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쌀가루를 고운 체에 내리고, 따뜻하게 데운 막걸리를 넣고 발효해 만든 잔기지떡. 기정떡, 증편이라고도 불리는 이 떡은 쉽게 쉬거나 상하지 않고, 빵과 같은 식감으로 전 연령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중 국내산 햅쌀만 고집해 건강한 잔기지떡을 만드는 떡애잔기지는 정직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전통떡 브랜드다. ‘어제보다 더 맛있는 떡’이라는 슬로건으로 내놓는 이곳의 떡은 강영재·임순희 대표가 전국의 잔기지떡을 맛보며 터득한 그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완성된다. _정효빈 기자


한 입 베어 문 맛이 쫄깃한 듯 싶더니, 이내 부드러움이 감돈다. 신선한 쌀에서 느껴지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은은한 달콤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예뻐서 한 입, 맛있어서 한 입, 신기해서 또 한 입 먹는 사이 한 상자가 금방 동난다. 중독성 있는 잔기지떡으로 소문 난 ‘떡애잔기지’는 2019년 경남 양산에서 첫 선을 보인 전통떡 브랜드다. 순수 잔기지떡과 팥앙금 잔기지떡, 동결딸기와 쑥으로 맛을 낸 딸기 잔기지떡, 쑥 잔기지떡까지. 단촐한 구성이지만 잔기지떡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떡집으로 자리매김 했다.

“잔기지떡은 발효해 만든 떡이기 때문에 일반 떡보다 유통기한이 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식감은 빵과 비슷한데, 밀가루로 만든 빵은 글루텐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죠. 창업 전 지인 덕에 우연찮게 잔기지떡을 맛보게 됐는데, 맛과 식감이 좋고 소화도 잘 되어서 계속 찾게 되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순수 잔기지떡은 단 맛을 싫어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찾으시고, 팥앙금이 들어가 달달한 팥앙금 잔기지떡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잘 먹어 급식소나 행사 등 대량 주문도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지역을 넘어 전국 택배로도 저희 떡을 꾸준히 찾아주고 계신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고 뿌듯합니다(웃음).”
한 눈에 보아도 깔끔한 생산 시설과 은은하게 올라오는 막걸리향은 이곳이 ‘신선한 재료로 올곧게 떡을 만드는구나’하는 믿음을 갖게 한다. 한번 맛본 이들은 멀리서부터 일부러 찾아오게 만드는 떡애잔기지만의 맛은 좋은 재료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에 일체의 첨가제나 방부제 없이, 자연발효해 효소가 살아있는 건강한 떡을 만들겠다는 부부의 진심이 더해진다. 정성 가득 담긴 떡을 만들기 위한 두 사람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국내산 햅쌀만을 사용해 별다른 첨가물 없이 건강한 떡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날 저녁 1차 발효시킨 반죽을 이른 아침 2차 발효를 시킨 후 본격적으로 떡을 뽑아내요. 쌀은 갓 도정한 쌀을 이용해야 떡 맛이 좋고 오래된 쌀을 쓰면 떡에서 잡내가 나기도 합니다. 간은 소금으로만 간단히 하고 반죽을 발효시킬 때 생막걸리를 쓰지 않고 효모가 살아있는 신선한 재래식 막걸리를 사용해요. 막걸리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발효상태가 심해져 떡에서 술 향이 너무 강해져요. 최대한 제조일이 빠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를 사용하니 떡의 향과 맛이 잘 맞더라고요. 또한 색소를 전혀 쓰지 않고, 동결딸기와 쑥을 사용해 색과 맛을 내고 있습니다.”

강영재 대표는 떡애잔기지 창업 이전 토목 분야에 오랜 기간 몸 담아왔다. 이때 배운 기술 덕에 떡애잔기지를 창업하며 떡을 만드는 공정에 맞게 모든 설비를 맞춤형으로 개조하기도 했다고. 우연찮게 맛본 잔기지떡에서 사업 가능성을 엿봤던 그는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과감히 방향을 틀었지만, 처음 발을 들인 식품업계가 그리 녹록지 않았단다. “떡을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힘도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온도와 시간, 물의 양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쌀과 막걸리를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었어요. 여러 가지 조건이 최적으로 맞춰졌을 때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맛을 낼 수가 있었죠. 항상 ‘어제보다 더 맛있는 떡을 만들자’라는 마음으로 매일 레시피를 기록해두곤 합니다. 창업 첫 1년은 숱하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이 10kg 이상 빠지기도 했어요(웃음).”


여느 떡집이 그러하듯 이른 아침부터 하루일과를 시작해 긴 휴식기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들이지만, ‘맛있게 먹었다, 감사하다’는 손님들의 말 한마디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단다. “연로한 아버지가 입맛이 없으셔서 다른 음식은 거의 드시질 않는데, 저희 떡은 참 좋아해서 잘 드신다는 말을 해주시는 고객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저희 떡만 찾으셔서 마지막 가는 길에도 저희 떡을 올려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참 묘했어요. 뭉클하고, 보람되고,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떡은 그저 하나의 간식이지만,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아주 어린 시절, 명절 때 부모님과 떡집 앞에 줄줄 서서 떡을 사가던 좋은 기억이 있거든요. 저희도 지역민들 곁에서 꾸준한 맛을 내는 떡집으로 기억되고, 많은 분들이 10년, 20년 뒤에도 찾아오셔서 추억을 떠올리는 떡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꾸준하게 건강한 맛으로, 지금과 같은 정성 어린 맛으로 떡애잔기지를 이끌어가겠다 다짐하는 두 사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본연의 맛을 잃는 브랜드가 되기보다, 현재와 같은 맛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떡집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그들을 주간인물이 응원한다.


[1108]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자연 발효해 효소가 살아있는 건강한 떡, 사랑과 정성을 담은 떡애잔기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