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화이트칼라(White Color), 블루칼라(Blue Color). 근로자가 입는 옷색을 기준으로 직종을 나누는 이 단어는 사무직과 기술직, 즉 현장직을 대표하는 단어로 자주 사용된다. 하얀 셔츠를 입고 쾌적한 실내에서 일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쾌적하지 못한 환경에서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한다는 인식에 기술직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기술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적 시선 그리고 연봉에 따른 대우에 이르기까지 한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오늘 주간인물이 만나 본 박효재 대표는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적 인식에 정면 대응, 발골 기술을 필두로 축산업에서 시작해 현재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이르기까지 성공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_정주연 기자


미국이나 유럽 등 소위 선진국을 다녀온 이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물가가 너무 비싸.” 그런데 단기간 여행이 아닌 생활 위주로 장기간 머문 이들에게 듣는 실상은 조금 다르다. 농산물이나 공산품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저렴한 경우가 많고, 다만 사람의 노동이나 기술력이 들어가는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것. 이는 사람의 노동력이 그만큼 높게 대우받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기술직을 포함한 서비스업에 의한 수입 역시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매년 최저임금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을 정도로 사람의 노동력은 하향 평가된다. 이는 전체 직업군에 대한 선호도로 이어져 청년들의 취업 1순위가 사무실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 그중에서도 안정성이 가미된 공무원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박효재 대표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걸 두려워하지도 주저하지도 않았다. 그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택했고, 그 가능성과 가치를 믿고 앞으로 전진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처음 접한 발골 작업
그 가능성을 알아보다



20대 초반, 돈을 벌기 위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는 박효재 대표. 하지만 그곳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도축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수입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발골 작업을 배우면서 식육업만의 메리트를 발견했어요. 기술을 익히며 저에게서 새로운 가능성과 능력을 보았죠.”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그 경험을 바로 살리지는 못 했다. 마치지 못 한 학업이 있었고, 한국에서 축산업은 젊은이들이 꺼리는 직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다시금 축산업으로 들어선 것은 학과 졸업을 하더라도 사회에서 기반을 잡고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이다. 호주에서의 경험을 살려 경상도축장에서 발골과 유통 담당 일을 시작한 그는 덩어리로 된 고기의 세분화 작업과 도매업을 겸하며 고령화된 작업장에서 빠르게 기술을 습득하며 인정받기 시작했다.


사회적 인식에 부딪혀 그만둔 축산업
나의 행복을 위해 다시 돌아가다



축산업에서 가능성을 보고 두각을 나타냈지만 사회적 인식과 사람들의 시선에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박효재 대표. “아무래도 예전부터 있는 편견과 시선을 깨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종사하는 분들의 연령대 역시 높았고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대기업에 기술직으로 입사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더 행복해질 텐데’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엇일까 고민해보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본인이 잘 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다시 축산업으로 돌아온 그에게 사회와 사람들의 눈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손재주도 좋고 빠른 그였기에 기술을 익히고 발전시키는데도 남들보다 앞섰다. 하지만 이런 타고난 능력에 안주하지 않고 남들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 자는 시간도 쪼개가며 노력에 노력을 더했다. 기반을 다잡고 본격적인 자기 사업을 위해 경북축산을 시작하며 그의 진가는 또 한 번 발휘되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시작한 일은 1년 뒤 상환은 물론 흑자를 내기 시작하며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시작해 배의 노력을 더한 그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하지만 박 대표는 또 다른 꿈을 안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소자본창업 성공의 기쁨
다른 이들과도 함께 하고파 시작한 ‘모이라 돈까스’



국내산 한우와 한돈을 도매로 납품하면서 소자본으로 창업한 그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유통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되는 미수금. 원활한 자금 순환을 위해 이 부분을 타계할 필요를 느낀 그는 지속적인 소비를 통해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는 돈까스 체인 사업을 생각해냈다. 기존 경북축산에서 생산된 양질의 고기를 공급하면 당사는 지속적인 공급으로 빠른 순환을 이어갈 수 있고, 가맹점주들은 양질의 고기와 맛으로 고객들에게 인정받아 매출을 낼 수 있겠다 싶었다고. 하지만 축산업으로 이미 기반을 잡은 시기에 메뉴 개발과 인테리어 등 여러 복합적 요소가 가미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는 그를 만류하는 이도 없지 않았다. “다양한 외식업들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니 우려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소자본창업으로 성공했기에 저의 재능을 나누어 다른 이들에게도 그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자체 공장에서 직접 도축, 생산해 숙성시킨 100% 국내산 돼지고기와 특제소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점주들에게는 비용 절감을, 고객들에게는 양질의 고기를 무한 리필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13년 처음 대구에서 문을 연 모이라 돈까스는 현재 전국적으로 17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상권 보장을 위해 무분별한 가맹점 개설은 지양해 가맹점 수는 적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맛 그리고 신선함은 꾸준한 매출 증대로 이어져 폐점률 또한 현저히 낮다. 이는 본사인 경북축산에도 신선한 고기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이어져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냈다.



나누는 기쁨을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다


대구 동구 검사동에 문을 연 모이라 돈까스. 외식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이라 상대적으로 매출이 낮을 수밖에 없었는데 몇 개월 뒤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독거노인 무상급식을 했어요. 당장에는 이윤이 나지 않더라도 모이라 돈까스를 통해 나눔의 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무상급식으로 방문하셨던 어르신들이 손자나 손녀와 함께 손님으로 오시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가족이 있는 분들도 계셨는데, 하나라도 팔아주겠다며 함께 손님으로 다시 찾아주신 거였어요.” 명절을 2번 정도 보내고 난 뒤 검사동 모이라 돈까스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돈까스집으로 유명세를 치렀고, 맛과 서비스에 반한 손님들의 재방문이 이어지며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나눔을 통해 또 한 번 세상의 온정과 삶의 기쁨을 느낀 그는 지금도 독거노인들을 방문해 식사를 대접하고 말상대가 되어 드리고 있다. 또한 JCI나 대구사랑청년포럼을 통해서도 다양한 나눔과 봉사를 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한정된 사고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좀 더 다양한 꿈을 꾸기를

남들이 선뜻 가지 않는 길이었기에 처음
 

시작은 그리 순탄치 않았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끊임없는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다. 다른 이의 시선과 사회의 인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선진화가 되어갈수록 특화된 기술력을 가진 이들이 더욱 인정받는 사회가 될 것을 간파했기에 그에게 축산업은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희망이었다. “요즘 청년들이 너무 한정된 시각으로만 직장을 선택하는 걸 보면 조금 안타까워요. 본인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한 직장만을 선호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처음엔 그랬어요. 하지만 그 틀을 깨 좀 더 넓고 다양한 사고를 통해 ‘직업’을 선택하면 자기만족은 물론 삶의 만족도 역시 높아집니다.” 최근 들어 전문 기술을 통한 창업을 국가적 차원에서도 장려하며 사회적 관심 역시 높아졌지만 아직은 그 분야가 한정적인 것이 사실. 삶의 주체가 ‘나’임을 강조한 그는 청년들이 스스로의 틀을 깨고 좀 더 성장하고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해 기업의 가치를 사회에 환원하고, 축산업을 좀 더 젊고 유망한 직종으로 젊은이들에게 각광받게 될 그날을 위해 오늘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효재 대표. 그의 열정과 노력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997]

[주간인물(weeklypeople)-정주연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박효재 경북축산 대표 / 모이라 돈까스 대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