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선대승병들의 호국불교사상과 승병무예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사)대한호국불교승병단. 얼마 전 (사)대한호국불교승병단은 월간룸비니와 함께 대중들과 소통하고 불교 장학회 설립 기금 마련을 위해 자연석 불상 조각전 및 네팔 만다라 전시 그리고 선서화전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곳의 총재를 맡고 있는 마웅스님은 그간 다양한 불교 예술행사 및 나눔과 재능 기부 행사를 통해 생활불교 실천을 강조해온 이다. 어지러운 시국 속 호국불교사상과 불교의 가르침을 일깨우며 공유와 나눔의 정신을 새기고 있는 그의 발자취를 주간인물이 되짚어보았다.  _정주연 기자


큰 법당에서 부처님께 절을 하고 일어나니 곳곳에 자리한 불상과 수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지스님 방에 들어서자 얼핏 보기에도 세월의 무게를 오래 견뎌낸 듯한 크고 작은 불상과 수석, 도자기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원석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꿰고 있던 마웅스님은 취재진을 발견하고는 눈인사를 건네며 손목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취재진이 온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염주를 선물해주고자 손수 만들고 있었던 것. 스님 주위에는 형형색색의 원석들이 그윽하면서도 깊은 빛을 담고 있었다. 평소 염주뿐 아니라 그림이나 공예, 조각 등에서 남다른 예술적 감각을 드러낸 마웅스님은 종교와 예술의 인연을 찾아 이어온 이로 그동안 다양한 불교예술행사를 개최하며 생활 속에 자연히 불교의 가르침이 스며들 수 있게 노력해왔다.


생활불교도량 무상사
나눔과 베풂의 불교 정신 이어가


천안에서 절을 짓고 생활하던 그가 포항과 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되었다. 볼일을 보기 위해 포항을 방문했다 구룡포 바다에 매료된 것. 마웅스님은 그길로 포항에 거처를 마련해 눌러앉았다. 다른 스님 2명과 함께 한겨울 법당을 손수 지으며 부처님의 의지를 전해가던 중 8년 전 지금의 무상사와 인연이 닿아 법당을 짓기 시작하여 지금의 모습을 조금씩 갖춰왔다. 대중이 알기 쉽게 모든 경전을 한글로 편찬해 설법을 이어온 그는 생활불교를 강조하며 소통과 나눔, 베풂의 불교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매년 동짓날 행하는 팥죽 나눔 행사를 비롯해 경로잔치와 포항 주민 위안잔치를 열고 있는 그는 나눔 행사를 ‘논다’라고 표현했다. “나눔에서 오는 기쁨은 받는 것의 그것보다 훨씬 큽니다. 다양한 나눔 행사는 저에게 노는 것입니다. 재밌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는 것, 그것이 저에게는 많은 사람들과 나눔의 기쁨과 즐거움을 공유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나눔 행사인 거죠.” 좋은 기를 받고 베푸는 것이 종교라고 말하는 그는 절에서 흔히 다는 등이나 기도에 있어서도 그 값어치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주지스님이 무엇인 줄 아느냐는 마웅스님의 물음에 취재진이 정형화된 대답을 하자 웃으며 진짜 뜻을 일깨워주었다. “주지스님은 주는 걸 좋아하는 스님을 일컫는답니다(웃음).”


운수(雲水) 구름이나 물이 그 어디에도 걸림 없고
막힘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할 일이 생기면 그저 할 뿐



포항 무상사에서는 매년 4천여 명의 6.25 전사자와 월남전 전사자, 그리고 대간첩 작전 전사자 등을 기리는 합동 위령제를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사찰의 규모가 크지 않아 거절했지만 거듭되는 부탁에 영가(靈駕)를 직접 모시고와 시작한 것이 올해 벌써 5회째를 맞이한다. 망령들도 즐거워야 하지 않겠냐며 공연을 동반한 위령제를 행하고 있는 무상사에서는 매년 천여 명의 인파가 몰리는 산사음악회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찰의 규모에 비해 열리는 행사의 규모가 작지 않아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많을 터인데도 마웅스님은 “그저 할 일이 생기면 할 뿐이죠.”라며 웃어 보인다. 경북지회장애인협회 봉사회장으로도 오랜 시간 활동해온 그는 교도소 법문도 꾸준히 하는 등 다방면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며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이러한 행보와 함께 무상사 신도회 역시 사찰 내에서는 물론 지역 내 다양한 봉사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예술과 함께하는 불교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방안 곳곳에 자리한 불상과 불화 외에 눈길을 끄는 것이 또 있으니 바로 각양각색의 염주와 목걸이, 조각보다. 우연히 찻집을 방문했다 찻잔 밑에 ‘다포’를 깔아놓은 것을 보고 옆집 승복사에서 조각 천을 얻어 바느질을 시작했다는 마웅스님은 밤새 바느질을 하며 스스로를 넘어보려 했다고. “어려서부터 개구쟁이에 성격도 급했어요. 그런데 또 몸이 약해 늘 어머니께서 지극으로 보살펴 주셨죠. 어머니께서 바느질하던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기만 하다 처음으로 바느질을 해본 것이었습니다. 원래도 손재주가 조금 남다르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숙달이 되면서 모자나 배낭 신발까지 만들게 되었죠.” 원석이나 수석에 관심을 가지며 직접 염주나 목걸이도 만들기 시작했다는 마웅스님은 이외에도 그림이나 공예 등 다양한 예술 활동에 관심을 가지며 많은 예술인들과도 연을 맺었다. 좋은 작품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그는 30년 가까이 값을 매길 수 없는 불상과 명장에 의해 만들어진 도자기 등 다양한 작품들을 대중들과 공유할 목적으로 수집해왔다. 이번에 열린 장학회 설립 기금 마련 전시회에서는 마웅스님이 직접 만든 작품을 비롯해 그와 여러 스님들의 소장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선업을 지으면 좋은 과보를 받을 것이고 악업을 지으면 나쁜 과보를 받을 것이라는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나도 좋고 남도 이롭게 하라는 자리이타(自利利他). 불교의 가르침에는 항시 선을 행하고 악을 지양하라는 부처의 말씀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각박해진 세상사 때문인지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은 요즘 마웅스님의 마지막 말은 우리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고 있다. “밥 한 술을 먹더라도 내가 직접 해야 하듯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뭐든 직접 해야 합니다. 이에 뇌파, 즉 에너지를 밝게 하여 그것을 중심으로 마음을 다해 살아간다면 즐겁지 아니할 일이 무엇이며 복이 오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마음이라는 밭에 지혜(智慧)의 씨앗을 뿌려 덕(德)을 거름 삼아 농사를 잘 지으면 복(福)이라는 열매는 자연히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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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밭에 지혜(智慧)의 씨앗을 뿌려 덕(德)을 거름삼아 농사를 잘 지으면, 복(福)이라는 열매는 자연히 열릴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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