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과거, 박 대표가 건넨 차(茶)로 존중받음을 느껴 눈물을 흘린 베이비시터 어머니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는 작은 차 한 잔이 주는 큰 힘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코로나19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더 고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2022년, 봄이 왔다. 이번 주간인물에서는 만물이 힘차게 돋아나는 계절이자 한 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봄과 어울리면서도 현재 차(茶) 소비 증가 트렌드에 맞춘 차(茶)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경복궁 옆 서촌에 시음 공간을 마련해 세계 각국의 차를 소개하고, 누구든지 마셔 볼 수 있도록 10년째 무료 시음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차 업계 최초로 캐릭터(차 마시는 악어 오로라)를 런칭한 ‘호전다실(湖田茶室)’이 바로 그곳이다. 티(tea)와 다구를 전문적으로 큐레이션 및 판매와 동시에 차의 대중화를 위한 티클래스를 운영하는 호전다실의 주인장, 박재형 대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즐기는 K-TEA’ 브랜드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_김민진 기자


‘일상 속에서 즐기는 차(茶) 문화’ 널리 알리고파
일일끽다(日日喫茶) 전파하는 호전다실(湖田茶室)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인동 자하문로11길 16-2에 자리한 호전다실은 떠들썩한 서촌 먹자골목 뒤편, 굽이굽이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 들어오면 만날 수 있는 옛 정취가 느껴지는 작은 한옥이다. 마침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 박재형 대표는 이날도 어김없이 차를 좋아하는 MZ세대에게 무료 시음을 제공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박 대표가 차를 접하게 된 계기부터 그만의 특별한 호전다실 운영 철학이 궁금하다.

“대학시절, 지인의 부탁으로 유통회사에 컴퓨터를 고치러 갔었어요. 막상 가보니 회사 전체의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겨 사장실 컴퓨터를 살폈어야 했죠. 이국적인 모습이었던 사장실엔 정체 모를 동그랗고 납작한 물건들이 장식장에 진열돼 있었고, 차를 우리는 데에 쓰는 도구들과 항아리들이 방안 가득 놓여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맡아보는 은은한 향이 온방에 퍼져있었던 그곳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의 날씨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만큼 제 마음에 시원함을 안겨줬지요. 잠시 후 사장님이 손님과 함께 들어오셔서 차를 마시며 차에 대한 대화를 나누셨고, 작은 잔에 담겨있는 노랗고 붉은빛을 띠고 있는 ‘보이차’를 저에게도 한잔 주셨어요. 잔에 코를 갖다 대자 깊은 향이 전해졌고, 온몸에 따스함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차에 저는 단번에 매료됐지요.”

강렬한 반응이 싫어서 평소에 술과 담배는 물론 커피조차 마시지 않았다는 박재형 대표가 그때 마신 보이차에 대해 그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다”는 임팩트 있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이후 10여 년간 차 애호가 생활을 하며 그가 기록한 블로그와 온라인 카페 글이 점차 인지도가 생겼고, 많은 이들의 권유로 박 대표는 2012년 호전다실을 창업했다. “차는 마셔 보고 사야 한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과 함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대학생 때를 생각하며, 현재까지 무료 시음의 원칙을 고수하는 박 대표는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차 문화를 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일일티클래스, 다구클래스, 기업강의, 홈파티 지원 등
폭넓은 교양 프로그램에서 전문가 교육과정까지 인기!


호전다실 입구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상품들을 보면,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캐릭터 패키지가 눈에 띈다. 오로라 패키지 덕분에 차에 대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대용차가 아닌 진짜 차를 즐기는 문화가 퍼져야 대중화가 가능하다”며, 다양한 시도로 2030세대 젊은 층의 취향을 사로잡아 인식 변화에 기여하고 있는 박재형 대표. 그는 최근 16주간 주말마다 ‘차 마시는 악어 오로라’를 이용해 ‘MBTI다회(茶會: 차를 마시며 노는 모임)’를 진행했다.
박 대표는 차 전문가 양성을 위한 ‘티소믈리에(Tea Sommelier)’ 민간자격증(1급~3급으로 구성) 발급 커리큘럼도 진행하며, 차에 관련한 깊이 있는 연구과 교육을 통해 인재 육성을 하고자 ‘호전차연구소’도 운영 중에 있다. 단순히 자격증을 발급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호전차연구소는 호전다실과 연계하여 창업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인사동 사거리 고가구점 판매로 100년 이상의 세월을 지닌 용운당 간판이 호전다실 입구에 걸려있는데,
생질(甥姪)인 박재형 대표가 물려받아 그 역사를 이어가고자 한다.



온 세상의 차를 다루는 티큐레이터(Tea Curator), 박재형 대표

“우리나라에도 보리차, 유자차, 옥수수수염차 등 수많은 차가 있지만 사실 차가 아닙니다. 원료가 찻잎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런 차들은 차를 대신했다고 하여 ‘대용차’라고 합니다. 10년간 직접 제 발로 뛰어 스리랑카, 중국, 인도, 일본, 대만 등 전 세계의 차들을 좋은 품질로 저렴한 가격에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고 공부하고 해가 질 때까지 항상 가까이에 차가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차가 비싸면 일상적으로 즐기기가 힘들기 때문에 다구도 번거롭고 비싼 것보다는 저렴하고 편하게 쓸 수 있는 것들로 소개하고 있지요. 어렵고, 딱딱하고, 진부하다는 등의 차에 대한 편견을 깨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차와 다구를 큐레이션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차를 큐레이션 하여 역으로 해외 수출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는 ‘식품’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제품은 까다로운 ‘정식통관’의 검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유기농 인증’을 받은 곳의 제품만 취급하며 전국적으로 현재 50여 개 이상의 업체에 납품하고 있지요.”

힐링의 시대, 한국적 차로 세계 음료 시장 진출 꿈꿔



호전다실 보이차와 오로라 패키지



인터뷰 내내 박재형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차(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져 그가 호전다실을 통해 펼쳐나갈 방향성과 계획이 더 듣고 싶어졌다.

“차 나무가 없는 싱가폴에는 전 세계의 차를 수입·유통하는 TWG 회사가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영국 회사로 알고 있을 정도로 차의 명가다운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지요. 호전다실 역시, 이러한 기업을 롤 모델로 삼고자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차로 ‘Korean Breakfast’를 제조해서 전 세계에 소개하고 싶어요! 호기로운 저의 꿈을 위해 10년 동안 꾸준히 세계 각국의 차산지 수입 루트를 만들었지요. 이와 더불어 호전차연구소를 통한 체계적인 인재 양성을 중심으로 호전다실 찻집 프랜차이즈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잎차와 함께 티백, 밀크티 등을 추가하여 모든 사람들이 편하고 맛있게 차를 즐겼으면 합니다.”

차 인생 20년을 살아온 박 대표가 지금부터 개척할 또 다른 10년, 그 이상의 길이 기대된다. ‘차(茶) 대중화’라는 그의 꿈이 이루어져 언젠가 영국의 포트넘앤메이슨(Fortnum & Mason)과 프랑스의 마리아쥬프레르(Mariage Frères)와 같은 다국적 홍차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길 응원해 본다.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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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입맛으로’ 재해석한 차(茶), 글로벌 K-TEA 브랜드 도약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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