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미각은 잔인하다.

뛰어난 ‘미(味)’로 한번 일깨워진 미각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평생 잊혀지지 않는 그리운 맛,
음식의 정의를 바꾸는 맛.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하게 하는 맛.

‘작곡가’를 ‘커피인’으로 변화하게 만든
 평범한 아메리카노 한잔처럼,

김욱진 표 커피는 획일적인 맛에 길들여진
우리의 미각을 일깨운다.

_박미희 기자


김욱진 대표는 섬세한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운율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처럼 커피 맛을 조율하는 그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사람. “하고 싶은 일만 해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했다”며 수줍은 소년 같은 미소를 짓는 그는 작곡과 전자공학을 전공한 아티스트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서울에서 작곡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며 예술의 전당, 동양텔레콤, 한국전자금융 등을 거쳐 명인음반을 운영하고 있는 팔방미인이다.
‘고퀄리티 데일리 커피’로 부산 커피 시장에 뚜렷한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김욱진 대표는 실력파 커피인이다. 대중적인 가격에 고품질의 커피를 선보이며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한 그의 커피는 중독성이 있다. 작곡가로 더 유명한 김욱진 대표. 예술의 완성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그가 10년 전, 커피와 사랑에 빠진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예전엔 커피는 쓴 줄로만 알았어요. 하지만 맛있는 한잔의 커피를 맛보곤 새로운 맛에 눈뜨게 됐죠. 어느새 음악은 뒤로하고 미친 듯이 커피를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10년을 1초’처럼 커피에만 푹 빠져 살게 됐어요.” 서울 대학로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던 그에게 갑자기 나타난 커피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10년을 1초’처럼 느껴질 정도로 커피에 푹 빠진 그는 커피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거쳤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커피.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커피인의 길을 걸어왔다. “도제식으로 커피를 배우지 않았어요. 제 방식대로 실험하며 헤쳐나갔지요. 커피의 원리를 탐구하며 실험하듯 직접 해보며 커피를 배우는 일은 참 재밌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커피는 획일적이지 않다. 갓 따낸 신선한 원두, 고유한 원두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낸 로스팅과 섬세한 추출로 개성을 담아낸다. 아름다운 선율처럼, 맛의 높낮이가 있는 커피. 복합적인 맛과 향으로 미각을 일깨우는 커피. 김욱진 표 커피에는 평생을 예술에 몸 바쳐온 그의 섬세한 감각이 녹아나있다. “청각에서 미각으로 그 감각만 옮겨간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는 것처럼, 커피를 하는 것도 결국엔 센서링이더군요. 섬세한 감각으로 좋은 음악을,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다 똑같아요. 이 맛있는 커피 한잔에 제 인생이 담긴 것인지도 몰라요(웃음).”


아내 안정민 씨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김욱진 대표 


빠져나올 수 없는 커피의 매력에 대해 묻자 그는 오랜 시간 한분야에 천착(穿鑿)해 얻은 통찰을 말했다. “커피의 매력은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에요. 같은 생두라도 어떤  환경에서 로스팅하고 추출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입니다. 이처럼 사람이 핸들링할 수 있는 영역에 한계가 있다 보니, 더 좋은 커피를 내기 위해 계속 노력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커피는 마치 마약 같다고 할까요(웃음).”

그래서 커피인들은 ‘커피는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고 말한다. 그만의 색깔을 입히고 고유한 원두의 개성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해 생산되는 좋은 생두인 ‘햅크롭’만을 쓰고 고유한 원두의 특성을 담아내기 위해 속까지 골고루 익히는 로스팅에 그와 아내, 안정민 씨는 모든 것을 걸었다. “콩에 따라서 표현할 수 있는 점이 다 달라요. 생두의 고유한 특성을 표현하는 과정은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죠. 그래서 로스팅을 할 때는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게 돼요.”

원두의 다양한 맛과 향을 담아내는 마지막 추출 과정, 한줄기의 물이 원두에 닿는 순간, 숨소리마저 자자드는 그의 모습은 마치 건반에 영감을 담아내는 피아니스트와 같았다. “추출과정에서 맛을 좌우하는 요소는 서른 가지도 넘어요. 88℃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가 만들어져요. 매순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제대로 된 커피의 풍미를 담아낼 수 있거든요. 제대로 추출돼야 좋은 커피 향이 납니다. 그래서 항상 커피를 내릴 땐 눈으로만 보지 않고 향을 맡아요. 수고로울 수 있는 이 많은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좋은 커피가 완성됩니다.”
커피 한잔에는 그린빈, 로스팅, 추출... 전 과정의 수고가 담긴다. ‘맛있다’라고 표현되는 한잔의 커피를 위해 김욱진 대표와 그의 아내, 안정민 씨가 흘렸을 땀은 얼마나 될까.
화려한 수식어로 애써 꾸미지 않아도 마음씨 고운 부부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넬 뿐이다. 매일 마셔도 좋은, 고품질의 데일리 커피를 위해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 끊임없이 실험하고 연구하며 나아갈 것이다. [1118]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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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작곡하는 아티스트 ‘복합적인 향과 맛, 리드미컬한 운율이 있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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