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2013년에 발생한 현대자동차의 북미 동부지역 23만대 대량리콜사태는 자동차 서스펜션(완충장치)의 관통부식으로 인한 차량 결함으로 비롯되었다. 눈이 많이 오는 북미 동부지역은 기후적 특성상 제설을 위한 염화칼슘이 대량 사용되는데 이때 염화칼슘의 CI라는 염소 성분이 차량의 도장면에 부식을 일으킨 것. 도장기술에 대한 보다 높은 이해와 연구만 있었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이처럼 강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 분야에 빠져선 안 될 중요한 기술 ‘도장(塗裝)’.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자, 자동차, 선박, 해양플랜트, 담수화설비, 원자력발전소 등 도장기술이 꼭 필요한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 도장에 관련된 제대로 된 연구소 하나 없다. 올해 비로소 부경대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소재부품산업지역거점산업인 ‘극한환경용 구조물 부식제어 융합기술 기반구축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내 도장기술발전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것. 국내 유일 도장기술을 가르치는 학과가 있는 부경대, 그곳에서 30여년 묵묵히 도장기술을 연구해온 국내 도장기술의 대가, 박진환 교수를 만나보았다. _박지영 ­­기자




30여 년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국내 도장(塗裝)기술의 대가



박진환 교수의 연구실을 들어서면 새하얀 말티즈 한 마리가 먼저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유기견들의 아빠로, 부경대 용당캠퍼스의 캣대디로 유명한 박진환 교수는 국내의 몇 안 되는 도장기술 전문가. 30여년 동안 도장기술 연구에 매진해온 그는 천안함 영구보존, 광안대교 강교 보수도장 연구 등 굵직한 연구를 통해 국내 도장기술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뼈아픈 역사를 보존하는 것도, 아름다운 현재를 기억하는 것도 그와 도장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도 쉬이 접할 수 있는 도장기술은 강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특히 도장을 통한 부식방지와 페인트를 이용한 미적 감각은 제품의 상품성과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말로 다할 수 없다. “도장기술은 우리나라 대표 산업인 전자, 자동차, 선박, 해양플랜트, 원자력발전전소 모든 분야에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우리나라 산업의 숨은 공로자라 할 수 있죠.” 그러나 국내에서는 ‘도장기술=3D’라는 인식이 강해 관련 연구는 물론 전문가 역시 몇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오로지 도장기술만을 연구해온 박진환 교수. 많은 이들이 포기함에도 이토록 오랜 시간 외로운 연구를 계속해왔던 것은 도장기술의 무궁한 가치와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를 위함이다. “과거 유럽이 선도하고 있던 조선 산업을 일본이 가져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동용접기술의 개발이었습니다. 중국 역시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부식기술을 연구해왔습니다. 이 덕분에 새롭게 조선 산업의 메카로 떠올랐죠. 이에 우리는 선진화된 도장기술로 조선, 해양플랜트 산업을 선도해야 합니다. 비단 조선 산업 뿐 만이 아닙니다. 강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도장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갈 것이고 그에 따라 고도의 기술이 요해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늦었지만 힘든 첫 발을 내딛어야 합니다.”


최첨단장비를 통한 기술연구와
기업에 필요한 기술지원으로 강소기업 육성
그리고 도장분야 고급인력양성까지
국내 부식제어 분야의 초석 다져 100년 연구소로



박진환 교수의 10여년의 사업구상과 2년간의 준비로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소재부품산업지역거점사업인 ‘극한환경용 구조물 부식제어 융합기술기반구축사업’으로 부경대가 선정됐다. 부경대는 1984년 국내 최초로 도장전공학과(공업화학과)를 설립해 이 분야를 개척해온 유일한 대학교로 부산의 자동차산업, 울산과 거제, 통영 등 경남 일대의 조선, 해양플랜트 등 동남권의 도장산업지원 및 육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국내 부식제어 R&D거점으로 부상할 예정이다. “부식제어 관련 최첨단 장비구축에 143억 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 장비들을 통해 도장기술을 연구하고, 이 기술들을 필요한 기업에 제공함으로서 지역 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이 사업을 통해 도장기술 관련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것이 박 교수의 목표. “도장기술에 관련된 연구는 물론 전문인력 역시 턱없이 부족합니다. 오랜 시간 외면 받아온 기술이기에 사라질 위기가 코앞에 닥쳐왔죠. 이번 사업을 통해 국내 도장 전문가를 길러 국내 도장기술의 맥을 잇고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100년을 이어갈 연구소로 만드는 것이 박 교수의 마지막 목표다. “단순히 연구소를 만드는 것에 의미를 둬선 안 됩니다. 100년 연구소로 성장시켜 국내 도장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기업으로 만들 것입니다.” 이를 위해 30여 년간 연구해온 도장기술에 관한 노하우를 모두 쏟아 부울 것이라는 박진환 교수. 녹슬지 않는 그의 뚝심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프로필
現 부경대학교 교수
現 부경대학교 도장기술센터 센터장
現 한국부식방식학회 도장방식분과 위원장
前 포항공과대학 연구교수(1999~2000)
前 동경공업대학 연구교수(1996~1997)

대표연구
2016 극한환경용 구조물 부식제어 융합기술 기반구축사업
2014 천안함 영구보전 연구
2008~2011 광안대로 강교보수도장 개선 학술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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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박지영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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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소재부품산업지역거점사업 “국내 부식제어 분야의 초석을 다져 100년 연구소로 거듭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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