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경남 남해군의 위생용역전문업체인 (주)청소박사가 지역 1호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남해로 향했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뜻깊은 나눔을 이어가고 있는 정창호 대표. 지역 최초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적기업 인증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에게 남다른 자부심과 책임감이 엿보인다. 사회적 기업가로서 지역 내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된 정창호 대표의 기업가 정신과 나눔의 철학을 조명해보았다. _정효빈 기자

부드러운 인상과 단단한 눈빛, 단정한 어깨를 따라 뻗은 두 팔. 그의 손에서 얼핏 보이는 굳은살은 그간 정 대표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달려왔는지를 짐작케 한다. 빗자루와 걸레, 자그마한 청소기 하나를 들고 청소업계에 뛰어들어 (주)청소박사를 지역 1호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일군 그는 일에 대한 열정과 꾸준한 나눔 활동으로 지역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사전문업체로 일을 시작한 정창호 대표는 청소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서울로 향했다. 체계적인 교육도 받고, 가까운 경남 진주에서 가장 유명한 청소업체를 찾아 현장 경험도 쌓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니 그를 찾는 고객은 많지 않았었단다. 연이은 저조한 실적에서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정 대표는 명함을 한가득 들고 지역 곳곳을 돌며 홍보에 나서는 한편, 관사 청소 등 작은 소일거리까지 도맡으며 일을 찾아 나섰다고. 바쁜 축제 현장에서 화장실 청소 도중 날카로운 수도관에 손가락이 절단된 아찔한 경험도 있었지만, 바쁜 상황 탓에 직원들은 현장에 남고, 정 대표 홀로 잘린 손가락을 움켜쥐고 병원에 향한 적도 있었단다.

일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고 매출도 차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함께 일할 인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사회적기업 관련 세미나를 듣게 된 정창호 대표는 이 일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임을 깨닫게 됐다.

‘항상 소외된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그들과 함께할 방법은 무엇일지’를 고민했다는 그는 지난해부터 부지런히 예비사회적기업 선정을 준비했고, 올해 일자리창출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진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 풍부한 네트워크로 어떤 종류의 작업도 소화할 수 있다”며 정 대표가 자신감을 내비친다.

“청소박사는 일하고 싶어도 적당한 자리를 찾지 못하는 장애인분들과 함께 하는 기업입니다. 청소업 자체가 몸을 쓰는 일이라 거동조차 불편한 분들은 힘들겠지만, 그 외의 장애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청각장애가 있는 직원분의 경우 일을 시작하시고 말이 굉장히 많이 느셨어요. 함께 일하는 입장으로서 이런 모습을 볼 때 행복함을 많이 느낍니다. 우리 집은 문턱이 낮아요(웃음). 일을 배우고 싶어 하는 분이라면 누구든 환영입니다.”

영세업체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기업의 이윤까지 넉넉히 남기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지역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보니 운영에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정창호 대표 역시 “온종일을 땀 흘려 일해도 한솥밥을 먹는 직원들에게 월급 주기가 빠듯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과 함께하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지역을 위한 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지역에 단 하나뿐인 예비사회적기업이지만, 군 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본질적인 지원책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정창호 대표는 “일시적인 보조금 지급보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주었으면 한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남해가 청정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바닷가 쪽의 화장실은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않아 문을 닫아 놓은 곳도 많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지역인 만큼, 이런 위생관리에도 군 차원에서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런 일들을 지역의 업체들에 맡겨주며 고정적인 수입이 창출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기업가들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에 지속적으로 공헌하려는 기업인들이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를 지속할 원동력도 잃게 된다고 봅니다.”

청소박사에서는 단가가 조금 나가더라도 친환경 청소용품과 스팀을 이용해 청소를 진행하며 화학약품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스팀세차 장비를 학교 청소에 접목하기 시작했다고. 향후 OEM 방식으로 청소 관련 용품을 생산해 청소박사 브랜드를 단 제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업체인 만큼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큽니다. 작업에 임할 때도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단 하나의 지적사항도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직원들에게도 ‘디테일을 놓치지 말라’고 항상 강조해요. 이런 작은 차이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신뢰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를 펼치다 보니, 항상 자신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는 정 대표. 그는 “개인적으로 남을 돕는 것에 있어 쑥스러움도 있었지만, 예비사회적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생기고 나니, 더 열심히 나눔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하는 일로 다른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면 더더욱 보람이 클 것 같습니다”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재능기부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많은 파도를 맞으며 쉼 없이 달려온 정 대표의 1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많았다. 아내와 함께 일하며 자녀들과 충분히 오랜 시간을 함께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늘 그의 가슴 한편에 존재한다고. “얼마 전 입대한 저의 아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라고 말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뭉클한 마음이 들기도, 더 올바르게 나아가야겠다는 책임감이 함께 들었습니다. 저는 항상 제가 인덕이 좋다고 생각해요. 저와 함께 하는 가족, 직원들까지 정말 열성적으로 임해주고 계시죠. 이 덕에 향후 청소박사의 장래도 밝을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사람을 키워서 사업을 키우고,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며 청소박사의 비전을 밝힌 정창호 대표. 건물위생용역업체로 이미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진 그는 “지금까지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을 통해 서비스 지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브랜드화를 통해 지점을 확장해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훌륭한 아버지이자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기업인으로. 멈추지 않을 그의 열정을 주간인물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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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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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1호 예비사회적기업 (주)청소박사 “소외된 이들과 함께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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