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과 회식이 줄면서 혼술(혼자서 먹는 술)과 홈술(Home 술·집에서 먹는 술)로 음주문화 변화가 빨라져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수제 맥주 브랜드 매출은 급성장했다. 반면 한두 군데의 음식점이나 펍에서만 판매하는 소규모 수제 맥주 브랜드의 경우 오히려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국의 외식업장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내 주류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온 330년 전통의 유서 깊은 브루어리 ‘툼브로이(Turmbräu)’가 부산 송정에 자리해 코로나에도 고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줄줄이 대기하며 문전성시를 이룬다. 최근 억눌린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 또한 분명 맥주는 여행이 가져다주는 두근거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것이다. 독일 남부지역 뮐도르프(Muhldorf), 바이에른(Bayern)주 여행에서 마시는 멋진 맥주를 상상하는 마음과 함께. _김민진 기자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로1244(송정동)에 위치한 툼브로이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노란색 외관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코발트블루 컬러의 포인트 로고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1층은 독일 현지 툼브로이 매장을 본 따 맥주 펍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로 바 형태의 탭룸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안드레아스 대표가 환한 미소로 한국어 인사말을 수줍게 전하며 더 넒은 자리가 있는 2층으로 안내했다.

안드레아스의 실제 독일 집 거실을 본떴다는 2층은 독일 가정집에 들어선 듯한 아늑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곳곳에는 오너 브루어, 안드레아스 가문에서 고이 간직해 온 흑백사진 및 장식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2층 입구 바로 맞은편에는 유리창 너머로 은색 빛깔의 커다란 맥주 탱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툼브로이의 비밀병기인 1만 리터(ℓ) 규모의 맥주 양조 시설이 풀세트로 자리 잡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엔지니어들의 입국이 쉽지 않아 안드레아스 대표가 밤낮없이 직접 설치작업했다고 하니 더욱 놀랍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여 양조장에서 맥주를 마시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창가 좌석은 명당자리로 예약전화가 꼬리를 잇는다.
양조하는 현장을 보기 쉽지 않은데, 마치 식당의 오픈키친처럼 안드레아스 대표가 직접 맥주를 제조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으니 상당히 믿음이 간다.

“내부 시설을 다 보여주고 고객이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위생 상태 등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해요. 매일 양조장을 청소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완벽한 한 잔을 위해 매일 한결같은 꾸준함으로 양조장 구석구석 먼지를 닦고 바닥을 청소합니다. 최선의 맥주는 최고의 환경에서 나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타협하지 않는 위생과 청결로 기본부터 충실히 오늘도 장비 구석구석 닦고 조이고 관리합니다. 감시라는 생각의 부담감보다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과 함께 품질에 대한 떳떳한 자부심을 시각적으로 먼저 말씀드리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독일인들은 독일 고향에 온 것처럼
한국인들은 독일에 여행 온 것처럼
맛과 공간을 선보이는 Turmbräu Korea

독일 정통 맥주와 맥주 트렌드를 반영한 툼브로이 맥주 샘플러 6종은 수제 맥주가 처음인 방문객 또는 콕 집어 한 가지 메뉴를 고르기가 난감할 때 선택하면 좋은 구성이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취재진이 직접 맛보는데 황금빛의 맑은 컬러를 자랑하는 ‘헬레스(Helles)’부터 향긋한 와인을 마시듯 감탄사를 자아내는 맛이었다. 체코의 국민 맥주라 불리는 필스너(Pilsener)를 독일 바이에른州 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페일 라거(Pale Lager)로 쓴맛 없이 마시기가 쉬웠다. 양조사와 맥주 애호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바이스(Weisse)’는 밀맥주로 툼브로이 맥주 중 IBU(International Bitterness Units: 맥주의 쓴맛을 나타내는 국제단위)가 가장 낮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 여성들이 선호할 맛이다.

