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해마다 차나무에 새 가지가 자라네
그늘에 키우느라 울 엮어 보호하네
육우의 <다경>에선 빛과 맛 논했는데 관가에서는 창기(槍旗)만을 취한다네
                                                                                                                                            - 김시습의 ‘양다(養茶)’ 中에서 -



이 시를 보면 1400년대를 살았던 김시습이 일찍이 손수 차나무를 기르며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져 맛있게 차를 먹을 수 있는 차광(遮光) 재배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차의 맛뿐만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대중들에게 전하고 있는 홍황금, 이나리 대표를 만나 경남 양산, 백비 티라운지에서 다담(茶談)을 나눠보았다. _김나리 기자


경남 양산 한송예술촌 내에 위치한 백비티라운지는 ‘진심으로 차를 사랑하는 사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백비’는 주역 산화비 편에 나오는 말로 ‘희게 꾸미면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더하지 않을수록 더 좋은 모습’이라 생각하는 그녀의 철학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백비라는 이름만큼이나 정갈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구석구석 그녀의 손길이 묻은 이국적인 다구와 소품들로 가득하다. 마치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백비티라운지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차와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철학, 다도를 배우는 교육장이며 각 분야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복합문화 예술공간이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백비티라운지에 오는 사람들이 차와 공간이 주는 위로를 온전히 누리고 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찻잎을 만지면서 느끼는 편안함, 다기를 다룰 때의 즐거움, 우러난 찻잎과 오묘한 차의 탕색을 보고 그윽한 향을 맡고 따뜻한 차의 온도를 입술로 느끼며 오감을 활용해 차에 집중하라는 것. 오롯하게 차에 집중하는 순간, 일상의 번잡함을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로 돌아가게 해주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차를 마시며 잠시라도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천천히, 한 박자 쉬어가는 것이 스스로를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급박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차가 주는 느림의 미학과 순간의 차명상을 해볼 것을 추천했다.


커피나 다른 음료들에 익숙한 대중들에게 차문화는 조금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딸인 이나리 대표에게 전통차 문화를 계승하며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차는 카멜리아 시네신스(camellia sinensis)라는 차나무 잎을 우려낸 음료로 제다법에 따라 녹차, 홍차, 우롱차 등으로 나뉜다. 차나무의 품종과 원산지, 발효 정도, 제다법, 우리는 기술 등에 따라 차 맛은 제각기 다르다. 그들은 제각기 다른 맛을 가진 차와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조합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마리아주(marrige)’, 즉 마실 것과 음식의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 ‘찻상이 밥상이다’라는 모토로 먹거리와 차를 접목해 전통차 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젊은 사람들이 차 문화를 향유하고 우수한 차 문화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차 문화 대중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 잉크빛 수국이 만개한 백비티라운지에서 청량감이 있는 백차 한 잔으로 마음에 쉼을 얻고 여름을 나는 것은 어떨까.  [1119]

주간인물(weeklypeople)-김나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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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비티라운지, 먹거리와 차를 접목해 전통차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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