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공간을 뜯어 붙여낸 듯한 그림. 절경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을 통해서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안은희 작가. 지난 7월 25일, 2020 ‘뷰티풀 환경미술대전’에서 그녀의 작품이 ‘황산절경’이 대상인 국회의원상을 수여하며 그녀의 삶은 더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어쩌면 살아가기 위해 그림에 온몸을 던진 안 작가의 예술과 삶을 들어보자­­. _박정호 기자

 

공간을 뜯어 붙여낸 듯한 그림. 절경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을 통해서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안은희 작가. 지난 7월 25일, 2020 ‘뷰티풀 환경미술대전’에서 그녀의 작품이 ‘황산절경’이 대상인 국회의원상을 수여하며 그녀의 삶은 더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어쩌면 살아가기 위해 그림에 온몸을 던진 안 작가의 예술과 삶을 들어보자­­. _박정호 기자
안은희 작가가 예술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다른 작가들과는 사뭇 다르다. 평소에 활력이 넘쳐 몸을 움직이고 운동하는 삶이 너무 행복했던 사람이었다는 안 작가. 가족들과 국내 곳곳을 다니며 함께 운동하고 공감하며 살아가던 그녀였다. 운동에 소질도 꽤 있어 대부분의 종목은 3개월이면 다 마스터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그게 몸에 부담이 되었는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6년 전,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병원을 가보니 척추 디스크가 2번부터 5번까지 터졌다는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여행을 다닐 수 없게 되었고 아이들과의 소통도 제대로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주부로서의 삶도 중요했지만 저의 유일한 활력소인 운동이 없어지게 되자 점점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에서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갔고, 그와 함께 삶의 행복도 사라져간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회복하고자 명의를 만나도 제가 다시 걷는 일은 기적이라 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었고 저조차도 너무 아프니까 누워만 있는 날이 반복되었습니다. 제 삶이 점점 시들어 갈 때쯤이었어요. 아이들 미술 선생님이 오셨는데 그림 그리는 게 눈에 확 들어오는 거예요. 아이들이 그린 산과 바다 그림을 보고 너무 그곳에 가고 싶었습니다. 건강상 가기는 무리였기에 그마저도 체념하기 시작했죠. 그렇지만 아이가 그린 그림을 걸어두자 그게 조금 위로가 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루 이틀 그렇게 아이의 그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 혹시 그림이 아닐까 싶어서 선생님께 저도 좀 가르쳐 달라며 복대를 차고 습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의 사진, 그림을 보고 하나둘씩 그려봤지요. 2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해주셨는데 그렇게 아이 방 한 면을 아크릴화로 채우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미술 숙제가 나오고 하면 제가 더 신나는 거예요. 그때 느꼈죠, 아, 그림이 나를 살리는구나 하고요.”


