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선선한 봄바람과 정오의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던 4월의 어느 날, ㈜엔티코리아가 경상남도 사회적기업 중 매출 1위를 달성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경남 산청군으로 향했다. 산청군 금서농공단지로 향하는 길, 목적지를 알리고 택시에 올라타자 ‘엔티코리아요? 좋은 일 하는 곳 가시네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채용해 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꾸준한 사회공헌활동으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이들. 사회적 가치 추구와 기업 경쟁력 강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좋은 일 하는 기업, 엔티코리아’의 엄희량 대표를 주간인물이 만났다. _송인주 기자


“매출 1위의 비결은 꾸준함”

㈜엔티코리아는 국내산 PP(폴리프로필렌)원료를 이용한 PP BAG, PP원단, PP벨트, 소포대 등을 생산하는 PP BAG(폴리프로필렌 백) 전문 제조기업이다. 제사, 제직, 재단, 봉제 등 모든 생산 공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수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컨테이너 백(톤 백), 철강포장재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엔티코리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산업계 전반이 위축되던 지난해, 판매처 다변화에 집중하며 국내 대기업 수주량을 증대시켰으며 지난해 매출액 105억 원을 기록, 경남도 내 사회적기업 중 매출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10년이 넘는 업력과 탄탄한 기업 경쟁력, 젊은 대표이사가 공통분모인 기업에서 2세 경영인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가업을 승계하고 전대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경영 능력과 소통을 중시하는 젊은 감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젊은 여성경영인인 엄희량 엔티코리아 대표는 이들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예상과 달리 2세 경영인은 아니다. 부친인 엄점태 대표와 함께 엔티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그는 기업 설립 단계를 함께한 창립 멤버로, 2010년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경영일선에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운수업을 30년간 하셨습니다. 30년간 다니신 운수 회사를 퇴직하시고 지금의 엔티코리아를 저와 함께 설립했죠. 경영학과 졸업 후 기초부터 차근차근 일을 배워나갔지만, 졸업 후 비교적 어린 나이에 바로 일을 시작해서인지 인력을 관리하는 부분이 특히 어렵더라고요. 직원을 대하는 방법이나 여러 경험적인 부분에서 아버지로부터 많이 배웠습니다.”

엔티코리아는 전체 근로자 중 90%가 사회 취약계층으로 구성돼있다.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의 인증 요건이 전체 근로자 중 취약계층의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미뤄보면 취약계층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회사 창립 목적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고 답한 엄 대표. 그 역시 처음부터 장애인 고용과 사회적기업에 관한 지식이 해박한 편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좋은 뜻을 가진 이에겐 좋은 조력자가 함께하는 법.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그를 위해 많은 이들이 그에게 정보와 지식을 나눠주었고 2011년 9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 3년 후인 2014년 12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바위와 부딪히지만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경호강처럼, 엔티코리아는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도 멈추지 않는 노력으로 꾸준한 매출 상승을 이뤄왔다.
“사회적기업일지라도 기업은 이윤 추구가 당연한 것이기에 영업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회사의 성장에 발맞춰 취약계층에 더욱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고, 매출도 꾸준히 증가해갔죠. 이번 경남도 내 사회적기업 매출 1위 달성의 비결도 이러한 꾸준함에 있습니다. 한 순간의 급격한 성장이 아니었어요. 이 모든 것이 직원들의 노고 덕분입니다(웃음).”



좋은 일 하는 착한 기업

사회의 여러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각종 봉사활동과 장학금 기부 등의 사회적인 공헌을 하며 사회적 기업으로서 귀감이 되고 있는 엔티코리아. “다양한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기부를 시작했어요. 기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서비스 활동을 했습니다. 봉사활동이나 집짓기, 소방시설 기부, 모교인 진주여고, 경상대학교에 발전기금 및 장학금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산청고등학교 취약계층 학생 3명에게 3년간 장학금을 지원했어요. 이 학생들에게 감사하다는 손편지를 받은 것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웃음).”

엄희량 대표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선행을 직접 봐왔다.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봉사활동을 굉장히 많이 하셨습니다. 늘 가진 것을 다른 이들에게 베풀고 남을 도우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부모님의 교육관이셨던 것 같아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줘야 나도 잘 된다고 하셨죠. 경영학을 전공해서인지 제가 효율을 굉장히 중시했어요. 효율 중시의 사고방식 때문을 처음에는 취약계층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올해 회사를 운영한지 11년차 되는데 이제야 부모님이 말씀하시던 가치를 이해하고 상생에 의미를 깨닫고 있습니다.”

‘경상남도 내 매출 1위’, ‘좋은 일 하는 회사’와 같은 키워드는 단순해 보여도 단어에 담긴 의미를 나날이 유지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엄희량 대표는 기업의 중심으로서 영리를 취하되 사회적 공헌을 하고 직원들을 돌보아야 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동기부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제 아버지도 미미하지만, 장애 등급을 가지고 계셔요.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걸 많이 목격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단 다짐을 하셨어요. 그런 노력 때문인지 근속연수가 가장 긴 직원도 장애인이에요. 저도 항상 직원들에게 중소기업이지만 최대의 복지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엔티코리아에는 유류비 지원, 기숙사 제공 및 최근 공표한 자녀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복지 제도가 있다. 엄희량 대표는 소통을 중시하는 만큼 직원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어떤 복지가 있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휴가 가면 숙소를 제공해달라고 말한 분이 계셔서 검토해보니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추후엔 근속년수에 따른 기준을 만들어서 리조트나 호텔 숙박을 지원하는 제도도 추가할 계획입니다. 솔직히 제가 직원의 입장이라도 회사에서 챙기고 배려하는 만큼 애사심도 더 들 것 같구요(웃음).”

“올해도 내년도 목표는 성장과 고용창출”


사회적 기업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인건비를 지원해주거나 사업개발비를 지원해주거나 사회보험료 일부를 지원해준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사회적 기업이 만든 제품의 판로를 개척해주진 않는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기업에 좋은 이미지로 작용하지만, 제품을 파는데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제품을 사는 이들에겐 매력적인 기업보다 매력적인 제품이 중요하기 때문. ㈜엔티코리아도 판로를 개척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엄희량 대표는 돌파구를 물색하고 있다. 이는 더 많은 취약계층을 고용하기 위한 것.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연구개발에 힘쓰며 특허 개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포스코케미칼, OCI(오씨아이), 한화토탈 등 굵직한 석유화학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부분도 엄희량 대표의 땀방울이 스며들어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일하는 와중에 저희가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서 지원을 받으신 분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편지를 주실 때 마음이 참 따듯해집니다. 그럴 때 회사를 더 키워서 더 많이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도 10% 매출 성장과 그에 따른 취약계층 및 청년고용 창출이 목표입니다.” ㈜엔티코리아의 강점은 물러서지 않음에 있는 듯 했다. 안주하지 않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기에 꾸준한 매출 상승이 가능했다. 좋은 기업은 정체성을 바꾸지 않고, 멈추지 않는 기업이었다.
엄 대표의 선의로 읍내까지는 직원이 차를 태워주었다. 그에게 대표에 관해 묻자 주말에는 직원들과 함께 놀러 가기도 하고 직원들 걱정을 항상 하는 자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진정으로 직원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에 대한 봉사 정신이 있는 엄희량 대표가 앞으로 가꾸어갈 ㈜엔티코리아가 더욱더 궁금해진다. [1116]


주간인물(weeklypeople)-송인주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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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강의 맑은 물결을 닮은 기업! 취약계층과 상생하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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