‘로겐(Roggen)’은 안드레아스 대표가 제일 사랑하는 호밀 맥주다. 호밀을 사용하게 되면 특유의 맵싸함이 맥주 안에 스며들어 상당한 점도(viscosity)의 상승으로 인해 다른 맥주들에 비해 공정이 까다롭고 쉽게 찾을 수 없어 더욱 특별하다. 완성품의 질감 또한 걸쭉하고 질긴 특성을 갖추는 독특함으로 호밀의 풍부한 향과 맛을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인 입맛에 맞도록 약간의 변형을 준 ‘IPA(India Pale Ale)’는 도수는 높지만 알코올 맛이 느껴지지 않는 높은 완성도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꽃향기의 여운이 남아 부담 없이 즐기기 좋았다. 묵직하고 쌉쌀한 맛이 매력적인 다크 라거, ‘둔켈’(Dunkel)과 흑맥주만의 짙은 향과 옅은 달콤함이 함께 느껴지는 ‘스타우트(Stout)’도 일품이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에 맞게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트렌디한 한정판 스페셜 시즈널 비어가 출시되는데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특별한 맥주, ‘도펠복(Doppelbock)’이 그 첫 번째 메뉴로 곧 선보일 예정이다.

17세기 후반부터 시작한 양조장, 툼브로이
1907년, Andreas의 조상에 의해 인수되다!

“2021년 현재도 독일 뮐도르프 현지에서 툼브로이 탭룸은 여든 살을 바라보는 백발의 멋진 양조가, 브로이 마에스터(Brau Master) 루디 슈테어(Rudi Steer)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경제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중국어를 배우고, 한국에서 경북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지내는 동안 한국 수제 맥주 시장에 독일 맥주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지금 제 옆에 있는 아내(이정민 씨, Chief Operating Officer)를 만나 연애시절부터 한국의 문화를 더욱 세밀하게 알아가며 지금의 툼브로이 코리아를 오픈할 수 있는 용기와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작년 크리스마스에 문을 열었는데요. 오랜 시간 철저한 준비과정이 있었던 덕분에 코로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석 달도 채 되지 않아 이틀에 한 번씩 오시는 한국인 단골 고객부터 ‘여기가 찐이다’라며 맛에서부터 먼저 인정을 한 독일인 손님들을 뵐 때마다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통 대기업 스토어 컨설턴트였던 이정민 씨의 경력은 툼브로이 브랜드 국내 런칭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부산 토박이로 학창 시절, 외고를 다닐 때에도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외국인들과 말하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부산대 영문학과에 재학 중에도 통역 일을 하며 해외무역 쪽으로 취업방향을 잡고 있었고요. 그러던 중에 중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 안드레아스와 저, 둘 다 맥주를 좋아해 같이 마시며 끊이지 않는 대화들로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가기 시작했지요. 허례허식도 없고 유교문화가 몸에 잘 배어있는 순수 청년인 안드레아스와 친구관계에서 연인 사이로 깊어지며 두 사람이 함께 미래를 그리게 되었죠. 외국인과의 교제, 결혼 게다가 사업까지... 주변에선 ‘고생길이다, 7배 높은 주세 비율 어떡하냐’ 등 부정적인 말들이 많았지만 그럴수록 탄탄한 툼브로이 경영을 꿈꾸며 유통업계에 입사를 결심했지요. 퇴사하는 날까지 상사분들이 붙잡을 정도로 근무하는 동안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진 야근 등 정말 열심히 일하며 많이 배웠어요.”

앞으로 ‘CULTURAL CENTER’라는 목표로 툼브로이 운영계획을 밝힌 부부는 “부산에서 생활하는 독일인들(정부 및 기업 파견)이 잘 적응할 수 있게 돕고,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를 비롯한 다양한 독일의 기념일을 독일 방식으로 기념 하면서 언어교환의 장을 마련할 것이다”며, “독일연방공화국 부산명예영사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기에 진짜! 독일스러운 행사를 기대셔도 좋다”고 전했다.
지금도 편의점·마트·레스토랑·펍·바틀샵 등 입점 문의가 쇄도하지만, 소중한 가문 브랜드인 만큼 무분별한 확장은 지양하며 조심스럽게 Keg(케그: 생맥주 통)를 시작으로 캔 및 병 유통 예정인 툼브로이의 성장을 주간인물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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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김민진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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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부터 이어온 수제 맥주 전문 브루어리(Brewery) 6대 후손, 독일인이 직접 상주하며 운영하는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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