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대구 남산역 인근, 빌딩 숲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높은 건물들이 즐비한 가운데 1974년에 지어진 소소하게 자리잡은 주택이 하나 있다. 바로 올해 초, 하나의 야생화로 재탄생한 카페 Heather(헤더). 주민들과 인근에 있는 계명대학교 학생들에게는 물론, 요즘 유행인 카페투어 목록에 빠짐없이 들어가 타지에서도 찾아찾아 온다는 곳. 고된 하루일과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커피 한 잔과 디저트들로 모두를 반기는 도심 속의 힐링 플레이스, 카페 Heather(헤더)의 주인장 최병석 대표를 만나본다. _박경훈 기자

‘낮은 산과 황야 지대에 나는 야생화’라는 뜻의 헤더(Heather)를 최병석 대표는 카페의 아이덴티티로 삼았다. 매장으로 가는 길에는 그리 가파르지 않은 언덕이 존재하는데, 언덕이라는 존재가 주는 이미지에서 착안해 야생화라는 뜻의 헤더를 카페명으로 지었다고.

“매장 이름이 가진 의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운영하던 ‘트럼프커피’라는 매장은 비장의 패라는 뜻의 트럼프를 따와 지었는데, 2016년 미 대선 이후 의미가 다 사라져버렸네요(웃음).” 최 대표는 현재 크롭투컵(Crop to Cup)이라는 커피 원두 및 생두 직수입하고 유통하는 사업도 운영 중인데 그 의미 역시 예사롭지 않다. ‘농작물에서 한 잔의 커피까지’라는 뜻으로 커피가 나오는 그 모든 과정을 컨트롤하겠다는 뜻이란다.

크롭투컵(Crop to Cup)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던 최 대표는 언젠가부터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다고. 그리고 작년 초, 생두 주 수입처인 코스타리카 출장 중이던 중 갑작스러운 대구 지역 코로나 확산으로 가족의 안전이 걱정돼 급하게 귀국을 결정하였단다. 이후 그는 카페 창업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낮에는 아내와 창업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밤에는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산책을 하곤 했었어요. 처음 만난 한 동네의 골목길을 따라 가던 중 지금의 카페 헤더 건물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동성로 근처이지만 번화가의 번잡함은 없었고 바로 앞 공원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를 가진 이 곳의 분위기에 반해버렸어요. 제 아이가 자랄 곳이기도 할 이 남산동의 주민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 끝에 문화예술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이 지금의 카페 헤더입니다.”

카페 내부로 들어서자 내부에 전시된 다양한 그림들이 눈에 띈다. 지하에는 특별한 예술 공간을 만들어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시작되는 올해 9월, 사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전시 수익금을 월드비전과 전남대병원에 기부하여 소아암 환자들을 돕고 있는 유병완 작가를 초청할 예정으로, 이 수익금 역시 화상을 입은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쓰일 것이라고 한다. 최 대표는 “무거운 분위기의 미술관이 아닌, 집 앞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대학 시절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카페의 맛과 분위기 못지 않게 서비스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이 공간에서 손님들이 얼마나 잘 힐링하시고 또 얼마나 잘 즐기다 갈 수 있을지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빨대를 잔에 꽂아서 드릴지, 트레이에 올려서 드릴지와 같은 세세한 디테일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또 커피의 맛은 항상 최상을 유지하기 위해 원두 로스팅을 제가 직접 만들어서 줄 테니 직원들에게는 서비스에 더 집중하라고 당부합니다.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통해 직원들을 항상 믿고 존중해줌으로써 카페 헤더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지난 3월 2일 임시개장을 시작으로 문을 연 카페 헤더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굉장히 많은 인기를 얻고있다. 가게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전부터 줄을 서 있는가 하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소리에 관해서도 박학다식한 그는 카페 내부 스피커 배치에도 굉장히 신경 쓰며 진심으로 손님들이 지친 마음을 달래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손님들의 니즈를 잘 충족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대구는 카페창업의 경쟁이 특히 치열한 곳이라 손님들의 기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들로부터 단 하나의 컴플레인도 생기지 않게끔 굉장히 디테일에 많이 신경 썼습니다. 계단에 손잡이도 일반 합판 나무가 아닌 손으로 잡았을 때 안정감이 느껴지게끔, 작은 뾰족한 가시로 손님의 손을 다치지 않게끔 샌딩에 굉장히 공을 들였습니다.” 이런 인기에 보답하듯, 최 대표는 카페 내부에서 강사를 초빙해 진행할 아트 클래스 오픈을 계획, 현재 실행단계에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근에 있는 계명대학교 예술대 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한 전시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카페를 운영하며 뜻깊었던 순간에 관해 묻자 그의 눈빛에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이 올해 태어났습니다. 카페 오픈을 준비하던 중 아이가 생기고 3월 10일에 아이가 태어나 이번 주가 100일이었습니다. 어제 아이가 유모차에 타 처음 매장을 방문한 순간이 굉장히 감격스러웠습니다. 빨리 이 공간을 문화예술로 채워서 아이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웃음).”
인터뷰를 통해 느낀 최병석 대표는 참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다.
“유명한 곳이나 번화가에 위치한 핫플레이스를 찾는 것도 좋지만 최대한 주거환경 범위 내에 있는 특별한 공간을 찾는 움직임도 보였으면 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 동네 문화가 퇴행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그 동네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동네 상권이 활성화되고 이웃공동체의 문화가 다시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모두가 힘든 불가항력의 코로나 시국이 하루빨리 종식되어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다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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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숲 사이 핀 야생화 한 송이, 주민 친화적 문화예술공간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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