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최근 통영 향토집이 중소벤처기업청이 주관하는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백년가게는 지속 생존을 위한 경영비법을 통해 고유 사업을 장기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소상인과 중소기업을 뜻한다. 중소벤처기업청은 뚝심 있는 한우물 경영으로 대를 이어 발전하는 백년가게를 선정,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백년가게로 선정된 향토집은 통영의 향토음식인 굴 요리를 개발해, 굴전으로 특허를 받은 바 있는 노포다. 주간인물은 통영의 향토음식 발전에 기여한 향토집의 이야기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우유 빛깔 찬란한 통영 굴은 예로부터 그 뛰어난 맛과 향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통영은 한국 굴 생산량의 80%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굴 산지다. 굴 생육에 가장 알맞은 수온과 어장환경을 갖춰 굴 양식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통영을 대표하는 미(味), 굴.’ 바야흐로 굴철이 돌아오면 전국의 미식가들은 달큰한 이 맛을 잊지 못해 통영을 찾는다. 그 중 통영 굴 요리의 원조격으로 인정받는 향토집은 현지인이 인정하는 노포다. 창업주, 문복선 대표가 1991년, 빼어난 음식 솜씨를 썩히지 말라는 주변의 권유로 한남동 일대에서 시작했다. 인근에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번화가인 통영시 무전동으로 자리를 옮겨 남편, 천양군 씨와 함께 업장을 꾸려가고 있다. 일대에서 솜씨 좋기로 소문난 문 대표의 뒤를 이어 지금은 아들, 천준석 씨와 며느리 신권형 씨가 가업을 잇고 있다.
굴 작황에 따라 그해 통영 지역 경제가 들쑥날쑥할 정도라니, 그야말로 한집 건너 한집이 굴 양식을 하는 집이다. 그러니 30여 년 전, 처음 굴 요리 전문점을 연다고 하니 잘 될 거라고 하는 사람보다 한달도 못 돼 문 닫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단다. “원래 저는 고성 사람인데, 통영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시집을 오면서 통영에서 서점을 운영했어요. 처음엔 잘 되다가 시대가 변하다보니 서점 운영이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업종을 변경해 굴 요리를 비롯해 다양한 해산물 요리점을 했었어요. 그때 한 단골손님이 ‘통영하면 굴인데, 굴요리 전문점을 한번 해보는 게 어떻냐’고 권유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 물어보니 ‘한집 건너 한집이 굴양식하는 집인데 누가 통영에서 굴 요리를 사 먹느냐, 굴 요리하는 집은 얼마 되지 않아서 죄다 문을 닫았다’며 한사코 만류를 하더라고요. 하지만 굴 요리가 발전된 일본처럼 제대로 된 굴 요리를 내놓는다면 분명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굴 요리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그녀는 일본 오사카와 후쿠시마를 오가며 일본 굴 요리를 배웠다. 변변한 요리책도 없어 일본 요리책을 찾아가며 독학을 했다. 그런 노력의 결실로 지금의 굴 요리를 개발하게 됐다.
향토집의 굴 코스요리는 이렇다. 껍질을 벗겨낸 알굴을 그릴에 노릇하게 구워낸 굴구이, 바다향이 묻어나는 싱싱한 굴회, 새콤달콤한 양념에 묻쳐내는 굴무침, 계란물에 묻혀 구워내는 노릇한 굴전, 아귀찜처럼 콩나물과 조리한 굴찜, 향긋한 굴향이 구미를 당기는 굴밥……. 이 개미나는 한상을 만들어내는 것. 그 중 대표 메뉴인 굴전은 조리법으로 이례적으로 특허 (제 10-1694326호 : 반달형 굴전 및 그의 제조방법)를 받았다.

굴전은 잘못 부치면 계란옷과 굴이 따로 놀거나 많이 익혀 자칫 퍽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집 굴전은 푸짐한 굴과 부드러운 계란옷이 한데 어울려서 환상의 조화를 이뤄낸다. 그 맛의 비결에 대해 문 대표는 “계란물과 굴이 따로 놀지 않도록 저온 숙성을 하는 것이 비결”이라며 “적절한 불조절로 노릇하게 구워내는 솜씨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는 노하우를 말했다.
굴 요리의 원조격으로 인정받는 노포, 향토집. 일대에서 소문난 솜씨로 2015년 경남향토음식 축제 등 향토요리 경연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한 경력이 있다. 
맛은 재료라고 했던가. 수십 년 가게를 운영했지만 문복선 대표는 요즘도 아침이면 서호시장에 나가 장을 본다. 굴철이면 코로나19로 대형관광버스가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굴을 보내달라는 전화가 빗발친다. 현지인도 인정하는 굴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시절, 전국 각지에서 찾아들었던 손님들이 잊지 못한 손맛 때문이다. 오랜 세월, 한우물을 판 노포가 가진 진정한 자산은 이런 것이 아닐까.
코로나19로 밥 먹을 때가 아니면 마스크를 쓰고 동행한 사람과 눈만 마주쳐야하는 팍팍한 세월. 그 힘든 고비 속에서도 뚝심 있는 한우물을 경영을 계속되고 있다. 그녀의 뒤를 이어 가업을 잇는 아들 내외에게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노포의 정신이다. “코로나19로 후대는 더 사업하기가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변하지 말아야하는 것은 땀과 노력으로 지켜온 노포의 정신이지요. 통영의 특산물인 굴 요리 연구와 개발로 지역 향토음식을 발전을 이끈 향토집, 오랜 세월 손님들과 함께한 그 전통의 맛을 계승하고 발전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117]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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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굴 요리 연구로 향토음식 문화 발전에 기여한 향토집, 중소벤처기업청 백년가게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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