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경북 명품 제2호이자 경주시 특산명과인 ‘황남빵’. 1939년 최영화 씨가 처음 만들어 경주시 황남동에 빵 가게를 열었던 것에서 유래되어 이름 붙여진 이 빵은 한번 맛보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경주시의 명물이다. 8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지역의 전통 먹거리인 만큼 경주시 내에 황남빵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도 다양하다. 이러한 가운데, 원조 황남빵을 계승함과 동시에 새로운 경주빵을 개발해 개업 초기부터 큰 사랑을 받는 곳이 있다. 바로 경주 황오동에 위치한 ‘황오당’이다. 1대 정홍구 대표의 오랜 경륜에 2대 정용우 대표의 젊은 감각이 더해져 전통과 젊음의 바람직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황오당. 이에 주간인물이 경주 황오당을 찾아 두 대표가 만들어가는 전통의 맛에 관해 이야기 나눠 보았다. _정효빈 기자


지역마다 존재하는 특색 있는 먹거리는 여행의 추억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찬란한 불교문화가 보존된 경상북도 경주. 많은 이들이 경주를 떠나며 손에는 황남빵 한 상자를 챙겨 들고 돌아가 여행의 맛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곤 한다. 이렇듯 황남빵은 경주를 대변하는 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만큼 경주시 내에 존재하는 황남빵 브랜드도 다양한데, 그 중 ‘황오당’은 최근 SNS를 통해 ‘경주 크림치즈빵’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빠른 속도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경주여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황오당 창업주인 정홍구 1대 대표는 ‘원조 황남빵’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황남빵 전무를 지낸 정 대표는 황남빵 상품케이스 고급화, 홍보 리플렛 제작, 온라인 택배 서비스 구축을 추진하며 황남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일선에서 활약해왔다. 그런 그가 2018년 홀로서기를 해 창업한 것이 현재의 황오당이다. 한평생을 요식업에 몸담아온 정홍구 대표는 황오당을 운영하기에 앞서 ‘모든 것에서의 차별화’를 우선으로 내세웠다. 지역을 대표하는 황남빵을 생산하는 업체가 많아진 만큼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 없이는 사업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통을 지키는 정직한 빵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가 세운 원칙은 ‘빵에 들어가는 재료는 100% 국내산이어야 한다’였다. 정 대표가 구현하고자 하는 ‘전통의 맛’이란 역사의 시간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황남빵이 처음 만들어진 1939년 당시에는 대부분 우리 땅에서 난 재료로 빵을 만들어 먹지 않았을까요? 전통을 잇는다는 것은 우리 땅에서 난 재료를 사용해 그 시절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정홍구 대표와 정용우 대표는 지난해 김천지역 농가를 직접 방문하기에 나섰다. 판로를 찾지 못해 방치돼있던 우리 밀과 팥을 이들이 대량 매입해 지역 농가의 시름을 덜어주기도 했다고. ‘지역 농가에서 참으로 고마워하셨을 것’이라는 기자의 말에 ‘아직 시작 단계이고, 많은 양이 아니라 쑥스럽다’고 답하며 정용우 대표가 웃어 보인다.




만드는 정성뿐 아니라 재료 하나까지도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는 정홍구, 정용우 대표. 이들이 만든 ‘황오당 팥빵’은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은 100% 국내산 밀과 팥이 사용된다. 황남빵은 밀가루 반죽에 70% 이상이 팥소로 채워지기 때문에 팥의 맛이 황남빵의 맛을 좌우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정홍우 대표는 최상의 맛을 위해 팥을 삶아낸 물은 떠내어 팥 특유의 텁텁한 맛을 최소화했다. 또한, 팥 껍질을 최대한 제거해 팥소의 입자가 아주 곱고 부드럽다. 적당히 달달한 팥소에는 설탕이나 물엿 대신 조청을 사용하고 있다고. 단맛은 줄이고 팥이 가진 고유의 맛은 최대한 살려 한 번에 여러 개를 먹어도 잘 물리지 않는다. 단순하고 정직한 재료로 완성된 황오당 팥빵에서는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이 배어난다.


‘황오당 크림치즈빵’도 별미다. 익숙한 맛에서 느끼는 향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무언가에 손을 뻗기 마련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있던 정용우 대표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기 위한 고민을 거듭했다. 과거에만 머물러서는 현대인들의 입맛을 지속적으로 사로잡기 힘들다고 판단했던 것. 그러던 중 문득 그의 머리에 ‘팥소 대신 치즈를 넣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쳤고, 다양한 치즈를 맛보고 연구하며 새로운 메뉴 개발에 나섰다. 황오당 크림치즈빵은 그들이 고집하는 전통에 정용우 대표의 젊은 호기심이 더해져 만들어진, 이전에는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경주빵이다. 프랑스 국민 치즈라고 불리는 끼리(kiri) 크림치즈가 내는 특유의 감칠맛과 우리 밀의 고소함이 만나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창조적인 맛으로 탄생했다. 크림치즈빵 개발로 끼리(kiri) 크림치즈 국내 정식수입원인 ‘벨치즈코리아’와 지방에서는 최초로 파트너스 관계 협약을 맺기도 했다고. 정홍구 대표가 아들인 정용우 대표를 ‘맛의 창조자’라 부른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단기간에 이름을 크게 알리고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은 없었어요. 그저 진실한 맛으로 차근차근, 많은 분께 황오당을 알려 나가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고소한 팥빵과 신메뉴 크림치즈빵으로 이미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겸손한 자세로 큰 욕심은 내고 싶지 않다는 정용우 대표. 크림치즈빵을 직접 개발한 그는 대학 시절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공대생’이었다고. 졸업 이후 컨설팅, 인테리어 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는 그의 미적 감각은 황오당 매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 대표가 직접 제작한 기와문양의 황오당 로고 이미지에는 ‘전통을 간직하겠다’는 황오당의 정체성이 담겨 있으며, 전통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의 매장 인테리어 또한 그의 작품이다. 황오당 외부 곳곳에 팥빵의 빗살무늬를 닮은 기와 장식을 찾아보는 것도 이곳을 방문해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다.

앞으로 전통제과와 현대의 디저트를 접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나가겠다는 정홍구, 정용우 대표. 경주의 숨결이 담긴 전통 먹거리를 계승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그들이 만들어갈 ‘또 다른 맛’이 기대된다. [1071]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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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젊음이 만난 ‘세계에 단 하나뿐인 창조적인 맛’, 건강하고 정직한 빵, 황오당 - 정용우 황오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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