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좋은 재료로 정성껏 끓여낸 푸짐한 갈비탕 한 상. 몸 전체에 온기를 더하는 든든한 갈비탕을 이웃과 나누며 따스한 온정을 전하고 있는 이가 있다. 수년째 한부모·조손가정 등 취약계층 아동들을 찾아 정성이 담긴 따뜻한 밥상을 대접하고 있는 조형래 이배갈비탕 대표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어느 날, 그를 만나기 위해 이배갈비탕 본점으로 향했다. _정효빈 기자

두 손으로 감싸도 다 쥐어지지 않을 만큼 커다란 그릇에 두툼한 살코기가 한가득, 담백하게 끓여낸 갈비탕과 푸짐한 갈비찜이 상 위에 가득 차려진다. ‘최고의 서비스는 최고의 음식’이라는 운영 모토에 걸맞게, 양이 많음에도 물리지 않아 그릇의 바닥이 금방 드러난다. 식사를 마친 이들을 밝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맛있죠?’라고 묻는 조형래 대표의 얼굴에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얼핏 읽힌다. 가게 내부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는 지역 내 결식우려 아동들에게 보내기 위해 정성껏 포장한 갈비탕과 간식거리가 한 아름 쌓여있다.

2015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문을 연 ‘이배갈비탕’은 6년째 한 자리에서 변함없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고 있는 지역 대표 맛집이다. 창원에 연고를 둔 NC다이노스 선수들이 경기 전 든든히 속을 채우기 위해 방문하는 곳으로도 유명한 이배갈비탕은 이른 아침부터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담백하고 깊은 맛을 내는 국물과 푸짐한 양에서 조 대표의 넉넉한 인심이 느껴진다.
“재고 없이 매일 새 재료를 사용해 이른 아침부터 국물을 우려냅니다. 하루 판매량을 정해두고 그날 손님들이 드실 정량만 요리하고 있어요. 과거 힘들었던 시절에 우연히 갈비탕집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때 그 맛이 잊히지 않더라고요. 창업을 준비하던 차에 ‘바로 이거다’ 싶었죠. 메뉴는 갈비탕과 갈비찜으로 단출한 구성이지만 기본이 되는 소스와 밑반찬 하나에도 공을 들여서인지 맛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곳보다 자신 있어요. 테이블 수는 많지 않아도 이곳 마산에 계신 분들 대부분은 저희집 갈비탕을 드셔보셨을 거라 확신합니다(웃음).”

이배갈비탕의 담백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은 좋은 고기와 일일이 손으로 비계를 제거해내는 부지런함에서 나온다. 여기에 정량의 물, 꺼지지 않고 은은하게 끓어오르는 불의 온도와 이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정성도 함께다. 식재료의 상태를 매일 조 대표가 직접 체크하고, 마음에 차지 않으면 곧바로 반품할 정도로 식자재 선별에도 깐깐하다. 좋은 재료로 최고의 맛을 선사하겠다는 진심이 잘 전해져서인지, 이곳을 수년간 찾아오는 단골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다.

“기본 소스인 간장을 개발하는 데만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제가 기억하는 그 맛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버린 간장의 양만도 어마어마하죠. 제가 바라던 맛이 완성됐다고 느낀 그 날, 부푼 마음으로 갈비찜을 만들어서 손님상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더라고요. 죄송한 마음에 그날 갈비찜을 드신 분들에겐 식사를 전부 무료로 드렸습니다. 그때의 어설픈 요리를 맛보셨던 분들이 현재 저희 가게의 단골이 되셨고요.”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장난하지 말 것.’ 수많은 외식업체가 넘쳐나는 요즘, 조형래 대표가 지켜나가는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운영철학이다. 이제 갓 돌이 지난 그의 아들에게도 먹일 만큼 건강한 음식만을 만들고 싶다는 조 대표. 일정한 맛은 물론 손님에게 변함없이 좋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책임감 역시 기본이란다. 손님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고 한결같은 정성으로 음식을 준비하는 ‘기본’. 이를 지켜나가겠다는 굳건한 마음에서 나오는 올바른 맛. 이런 바른 신념 덕분이었는지,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준비하지 않았음에도 이배갈비탕을 방문했던 몇몇 이들이 맛에 반해 가맹점 문의를 해왔고, 현재 창원 사파점, 진해 석동점, 진주 초전점, 함안 가야점 총 네 곳의 가맹점들이 본점과 동일한 철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서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 단골분들께서 먹을거리도 종종 사다 주세요. 정을 나눈다는 건 간단한 것 같습니다. 내 것 사면서 상대방 것도 사다 주고, 편하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거요. 갈비탕 나눔을 시작하게 된 것도 사실 특별한 계기를 꼽기는 어렵습니다. 이배갈비탕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인, 손님들에 대한 감사함과 정 때문이죠.”
한 자리를 지키며 오랜 기간 손님들을 맞이하다 보니 이웃과의 유대감은 자연스레 깊어졌고, 가게 주변을 지나치는 배고픈 이들을 볼 때면 그냥 보낼 수가 없어 든든한 갈비탕부터 대접하기 시작했다. 이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직접 발로 뛰어 찾아 다녔고, 지역 내 결식우려 아동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는 뜻깊은 봉사를 시작하게 됐단다.
“슬픈 현실 아닙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배가 고파선 안 되죠. 코로나19 확산 이전엔 아이들을 가게로 초대해 떡볶이나 맛있는 반찬을 해주곤 했는데, 조그만 입으로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제법 좋더라고요. 하면 할수록 즐겁고, 더 많이 하고 싶은 게 바로 나눔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욕심내지 않고 지금처럼 가게를 운영해나가고 싶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꾸준히 베풀며 살고 싶은 것이 소박한 바람입니다(웃음).”

앞으로도 변함없는 맛과 손님을 대하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이배갈비탕을 운영해나가겠다며 밝게 웃어 보이는 조형래 대표.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있는 그의 미소가 새삼 든든하다.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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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신념이 만든 깊고 담백한 맛, 이배갈비탕! 요리를 통해 나눔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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