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해 농촌진흥청장,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까지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김재수 전 장관이 얼마 전 농업과 농촌, 식품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대구경북도농상생포럼’의 이사장을 맡게 됐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 도시와 농촌이 함께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그는 “향후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포럼을 통해 농식품 분야뿐 아니라 사회,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가 융복합해 효과적인 도농상생을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본다. _조병훈 경기인천지사장


미국에서 2013년부터 매년 12월 20일, ‘김재수의 날’을 정하여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는데 소개해 주신다면?

A. 참전 용사이자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인 친한파 연방 하원의원인 찰스 랭글(Charles Rangel)이 2013년 저에게 정해준 날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기도 했고, 정부나 공기업에서도 미국 관련 많은 일을 했습니다. 2003년부터 2007년간은 미국 워싱턴 D.C 한국대사관에서 농무관으로 근무했는데 한미 간에 동식물 검역, 쌀 협상, 광우병 쇠고기 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등 많은 일이 있었지요. 한 건이라도 잘못되면 양국 간 갈등이 증대되어 큰 혼란이 야기될 사항이었습니다. 수많은 한미 간 농식품분야 현안을 잘 해결하고 양국 간 교역증대와 외교협력 증진에 기여한바 크다고 인정해주셔서 ‘김재수의 날’을 지정하고 기념패를 주시며 격려해주었습니다. 연방 하원의원이 외국 관리에게 이렇게 해주는 게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2012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슈발리에(Chevalier) 훈장을 받으셨습니다. 어떤 공적으로 받게 되셨는지?

A. 프랑스 여러 곳을 다니며 프랑스를 깊숙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통상협력과장이나 국제협력과장으로 있을 때도 프랑스와 관련된 여러 가지 협상을 많이 했지요. 그런 점이 감안되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G20 농업 각료회의에서의 성과를 높이 산 것 같아요.
2012년 6월, G20 농업 각료회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당시 우리 장관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차관인 제가 대신 참석했지요. 일본과 우리나라만 차관이 참가했었습니다. 식량 수출국과 식량 수입국간에 의견 대립이 많다보니 20개 국가의 농업 각료가 모여 며칠간이나 회의를 하면서도 선언문 하나 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어요. 그러다 저와 일본의 시노하라 차관이 함께 조율해 중재안과 타협안을 내어 공동 선언문이 나왔습니다. 참석자들이 공감을 한 것이죠.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도움을 주었지요. 보람 있게 생각합니다. 사실, 시노하라 차관과는 그 전부터 인연이 있었습니다. 제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OECD에 1992년부터 3년간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정부가 OECD에 가입하려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할 때입니다. 이때 일본 대표부의 대표가 시노하라였어요. 그때부터 인연이 되었는데 차관으로도 여러 번 만났습니다. 지금은 일본의 거물 중의원입니다.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21회)에 최연소로 합격하시고 농촌진흥청장,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농림축산식품부(前농림수산부) 장관까지 지내며 농촌진흥청 조직 개편과 코이카 사업 활성화, aT 해외지사 확대, 농식품부 방역조직 확대 등 굵직굵직한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40년 경력의 농림분야 최고 전문가로서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농림분야는 품목도 많고 분야가 너무 다양합니다. 중앙행정기관에서 모든 것을 다 파악하고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개방이라는 큰 파고가 밀려와 농산품 가격하락이나 소득 정체 등 많은 어려움을 겪은 지난 40년입니다.
농업은 이제 단순히 배고픈 배를 채우는 먹는 농업시대를 넘어 보는 농업, 치료 농업, 기능성 농업, 신소재 농업 등 다양한 농업으로 전환해가고 있습니다. 국민생활농업시대인 것이죠. 농업과 농촌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잘 인식하여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국민이 아끼고 사랑하는 산업으로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40년을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아픔도 있었고 나름대로 보람도 많았습니다. 국가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미대사관 참사관 등 해외에서 근무하신 경력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업을 외국 선진국과 비교하자면.

