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지난 7월 31일 울진 국립해양과학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한기철 도선사가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기철 도선사는 2008년부터 부산항에서 근무하며 부산항 유관기기관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조직 간 갈등 해소와 안전 도선에 기여했다. 부산항도선사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2019년 2월 부산 광안대교에서 발생한 시 그랜드(SeaGrand)호 추돌사고의 원인 분석과 후속대처를 위해 노력했으며, 선박계류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초대형 선박의 입출항에 따른 사고 감소에 기여했다. 또한 2013년도부터 부산 해사고등학교 매년 500만원 씩 장학금을 기탁하고, 밥상공동체 부산연탄은행에 지속적인 후원과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해왔다. 주간인물은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는 한기철 도선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으니,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에요. 해기사의 꽃 도선사,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 정신으로 지역사회에 행복의 꽃을 피우고 싶습니다(웃음).” 환하게 웃는 한기철 도선사.
그는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1984년 현대상선에서 근무를 시작으로 2008년 부산항 도선사가 되기까지 다년간 승선 경험을 쌓은 운항 전문가다. 부산항도선사회 회장, 부산항발전협의회 위원, 부산지방도선운영협위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부산항 도선사로 부산항만의 효율적인 운영과 안전 도선제도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꿈의 직업이라고 불리는 도선사, 선박안전을 책임지는 도선사는 어떤 직업일까. “도선사는 항만에 들어오고 나가는 배를 안전하게 안내하고 접안(부두에 배를 대는 것)과 이안(부두에서 떨어지는 것)작업을 하는 전문인입니다. 날씨, 요일, 주·야간과 상관없이 배가 운항할 때는 항만에 꼭 있어야 하는 존재로, 컨테이너선, 대형 크루즈, 항공모함, 어선까지 다양한 종류의 배를 항구에 댈 수 있어야 하지요. 도선법에 따르면 정부가 정한 강제도선구역안에서는 500톤 이상의 외국적 선박, 500톤 이상의 외국으로 취항하는 대한민국 선박, 2,000톤 이상의 국적내항선은 반드시 도선사가 승선해야만 합니다.”

오랜 시간 대형선박을 운항한 경험을 갖춰야하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도선사는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직이다. 직업 만족도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 직종인 도선사는 ‘해기사의 꽃’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항만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영에 기여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높은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한기철 도선사. 그가 도선사에 도전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한국해양대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목표는 도선사가 되는 것이었어요. 졸업 후 현대상선에서 승선생활을 시작했지요. 하지만 도선사란 꿈이 너무 멀고 막연한지라, 잠시 아버지의 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안정적인 생활이었지만 도무지 도선사의 꿈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동기들보다 10년이나 늦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용기를 내어 도전했습니다.”


도선사가 되기 위해선 우선 총톤수 6,000톤 이상 선박의 선장으로 3년 이상 경력을 갖춰야 한다. 그가 도선사 시험에 응시할 때만해도 선장 경력 5년 이상을 요구했지만 도선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격을 3년으로 완화했다. 자격요건을 갖추더라도 관련 법규와 운용술, 항로표지, 해사영어 등의 시험을 합격 해야만 도선수습생 자격을 얻는다. 6개월의 도선 수습을 마치고 다시 실기 및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 합격생을 가리는 어려운 시험이다. 그가 합격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던 건 꿈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기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운 좋게 재수 끝에 최종합격을 할 수 있었어요. 절박한 마음으로 마지막 1년간은 고시원 생활을 하며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했지요. 어렵게 얻은 것일수록 귀한 법, 도선사의 꿈을 이루고 나서부터 반드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기철 도선사는 지난 13년 동안 ‘無(무) 사고’, ‘안전 도선’을 실천해왔다. 태풍, 강풍, 풍랑 특보가 발효될 때마다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위험 요소를 파악해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부산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했다. 2019년 2월, 광안대교 시 그랜드(SeaGrand)호 추돌사고와 관련해 원인 분석과 후속 대처를 위해 노력했고, 부산항만공사, 부산신항 터미널운영사와 협력해 ‘선박계류 정보 시스템’을 구축, 초대형 선박의 입출항에 따른 사고 감소에 기여했다. “광안대교 사고 직후, 현장에 급파되어 안전하게 선박을 부두에 접안했어요. 당시에 선장이 만취한 상태였고, 용호부두가 강제도선구역으로 설정되지 않았고 예선을 사용하지 않는 등 제도적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후 해양범죄연구회 및 전문검사 커뮤니티 세미나에 참여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으로 ‘2019 한국항해항만학회 추계학술대회-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앞으로도 도선사로서 안전한 도선 제도 정착을 위해서 기여하고 싶어요.” 



도선사들도 어렵다는 항공모함(2회)과 잠수함(5회)을 도선한 경력을 지닌 그는 전문 지식과 폭넓은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국내 최초, 자력도선 책자인 「항내조선」을 후배 도선사와 공동 저술하였고, 이 책자를 한국선장포럼을 통해 2,500부 제작하여 국적선사, 해군·해양경찰 함정에 무료 배포하는 등 다양한 저술·강연 활동도 펼치고 있다. 또한 2013년도부터 부산해사고등학교에 매년 500만원 씩 장학금을 기탁(누적 장학생 80명, 총 4천만 원)하는가하면, 밥상공동체 부산연탄은행에 지속적인 후원과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 공부하는 학생들이 꿈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도 꾸준히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해나가겠습니다.”

위기의 순간에서 그의 투철한 직업 정신은 빛났다. 코로나19사태 발생 이후, 약 2개월 만에 처음으로 부산항에 다시 입항한 초대형 크루즈선 퀀텀오브더시즈호의 도선을 그가 맡았다.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선박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자 현재 도선사들은 방호복을 착용한 상태로 승선해 도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찰나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작업을 방호복을 입고 하다보면,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젖습니다. 하지만 항만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을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이겨내는 우리 도선사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았다는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철저한 프로페셔널이자 숨은 독지가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그는 가족을 들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 했던가. 종이공예 연구가, 아내 하진희 씨도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름이 난 사람. 그의 봉사활동에 으뜸가는 조력자란다. “언제나 바다에 나간 저를 묵묵히 기다려준 아내와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학력
•75.03-78.02    서울 대성고등학교
•78.03-82.02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 전공
경력
•82.02-84.02    해군 중위 만기제대 
•84.03-88.01   현대상선(주) 근무 (1등항해사)
•88.02-96.02    구림산업 근무
•96.03-05.01    현대상선 근무 (1등항해사, 선장)
•08.02-현   재    부산항도선사회 도선사
•16.03-20.02    부산지방도선운영협의회 회장
•18.02-20.02    부산항도선사회 회장
•18.02-20.01    부산항발전협의회 위원
•18.06-현  재    한국선장포럼 운영위원
표상
•16.12   부산교육청 교육메세나탑 교육개인기부 교육감 감사장 
•20.02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표창(감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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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바다의 날’-대통령 표창 수상! 적극적인 재능기부,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사회 행복의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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