처음엔 사실화를 동경했다는 안은희 작가, ‘현실주의 작가분들이 그림을 정말 잘 그리지만 어느 한 부분이 답답하고 단순히 사진하고 똑같다는 점에 조금의 갈증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새도 나비도 나무도 그리기 시작하며 그림의 영역을 넓혔고 아이들과도 다시 소통을 시작하며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사실적으로만 그리는 것으로는 제 마음을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앉아서, 누워서 그림을 그리며 행복했지만 제 본래 모습은 활동적인 사람이었기에 점점 다른 여러 감각도 만족 하길 바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수행평가 수업에 쓸 점토를 조물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런 입체감을 캔버스에 옮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선생님에게 어떤 재료를 써야 입체적인 느낌을 낼 수 있는지도 물어보고 스스로 공부했습니다. 그리하여 ‘모델링 퍼티’에 대해서 알게 되었죠. 그때부터 생각했어요. 입체적 그림을 그려내면 산도 들도 바다도 좀 더 내가 그 속으로 떠난 것처럼 여러 감각을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 들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입체적으로 그림을 표현해내는 재료를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결국 저에게 딱 맞는 재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산과 바다를 갔을 때 모습을 상상하며 돌 하나, 나무 하나의 느낌을 살려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입체적으로 공간을 담아내는데 도전하기 시작한 거죠.”
처음 시작할 땐 돌 표현하는 게 마음에 차지 않았다는 안은희 작가, 답답한 마음에 그림을 거꾸로 그려보게 되었고 다시 그림을 뒤집었을 때 진정 입체감이 살아난 웅장한 바위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안은희 작가는 지금까지 그림을 거꾸로 뒤집어서 그린다.
“디스크 증상이 점점 호전되며 가끔씩 외출을 시작하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바닷가나 절벽에 가서 나무면 나무, 돌이면 돌을 직접 보고 만져봤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동영상을 매번 찍어왔지요. 그림을 시작하고 몸이 서서히 낫는 거예요. 그동안은 모작만 했는데 직접 나가서 보니까 너무 신기했어요. 매번 아무 생각 없이 그림에 빠져서 그렸고 그림을 드디어 완성했을 때쯤에는 늘 몸이 아파 찡그리고 있던 저의 얼굴에서 사라진 미소를 되찾은 걸을 알수 있었습니다. 그림 앞에 서있으면 나무 향기 바다 내음을 느낄 수 있었고 저의 지친 마음도 점점 채워져가며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없어 답답했던 마음이 풀어졌습니다. 마치 제가 산에 직접 오르고 파도에 몸을 맡긴듯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저는 티비와 핸드폰에서 제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늘 설레었지요 마치 여행을 가기 전 설레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그림을 완성했을 때는 마음이 충만했답니다. 마치 그속에 속속들이 관광을 하고 온 것처럼 말이지요. 그 느낌 그대로, 만져봐도 진짜 돌처럼 느껴지게끔 더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부조’ 방식을 채택했어요. 거의 공간을 뜯어오는 느낌의 그림에 가까워진다는 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아픈 와중에도 남편은 항상 끊임없는 지지를 보냈다는 안 작가. 그렇게 그녀는 자신만의 방법, 그림으로 활력을 찾아갔고 작품수도 점점 늘어갔다. “하루는 남편이 ‘저런 그림들을 집안에 두니 그림이 답답해 보인다’라며 ‘그림만이라도 여기저기 여행을 떠나보내자’고 농담으로 한 마디 하더군요. 그렇게 전국대전에 제 작품을 출품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을 전국에 흘려보내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2년 동안 10여 회의 수상 결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전국대전에 출품하면 어떻겠냐는 주변의 권유에 마음을 비우고 내봤다”는 그녀. “출품할 때마다 수상을 하게 되어 전라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상을 다 받게 되었다”며 웃어보인다. “남편이 차에 그림 항상 싣고 옮겨주었고 안 들어가는 대형 작품은 차량을 대절해 운반을 했습니다. 가뜩이나 큰 작품인데 캔버스 대신 판넬에 그림을 그렸기에 더 무거웠죠. 그 무거운 그림을 옮기는데 2년 동안 남편이 군말 없이 다 도와줬습니다. 너무 고마웠어요. 그에 힘입어 다른 전시회도 나가고 작년, 개인전에 올리게 되었는데 혼자서 완판을 했습니다.”

처음 공모전에서 상을 받을 때 ‘안은희’라는 세 글자를 보고 “아~ 내 이름이 안은희였구나” 라는걸 느껴봤다며 감격해하던 안 작가. 우연한 기회로 (사)대구환경미술협회와 (사)한국전업미술관협회에도 가입을 하며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좋은 회장님들과 작가 선생님들을 만나 전시도, 여러 방면 출품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생겨 해외, 국내 전국 초대전 전시 또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뷰티풀환경미술대전에서 대상인 국회의원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가르침 없이 혼자의 힘으로 그리고 싶은 데로 나이프 가는 데로 간절한 마음만 담아 그린 그림이 수상을 하니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제 그림으로 많은 분들이 힐링 되기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고요. 새로운 창작 기법을 발전시켜 또 다른 세계의 작품을 만들고 지금까지의 그림에서 탈피하여 더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작가로 거듭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몸이 아파 누워있을 땐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했지만 잠시라도 그림을 보면 여행을 간 듯 행복했습니다. 제 마음을 전하고자 소아암 병동에도 작품을 전시해 아이들이 만져볼 수 있게 해주는 재능기부도 해보고 싶습니다. 언젠간 저의 공감(empathy)이 가득한 그림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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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뷰티풀 환경미술대전’ 대상 수상 “제 작품을 통해 세상과 공감(empathy)하고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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