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흔히 가맹점 수가 많아야 성공한 외식 경영인이라고 생각한다. 매출을 척도로 창업 성공 신화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로 ‘좋은’ 프랜차이즈는 무엇일까. 여기 12평의 작은 포차에서부터 시작해 발로 뛰어다니며 좋은 음식을 배우고 직접 인테리어를 한 가게에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을 걸고 가게를 운영하는 남자가 있다. 그가 아끼는 ‘하선집’과 ‘우주옥’에는 말 그대로 가족의 사랑이 담겨있다. 해운대 좌동에 위치한 ‘우주옥’에서 뿌리 깊은 백년가게를 만들어가는 김정호 대표를 만났다. _취재 박미희 기자, 글 송인주 기자

김정호 대표는 유망한 외식경영인이다. 훌륭한 셰프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했고 취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일찍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한 그는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처음을 12평의 작은 포차를 열었다. 1층도 아닌 2층이라 많은 사람이 그의 포차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큰 우려 속에서도 ‘별의 별 포차’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요리 외길을 걸어온 김정호 대표에겐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싼 가격에 요리 같은 안주를 개발해 내놓은 것. 가성비 좋은 정성스러운 안주는 금세 입소문을 타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르나 싶었으나 바로 옆에 값싼 가격에 안주를 파는 포차가 오픈했다.
 “저희 가게에선 만 이천원, 삼천원하는 안주를 3~4명이 붙어서 만들 정도로 퀄리티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근데 바로 옆에 한 접시에 오천원, 육천원하는 안주를 파니까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그러더라고요. 안주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그땐 마음이 참 안 좋았죠.”
그래도 김정호 대표는 앞으로 나아갈 것을 택했다. 20대 초반에 연애했다가 10년 만에 다시 연애를 시작한 지금의 아내에게 결혼 선물로 아내의 이름을 딴 ‘하선집’을 오픈한 것이다. 그는 어떤 가게를 할지 계획을 세우기 전에 ‘하선집’이라는 이름부터 내걸었고 무엇을 하든 아내 얼굴에 먹칠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결심했다. “아내 이름을 내걸었으니 손님들이 불만족스러워 가게 욕을 한다면 그건 곧 아내를 욕하는 것처럼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사소한 부분도 최선을 다 하려고 했습니다. 만약 아내 이름이 아니었다면 몸이 고되고 상황이 안 좋을 때 꾀를 좀 부렸을 것 같은데, 절대 그럴 수 없더라고요(웃음).”



