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는 어딜까? 한국의 경제 중심지 서울을 떠올리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삼성, LG, GS, 효성 등 굴지의 대기업 창업주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는 경남 진주다. 잊혀져가는 진주의 기업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한국형 기업가정신의 명맥을 잇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을 발굴하고 우수한 기업의 역사를 정리하고 전시하며 후대에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한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수도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주간인물은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 진주의 가치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사람, 정대율 교수와 마주했다. _박미희 기자


1920년대 지수초등학교 전경


“한국형 기업가정신은 영남지역 정신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남명조식의 경의사상, 퇴계선생의 경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존경받는 기업들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해 진정한 의미의 한국형 기업가정신을 재정립하고 후대들에게 교육해야할 것입니다.” 한국형 기업가정신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정대율 교수.

그는 경상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로 한국의 기업가정신문화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데 기여한 학자다. 10여 년 동안 연구에 매진한 결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 진주’의 가치를 조명하는데 민・관・학의 뜻을 모으고 있다.
한국형 기업가 정신의 뿌리를 찾고 근대기업 유산을 기록하는데 진주는 큰 의미를 지닌 도시다. “고려현종 때 8목 중에 하나였던 진주는 예로부터 부강하여 만석꾼, 천석꾼으로 불리는 유지들이 많았습니다. 근대자본을 이루고 한국형 기업의 시초를 이루었던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들을 비롯해 삼성, LG, GS, 효성, 넥센, 대교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창업주들의 선조들도 모두 진주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3대 그룹의 창업주인 삼성 이병철 회장, LG 구인회 회장, 효성 조홍제 회장이 진주시 지수면에 위치한 지수초등학교의 1회 졸업생이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입니다. 오늘날 대기업을 이룬 많은 창업주들의 선조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부분 명문 한학자 집안으로 조선시대 경상우도의 정신적 지주였던 남명 조식선생의 경의사상(敬義思想)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본과 미국과 차별화된 한국형 기업가정신을 찾는다면 남명 조식선생이나 퇴계 이황선생의 유학적 사상에서 찾아야겠죠.”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 진주’ 구축을 위한 3차 세미나

유학에 기반을 둔 한국형 기업가정신은 진정한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수면 승산리에 자리 잡은 GS그룹의 허씨 집안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 자금을 대고, 학교를 세우고 가난한 이를 돌봤던 의로운 부자 가문입니다. 구한말에 허씨 가문의 부를 일궈 낸 만석꾼 허준과 그의 아들 허만정(허창수 GS그룹 회장의 할아버지)은 몸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습니다. 만석꾼 허준은 마을에서 의장답(義莊沓)을 운영했어요. 의장답이란 공공사업을 위해 사재를 털어 내놓은 땅으로 이 땅에서 거둔 수익을 공공사업이나 장학금 등으로 썼으며 흉년에는 구휼을 했습니다. 아들 허만정도 독립운동단체인 백산상회에 거금을 투자했고, 백정의 신분해방운동인 ‘형평사운동’에 돈을 댔습니다. 이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지금도 기업의 문화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근대 기업유산을 잘 보존하고 기록한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한국형 기업가정신을 재정립하고 근대기업유산을 보존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는 것이 정대율 교수의 주장이다. “일본은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기업이 20,790社가 있습니다. 장수기업을 발굴하고 기업가정신을 교육해 후대에 우수한 기업가를 육성하는 일에 국가역량을 집중해 경제발전을 이끌어왔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도 한국형 기업가정신을 재정립하고 차세대 기업가를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남강 인근 솥바위에는 ‘주변 20리 부근에 부귀가 끊이질 않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 프로젝트의 주요 골자는 대한민국 기업가역사관 건립, 기업가정신교육 사관학교 설립, 기업가정신 랜드 마크 건설 등이다. 이를 통해 한국형 기업가정신을 정립하고, 후대에 우수한 기업가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수초등학교 주변에 기업가역사관을 건립하고, 내부에 기업가정신교육 사관학교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지수 염창나루에서 부자 전설이 있는 솥바위까지 뱃길을 유람선으로 관람하고, 부자나무를 견학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부자 기(氣)받기 팸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연구하는 학자, 창업기업인, 예비창업자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과 청소년들도 누구나 한번쯤 진주를 찾아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배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합니다.”
그는 끝으로 “한국 기업가정신의 산실로 진주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대기업 창업주들의 생가 분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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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율 경상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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