웰컴티를 내놓으며 밝은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반원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처음 보았던 언덕이 펼쳐진다. 잔디가 깔린 언덕은 객실의 옥상. 이곳에 서면 그윽한 풍경이 펼쳐진다. 푸르른 하늘과 산 정상에서부터 내려오는 골짜기가 시원하다. 객실로 내려가려 방향을 바꾸면 산골짜기의 흐름이 담긴 원경이 보인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머무는 사람은 비로소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자연에 안겨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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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객실마다 다른 중정이 있어요. 중정 계단을 통해 객실 옥상 언덕과 연결되기도 하고 자쿠지를 경험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6개 객실마다 자쿠지를 비롯해 공간의 배치가 달라 자주 오시는 손님들도 ‘매번 다른 공간에 온 것 같다’라며 좋아하세요(웃음). ‘자연의 품에 안겨 완전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노출콘크리트도 문양거푸집을 사용해 매우 거칠게 표현했죠.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석재 게비온 담장부터 내장과 가구에 사용된 라왕합판, 몰탈 테라조 바닥, 천연 페인트까지….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재료는 최대한 본연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HB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하고 3-SQUARE가 시공한 이 건축물은 건축주 부부의 인생이 담긴 작품이다. 


대기업을 다니던 김시은 대표는 스물한 살 때부터 해외 30여 개국을 여행하며 유명 호텔과 리조트에 머물며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여행을 좋아하던 부부는 갑작스러운 코로나 19의 출연으로 여행을 다닐 수 없게 되자, ‘지인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좋은 스테이를 만들겠다’라는 취지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연과 어우러진 대지를 찾기 위해 1여 년 동안 전국을 다녔고 우연히 지금의 부지를 발견했다. “원래 이곳은 경주 감포의 산악지형에 파생된 한줄기의 산골짜기였어요. 적극적인 개발이 된 적 없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에 안겨있는 듯한 이 자리를 보자마자, 딱! 이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지를 선정하고 건축가를 섭외해 건축물을 짓는 5년 동안, 저희의 마음은 하나였어요.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처음 생각대로 건축물을 완공하겠다는 유일한 마음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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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축물을 짓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행의 연속이었다. 연이은 악재로 힘들었지만 젊은 패기로 가득 찬 부부는 ‘손님을 초대해도 부끄럽지 않은 스테이를 만들겠다’라는 일념으로 5년간 오로지 일에 매달렸다. 객실의 옥상인 언덕에 잔디를 심는 일부터 가구에 친환경 페인트를 칠하는 일까지... 구석구석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부부의 정직한 땀으로 일군 건축물. 1년 전 오픈을 하고나서부터 부부의 손길은 더 바빠졌다. 작은 것도 소홀함 없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전국으로 발품을 팔며 가구와 소품을 준비하며 세심한 정성을 기울인 것.  


1년을 하루처럼 성실하게 살아온 부부는 요즘도 한결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인근 지역에서 손님도 많지만, 전체 손님 중 7~80%가 서울·수도권에서 오는 사람들일 정도로 그 반응이 뜨겁다. 지중서원을 통해 경주 감포를 처음 알았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 ‘경주에도 바다가 있어요?’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많으세요. 아예 경주에 바다가 있는 줄도 모르는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경주 여행을 준비하면서 숙소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지중서원’을 보고 이곳을 처음 찾은 분들도 많죠. 그래서인지 ‘하루, 이틀을 머물러도 완전한 휴식이 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라는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주를 더욱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도록 좋은 스테이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늘 따뜻한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부부

(왼쪽부터 박인원 대표, 김시은 대표)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wp@weeklypeople.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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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경주시 건축상’ 최우수상 - 김시은 ・ 박인원 지중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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