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훌륭한 레스토랑은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식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다시 문 밖을 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프레임이 완벽하다’
신경헌, 황정흠 셰프는 그들이 지향하는 오스테리아 공담의 모습도 이와 같다고 말한다. 근사한 식사와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공간을 ‘친근한 파인다이닝’이라 부르고 싶다. _정효빈 기자




“주방은 와일드한 공간이에요. 긴장감이 없으면 요리의 디테일을 놓칠 수도 있고, 1분 1초가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군대처럼 살벌한 분위기일 수밖에 없죠. 저희도 요리를 배우면서 날아오는 식자재와 식기의 공격을 수없이 받았습니다(웃음). 하지만 한편으론 꼭 이렇게 강압적이고 경직된 분위기이어야만 훌륭한 요리가 나오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오너가 되어도 저러지 말자’는 이야기도 자주 나눴고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인데 이왕 하는 것 즐겁게 요리하자는 게 저희의 공통된 생각이었고, 의기투합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도 기분 좋은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신경헌, 황정흠 셰프가 운영하는 오스테리아 ‘공담’은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떠오르는 외식공간이다. 주택을 개조한 독특한 구조의 공담은 각각 나뉜 공간에 두 셰프만의 특별한 요리를 담아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국 각지의 유명 레스토랑을 거치며 쌓은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지난 8월, 자신들만의 공간을 오픈한 두 청년. 자신의 음식을 사랑해주는 이들을 마주하고, 바쁜 주방에서 막힘없이 주문을 소화해낼 때 희열을 느꼈다는 두 사람은 스타 셰프들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망설임 없이 상경했고, 손과 팔에 수많은 상처를 남기며 레시피를 익혀왔다. 두 셰프가 보낸 10년의 세월은 그들이 요리를 담아내는 접시 안에 모두 녹아있다.




훌륭한 맛뿐만 아니라 세심하고 친근한 서비스로도 호평이 자자한 오스테리아 공담. 고객의 관점에서 수많은 레스토랑을 방문했다는 두 셰프는 ‘좋은 고객 응대’에 대한 철학도 남다르다. 방문한 손님들의 취향은 물론, 이전 방문 시 주문한 메뉴를 기억해 재방문 시 새로운 메뉴를 추천해주기도 한다고. “훌륭한 레스토랑은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식사를 즐기고, 다시 문밖을 나서는 모든 과정이 한 편의 영화처럼 근사하더라고요. 레스토랑이 아무리 근사하고 요리가 맛있어도 손님의 기억 속 마지막 프레임이 불쾌하다면 그곳은 다시는 방문하지 않게 돼요. 이 사실을 늘 인지하고, 바쁜 와중이라도 맛과 서비스의 균형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두 셰프의 노하우가 응축된 메뉴들로 구성된 공담의 메뉴는 어느 것을 선택해도 훌륭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관자 피칸테’는 신경헌 셰프의 장기가 발휘된 오일 파스타로, 이탈리아 멸치 젓갈인 엔쵸비와 관자가 들어가 입안 가득 풍부한 감칠맛을 낸다. ‘성게알 오일 파스타’ 역시 꾸준한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는 인기 메뉴. ‘화이트라구 트러플’은 황점흠 셰프의 고민이 묻어난 메뉴로, 하루 정도 끓여낸 깊은 육수에 고기는 따로 볶아 크림소스를 만들고 여기에 트러플 오일을 추가해 조리한다. 크림소스와 쫄깃한 생면의 식감이 어우러진 이 파스타는 스파클링 와인 ‘까쌀도모 르 블랑’과 함께 하면 더욱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물을 첨가하지 않고 오직 노른자만 사용해 만들어낸 생면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내요. 생면 파스타로 유명한 레스토랑인 만큼 생면이 생소한 분들께도 모든 메뉴를 자신 있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파스타 면을 이용해 색다른 메뉴들도 선보이고 싶어요.”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 커피까지. 공담에서 제공되는 모든 메뉴를 직접 만드는 만큼 자부심도 크다. 요리를 하면서도 늘 ‘기본’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두 사람. “기본적인 조리단계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일정한 맛이 나오지 않는다”며 언제든 한결같은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고. “지역에서 접하기 힘든 색다른 요리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싶다”며 소박하고도 진정성 있는 목표를 전하는 신경헌, 황정흠 셰프. 그들의 바람처럼 오스테리아 공담이 부산을 대표하는 파인다이닝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특별한 레시피와 좋은 재료로 완성된, 이른바 ‘고급요리’는 가격 장벽 때문에 많은 분이 접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이런 요리를 제대로 하는 곳도 특정 지역에 밀집되어 있고요. 훌륭한 요리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제공해 대중들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요. 공담이 위치한 부산 동래구는 술집이 많은 동네인데요, 공담으로 인해 소주나 맥주 대신 훌륭한 식사와 와인을 곁들이는 외식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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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한 공간에 진심을 담다, Osteria ‘공담’ - 신경헌·황정흠 공담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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