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나에게 바느질은 포근한 추억이자 어머니(고순덕 씨)의
아련한 살내음이다. ” - 저서 ‘조각보, 마음을 이어가다’ 중 -



‘한국예술문화 명인’은 한국 전통예술문화의 새로운 발견과 가치를 평가하고 예술문화 콘텐츠를 발굴·기록· 인증·전승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2012년부터 운영하는 제도다. 한국예총은 35개 세부 분류로 나눠 명인 인증 평가를 거친 뒤 한국예술문화 명인 인증서를 수여한다. 심사기준 및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인증 이후에도 3년에 한 번씩 총 두 번의 협회 실사를 진행해 사실상 6년이 지나야 명인 인증 절차가 완료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명인 중 이번 주간인물에서는 울산의 국보인 암각화(巖刻畵)문양을 오방색 실과 각종 천 조각을 이용해 조각보 위에 한땀 한땀 바느질로 감성과 예술혼을 담아내는 규방공예(閨房工藝)의 명인, ‘최인숙 규방공예가’를 만났다. 최근, 5월 루마니아의 부카레스트 국립예술대학교(Universitatea Naṯională de Arte Bucureşti)에 최 명인의 작품이 온라인 전시돼 코로나 시국에도 한국 전통 조각보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세계 각국에 알리며 장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_김민진 기자


미국, 일본, 프랑스, 뉴질랜드 등
다수의 해외 초청전시와 국내전시를 통해 
자연 염색 조각보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다


루마니아의 수도이자 예술·미디어·문화의 중심지인 부카레스트의 국립예술대학교에서 먼저 알아보고 전시 요청을 한 최인숙 명인의 암각화 문양 보자기가 또 한 번 세계 속에서 자연 염색 조각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기회이자 의미 있는 전시로 현지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를 포함해 현재까지 해외전시 55회, 국내전시 208회, 개인전 7회를 한 관록 있는 작가로 평을 받는 최 명인은 대학교와 각 기관에 출강하고 있으며 국제보자기포럼 초대작가 및 전문위원, 각 기능경기 심사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울산에서 그와의 인터뷰를 기다리니 저 멀리서 최인숙 명인이 부산대학교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수업재료를 가득 담은 큰 가방을 내리고 있었다. 한달음에 달려가 최 명인을 맞이했는데 지친 기색 하나 없는 그의 얼굴은 생기 가득했다.

“젊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어울려서 대화하는 모임, 수업, 전시 등은 나를 더 성장시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게 합니다. 돈 따지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웃음). 올해 내 나이가 일흔하나입니다. 제 몸집만 한 커다란 가방을 들고 버스 타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남들이 봤을 때는 허름하거나 안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런 외부의 시선은 신경 안 씁니다. 이 궂은 날씨에도 제 마음만큼은 화창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오늘 만난 12명의 수강생 덕분이지요. 예전에는 6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는데 점점 30~40대 여성분들 참여도가 늘고 있습니다. 규방공예를 배우고자 이리저리 수업을 찾았던 학생들이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모이지 않아 ‘폐강이 될까 봐 걱정했다’며 ‘부산까지 와서 수업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고 여러 차례 인사를 건네는 말들 덕분에 제가 계속 가방을 싸 들고 다니는 것 같아요(웃음).”

꾸준한 유물 기증으로 후학양성과
우리 전통문화 보존에 앞장서다


1975년부터 왕성한 작품활동과 규방공예 강의를 지속하며 전통조각보연구실 ‘길상공방’을 운영 중인 최인숙 명인은 지역 특성을 살려 울산의 반구대암각화를 기본 소재로 침선을 한 전통보자기로 장인 인증을 받았다. 한국예술문화명인 울산광역시 울산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고 ‘2020년 한국예술문화명인 <울산광역시 울산협의회 명인 8인전> 개최 및 (사)대한민국장인예술협회 주최, <대한민국섬유공예대상>을 수상하며 코로나19 장기화 속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 최 명인.

후학양성에도 남다른 뜻을 지닌 그는 한국색동박물관, 울산박물관, 숙명여대 등 곳곳에 규방공예의 저변 확대를 위한 최인숙 명인의 소중한 유물을 기꺼이 기증했다.

“보따리 싸서 나 혼자 가지고 있으면 뭐 합니까(웃음). 펼쳐서 많은 사람이 봐야 의미가 있지요. 옛날 양반집 규수들의 생활공간이었던 규방에서 탄생한 공예로 볼 수 있지만, 실상은 일반 서민들이 넉넉하지 못하던 시절 자투리 천을 이용해 만든 것이 지금의 예술로 발전한 것입니다. 요즘은 모시, 삼베, 명주 등 다양한 종류의 천을 활용해 은은하고도 운치 있는 고급 공예품으로 재탄생하고 있지요. 이렇듯 작품적으로는 질적 발전을 통한 우리 문화전통의 보존과 전승이 필요하고요. 또 다른 보존 방법으로는 단순히 보자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그 기법을 이용해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이 가능한 가방·지갑·조끼·목도리 등 변형을 함으로써 문화적으로도 높은 접근성과 대중성은 물론, 예술 하는 사람들이 생계유지도 할 수 있어야 전승이 끊기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5월, 미국 워싱턴 ‘La Conner Quilt Museum(라 코너 퀼트 섬유 박물관)’ 전시회에 벌써 예약이 된 최인숙 명인의 작품들. 하루빨리 코로나도 종식이 되길 바라며 한국의 얼과 미를 수놓은 그의 작품이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전하길 기대한다! [1121]




•한국 전통조각보연구실 운영
•울산시 공예지정업체 선정

•울산시 기능경기대회 침선부문 심사장 위촉
•울산시 장애인 기능경기대회 자수부문 심사장 위촉
•국제보자기포럼 초대작가 및 전문위원 선정
•국제자연염색공모전 금상 수상
•한미장인예술제 문화예술상 수상

•저서 ‘조각보, 마음을 이어가다’
•대한민국 장인 인증 (2016-0729-2호) 전통조각보
•한국예술문화 명인 (제17-04-08-25호) 암각화문양조각보
•해외전시 55회, 국내전시 208회, 개인전 7회

주간인물(weeklypeople)-김민진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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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품격 높은 규방문화를 보여주다! 투철한 장인정신과 예술의 혼을 담은 ‘침선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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