A. 우리농업이 짧은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식량자급을 이룩하였습니다. 5천년 동안 시달려온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난 것이죠. 농촌의 생활수준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다만 압축성장 과정에서 다소 분배의 불균형이나 소외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농촌에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농업정책이 실패했다’는 식의 단순 평가는 맞지 않습니다. 우리 농업분야에 많은 성공 스토리가 있습니다. 외국에 비해 조금도 뒤 떨어지지 않은 부문입니다. 경지분포나 영농 여건, 기술이 외국에 비해 다소 불리한 여건이나 전반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하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좋은 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년 등과(登科)하시고 장관까지 출세가도를 달리셨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인생경험 속에서 체득하신 바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사자성어(四字成語)는 뭐가 있을까요?

A. ‘爲國盡忠(위국진충) 나라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자’는 생각을 늘 마음에 담고 다니며 수시로 강조합니다. 저는 베이비부머 첫 세대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사람입니다. 경제성장과 발전의 영광과 아픔을 같이해온 우리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걱정합니다. 우리보다 나은 후배 세대가 되어야하는데 걱정이 많습니다. 최근 나라 상황을 보면 정말 걱정이 많이 됩니다.



2018 지방선거에 자유한국당 대구광역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하셨습니다. 향후 정치를 하고 싶으시다면 어떤 정치를 하시고 싶으신지?

A. 2017년 7월 장관직을 사임하고 쉬던 중 ‘가지고 있는 것들이 아까우니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게 어떻겠냐’는 주변의 권유를 받고 대구시장에 출마하였습니다. 중앙의 근무경력과 공기업 경험, 해외 곳곳을 다니며 근무하고 활동했던 경험을 지역에 투입하고자 하였으나 실패하였습니다. 본선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자유한국당 예선에서 탈락했지요. 현실 정치의 큰 벽을 느꼈습니다. 대구의 여러 가지 경제지표가 17개 광역 자치단체 중 거의 최하위에 처해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정신이 살아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투철한 애국심과 청렴성을 가진 지도자가 정치인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 대구·경북 도농상생 활성화에 앞장설 정책 포럼으로 대구경북도농상생포럼이 출범하면서 이사회 만장일치로 이사장에 추대되셨습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계획을 갖고 계신지?

A. 대구와 경북의 인구가 줄어들고 산업이 침체되어 쇠퇴하는 상황입니다. 서로 상생하면서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하는데 경쟁하는 모습만 보입니다. 상생한다고 자치단체장들이 자리도 바꾸어 앉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실효성 있는 상생이 되지 않습니다. 쉽지는 않으나 머리를 쓰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는 농산물의 중요 생산지이고 대구시는 주요 소비지입니다. 한방 산업 같은 서로 윈윈하는 프로젝트를 개발하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대구와 경북이 서로 윈윈하는 모임을 구성하였는데 저를 이사장으로 추대해주었습니다. 열심히 하여 지역 사회에 봉사하겠습니다.


앞으로 꼭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신다면?

A. 최근 나라가 너무 어렵습니다.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국정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불안합니다. 나라의 중심이 되는 공직자가 흔들리고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비판 기능을 상실한 언론은 정말 목불인견입니다. 역사가 엄중하게 심판할 것입니다. 나라를 세우기는 어려워도 나라를 허무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나라가 무너질까 너무 걱정됩니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합니다. 공직자가 중심이 되어 나라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정권의 변화에 관계없이 중심을 잡고 나아가야 합니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무너지는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해 저도 주춧돌을 놓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올바른 역사관,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 되어 후손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경북고등학교 졸업
•경북대학교 (경제학 학사)
•서울대학교 (행정학 석사)
•미시간 주립대학교 (경제학 석사)
•중앙대학교 (경제학 박사)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농림수산부 시장과장
•농촌진흥청 종자관리소장
•농림부 농산물유통국장
•주미대사관 참사관
•농림부 농업연수원장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농촌진흥청장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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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장,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까지, 40년 경력의 농림 분야 최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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