하선집은 처음엔 배달 전문 가게로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작년 초에 시작해 어려운 상황에도 하선집의 돼지갈비 메뉴는 손님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점점 인기를 얻었다. 돼지갈비의 배달 건수가 많아지자 김정호 대표는 아예 돼지갈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성공한 외식경영인, 백종원은 외식업에 종사하는 경영인들에게 ‘단일메뉴화’를 강조한다. 손님이 찾는다고 메뉴 수를 늘리기보다 한, 두가지의 메뉴에 집중해서 전문성을 갖추라는 조언이다. 김정호 대표는 어떤 조언 없이도 스스로 돼지갈비에 집중하기로 했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선집의 메뉴판에는 생갈비, 양념갈비, LA갈비만이 있다. “처음엔 삼겹살이 없다고 나가시는 손님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도 전문성을 갖추고 꾸준히 나아가다 보니 이제는 손님들이 ‘갈비 하면 하선집이다’하고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다른 집처럼 같이 나가는 반찬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갈비와 어우러질 수 있는 반찬을 구상했고 전부 직접 만듭니다.”
김정호 대표는 가게의 사소한 부분부터 직접 챙기고 주방에 오래 있다 보니 포차를 운영할 땐 손님들에게 삼촌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개의 사장님보다 친근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주다보니 흔히 ‘주방 삼촌’로 불렸다.
하선집과 우주옥의 인테리어 역시 그의 손을 가장 많이 탔다. 집을 직접 꾸미듯이 그도 자신의 가게를 셀프 인테리어로 꾸몄다. “처음에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한 계기는 사실 초기 자본이 부족해서였어요. 어떻게든 돈을 좀 아끼고 싶었죠. 직접 발품을 팔아서 자재 하나 하나를 알아봤으니 직접 감리를 본 셈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차비가 더 나왔던 거 같아요(웃음). 밑그림부터 제가 직접 그렸고 제가 못 하는 영역에선 인건비라도 아껴야겠단 생각에 직접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며 일했죠. 우주옥 내부 인테리어는 전문가의 도움을 조금 받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제 손을 안 닿은 곳이 없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신경 썼더니 다른 전문가분들이 보시기에도 훌륭하단 소리를 좀 듣더군요.” 그는 민망한 듯 웃었지만, 그 말에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우주옥은 문을 열자마자 왼쪽에 소갈비를 정형하기 위한 공간이 있다. 갈비 한 짝을 그대로 두고 정형할 수 있을 만큼 큰 작업대와 도마, 한 짝이 통째로 걸려 있는 숙성고가 눈길을 끌었다. 그곳에선 그의 스승이자 45년 베테랑 정형가가 소갈비 한 짝을 정형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45년 차이십니다. 제가 많이 배우고 있죠. 제가 이렇게 눈에 보이는 곳에서 고기도 손질하고 손님도 맞이하니까 요즘은 사장님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그만큼 책임감이 더 느껴지더군요.” 책임감을 원동력 삼아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는 김정호 대표는 참 단단해 보였다.
하선집은 돼지갈비 전문점이고 우주옥은 소갈비 전문점이다. 그러나 우주옥도 하선집처럼 처음에는 어떤 가게를 시작할지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딸이 지난 3월 3일에 태어났어요. 여기(우주옥)의 계약을 3월 2일 했고요. 딸의 이름인 ‘우주’도 태명이었는데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고요. 하선집에선 돼지갈비를 하니까 이번에 소갈비를 해볼까?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소갈비는 아무것도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이곳도 메뉴는 생갈비, 양념갈비, 안창살밖에 없습니다. 안창살은 갈비 한 짝에서 700g밖에 안 나와요. 그러니까 이곳의 메뉴는 말 그대로 갈비밖에 없는 거죠.”

김정호 대표가 자신의 가게를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 것만이 손님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선집에선 국내산 1등급 암퇘지, 우주옥에서는 한우 1+ 암소만을 사용하고 돼지갈비에는 연기를 줄이기 위해 비장탄을, 소갈비는 더 강한 화력을 위해 참숯을 쓰는 등 많은 연구를 거쳤다. “진짜 유명한 갈빗집은 다 가봤죠. 가게 뒷골목에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했어요. 그리고 사장님들이 깔고 앉는 양념통, 그런 것도 유심히 봐요. 많이 쓰는 양념이라 가게 곳곳에 있는 것일 테니까요.”
김 대표는 하선집과 우주옥을 통해 가맹점 문의도 많이 받았다, 욕심이 생겨 프랜차이즈사업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아내의 이름을 딴 가게를 다른 이들이 운영하는 것은 쉽게 상상 가지 않았단다. 결국 가맹점을 늘리는 것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남다른 목표를 세웠다. “육가공 공장을 구상하고 있어요. 깊이 있게 고기만을 연구하고 다룰 겁니다. 고기 납품도 하고 인터넷 택배 사업 쪽으로도 구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운영하는 육가공공장을 통해 하선집과 우주옥의 고기 질을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

 “아내와 아이의 이름을 간판으로 건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맛이 없고 서비스가 없어서 손님이 가게를 욕하면 그건 제 가족을 욕하는 일이니까요. 그러지 않도록 제가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제가 일하는 주방 앞에까지 찾아와서 ‘맛있게 잘 먹었다’고 고개 숙여서 인사하는 손님이 있었어요. 포차를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보람을 느꼈습니다. 정직하고 재미있게 장사하면서 언젠가 제 가게 앞에 ‘40년 전통’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요. 꾸준히 배우고 정진하겠습니다.” 김정호 대표는 웃으며 취재진을 배웅했다. 언젠가 그의 딸, 우주가 밝게 웃으며 가게 앞을 뛰어다닐 생각을 하니 그의 웃음이 더욱 보기 좋다. [1115]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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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맛! 손님들과의 약속에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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