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좋은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 기쁜 일을 축하할 때, 피곤한 심신을 위로할 때. 좋은 음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순간에 우리는 ‘좋은 술’을 찾는다. 하지만 소중한 순간에 우리와 함께 하는 건 일반적으로 와인이나 보드카, 사케, 고가의 맥주 등 외국 술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우리의 술, 전통주를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곳 역시 흔치 않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술 외에도 새롭게 개발한 우리 술, 색다른 기법을 활용한 우리 술, 지역 농산물로 만든 와인 등 전통주의 외형을 벗어난 듯한 술까지. 다채로운 개성을 지닌 우리 술, 전통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_정효빈 기자



유광상회 주식회사는 전통주 소매점 운영 및 유통 사업을 통해 국내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 술을 알리고 있는 업체다. 유광상회를 이끄는 이광록 대표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요식업에 뛰어든 케이스로, 전통주 저변 확대를 위해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젊은 CEO. 군 복무 시절 취사병이었던 그는 한정된 예산으로 한 끼 식사를 차려내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것과 같았던 군 시절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요식업계에 발을 들였다. 많은 이들이 한 끼 식사를 통해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기를 바랐던 그는 매번 색다른 메뉴를 구성하고 식단표에 의미 있는 글귀를 적어 넣는 등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왔다. 이후 청와대 만찬주로 잘 알려진 ‘백련 맑은술’을 우연히 맛보며 전통주에 빠져들게 됐고, 자신이 운영하는 모든 가게에 ‘전통주’라는 색을 입히기에 나섰다.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유광상회 숯불갈비’를 이어받아 여동생과 함께 운영하게 된 것이 유광상회의 시작입니다. 이후 사업장 수를 늘려가며 몸집을 불렸죠. 몇 년간은 순탄하게 사업이 흘러가는 듯했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어요. 빠르게 찾아온 행운이 저를 안주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동생이 종이에 적어 건넨 어마어마한 빚을 확인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죠. 다시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어머니께서 저희 남매에게 항상 중요하게 가르치셨던 ‘늘 인내하고, 포기하지 말아라. 항상 기도해라’라는 말 역시 저와 동생을 다시금 움직이게 만든 원동력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유광상회 부자집을 모태로 그날의 요리와 전통주를 제공하는 ‘술집’, 이달의 요리와 막걸리를 제공하는 ‘두 번째 술집’, 전통주 소매점 겸 바틀샵 ‘이유있는술집’, 전통주 유통회사 ‘유광상사’, 디자인 및 기획 회사 ‘유광 프로젝트’, 외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장소인 ‘천춘일식당’까지…. 이광록 대표의 손이 닿은 곳에는 모두 전통주가 함께 한다. 전통주를 통해 고객은 물론 거래처와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 역시 초심 그대로다.

“소주나 맥주만 파는 공간은 싫었어요. 양주나 와인같은 외국 술만 취급하긴 더 싫었고요. 국내 소비자들에게 고급술이란 곧 외국 술이라는 인식, 우리 술 전통주가 평가절하되는 것이 안타깝더라고요. 전통주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어요. 선대부터 이어져 온, 오랜 기간 집안에서 빚어온 술을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죠. 맛도 중요하지만 술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저희가 운영하는 모든 곳은 우리가 잘 모르는 우리 술의 이야기를 많은 분께 알려드리는 공간입니다.”
이광록 대표의 동생 이유록 씨가 운영 전반을 맡은 ‘이유있는술집’은 전통주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실험적인 공간이다. 이유있는술집에서 진행하는 ‘에코술프로젝트’는 사용하지 않는 종이봉투를 이유있는술집에 기부하면 막걸리를 서비스로 제공받고, 기부된 종이봉투는 전통주를 구매하는 이들의 포장봉투로 재활용되는 뜻깊은 프로젝트다. 또한 포장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생분해 봉투를 이용하는 등 친환경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가맹사업을 통해서는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된 전통주 사업을 지역에 고르게 분산시키고 지역민들에게 우리 술을 알리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유광상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던 건 저와 함께 하는 유광식구들 덕분입니다. 유광상회가 이뤄온 성과는 모든 구성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를 믿고 따라와준 우리 식구들에게 항상 고맙고, 언젠가 이들에게 좋은 날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웃음).”
전통주를 유통하는 유광상회의 계열사 ‘유광상사’ 역시 단순 유통회사와는 지향점이 다르다. 350여 종의 전통주 유통은 물론, 메뉴 라인업 등 컨설팅 진행과 판매 노하우 전수 등 거래처와의 상생을 꾀하고 있다. 이광록 대표는 “거래처 업주분들이 저희를 통해 비전을 발견하고 용기를 얻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많은 분께 우리 술을 알리는 공간을 늘려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밝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상대방이 완벽해서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 전통주도 단순히 제품으로만 보시기보다는 사람을 대하듯이 애정을 담아 봐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누구나 칭찬을 들으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부족한 면이 조금 보이면 어때요, 우리 술인데. 만든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봐주신다면 분명 우리 술이 조금 더 좋은 술로 발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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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채로운 우리 술! 우리가 모르는 우리 술, 전통주의 이야기를 담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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