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공간 계획과 클라이언트의 니즈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을 때, 비로소 이들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이 탄생된다. 깊이 있는 소통을 통해 고객의 욕망을 읽어내고, 막연한 그들의 이상을 구체화시켜 머릿속에서만 그리던 공간에 대한 꿈을 실현시켜주는 젊은 디자이너 그룹을 만났다. 주식회사 ‘오롯이’는 단순한 디자인 작업을 넘어 클라이언트의 이상을 오롯이 담은 공간을 구현해내는 프로젝트로 단단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작업만 잘하기 보다 고객에게 착한 업체로 다가가고 싶다’는 유진우 소장, 그의 말 속에서 오랜 시간 변하지 않을 굳건한 마음을 만났다. _정효빈 기자


‘남다름’을 발견하는 힘
색다른 시도와 안목이 빚어낸 창의적 공간

주식회사 오롯이는 경상북도를 주 무대로 활동하며 젊은 감각과 남다른 안목으로 개성 있는 공간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디자이너 그룹이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에만 치우치기보다 이용자의 편의를 중심으로 한 설계로 내실 있는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유진우 소장.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기본으로 한 그의 디자인 철학이 투영된 공간에서는 디자이너와 고객 모두가 행복으로 충만하다.

“토목학과 졸업 후 우연찮게 지인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전공과 다른 부분이 많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공간을 디테일하게 터치하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더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똑같은 것보단 색다른 것에 관심이 많았고, 사물을 보는 시각도 조금은 남달라서인지 이 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어요. 이후 부친께서 운영하시던 건물관리 회사에 인테리어 사업 분야가 추가되며 운영에 참여하게 되었고, 2017년 법인기업으로 ‘주식회사 오롯이’가 새 발걸음을 내딛게 됐습니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경북 포항 소재의 ‘오롯이 스튜디오’. 과거 병원으로 운영되었다던 건물은 본래의 레트로함을 간직한 채 모던한 간판과의 조화로 독특한 멋을 자아내고 있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니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벽면과 내부 곳곳에 독특한 소품들이 가득, 공간 전체에 빈티지 감성이 짙게 묻어난다. ‘사용자의 취향을 담아 주인과 꼭 닮은 공간을 구현시킬 때, 공간 디자이너로서 일의 매력과 즐거움을 느낀다’는 유진우 소장. 그의 확고한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든 공간을 마주하니, ‘사용자와 닮은 공간’이라는 설명이 어느 때보다 쉽게 와닿는다. 

강렬한 개성과는 상반된 섬세함과 진중함을 지닌 유진우 소장. 새삼스럽지 않은 담백함과 무엇 하나 특별한 건 없다는 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은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아도 고유의 멋스러움이 드러나는 그의 작업 공간과도 상당 부분 닮아있다. 쉽게 지나치는 평범한 사물에서도 가치를 발견해내는 힘을 지닌 유 소장은 공간을 구성함에 있어서도 본래의 용도가 아닌 색다른 방식으로 자재를 활용할 때 흥미로움을 느낀다고. ‘특정 공간만이 가진 유일한 특징을 부여해드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에게는 건물 철거 현장과 철물점, 고물상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장소다.

“평범한 자재를 이용하더라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 신선한 방법을 접목시키려고 해요. 바닥재를 천장에 이용한다던지, 평범한 자재를 뒤집어 시공해 색다른 질감을 표현하기도 하고요. 뒷면 고정부분이 ㄷ자 형태인 철재마감재를 옷가게 인테리어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다가, 원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돌출 고정부분을 뒤집힌 상태로 시공해 한쪽 벽면 모두가 옷걸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공한 적이 있습니다. 독특한 자재가 아니더라도 발상을 조금만 전환하면 공간 전체를 살리는 포인트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좋은 공간이란 이용자가 편안함 느끼는 것
의견 차 좁혀나가는 소통에 집중해 고객에게 ‘착한 업체’로 다가가고파”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며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의 편의와 만족감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유진우 소장. 특별한 홍보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작업한 특색 있는 공간들이 입소문을 타며 자연스레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포항 소재 기업인 ‘포스코플랜텍’ 사옥 내부의 북카페와 직원전용식당,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태닝샵 등 그의 손길로 탄생한 다양한 공간들이 대표적인 예다.

“포스코플랜텍으로부터 이용하지 않는 사무공간을 북카페로 리모델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후 클라이언트의 만족도가 높아 해당 기업의 직원전용식당까지 추가 인테리어 작업을 진행하게 됐죠. 직원들의 복지 향상에 목적을 둔 공간인 만큼, 직원식당은 힘들게 일하는 직장인분들께서 식사시간만이라도 외식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레스토랑 같은 모습으로 꾸몄습니다. 이 외에 ‘몰디브’라는 이름의 태닝샵도 성공적으로 작업이 완성돼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디자인 컨셉이 좋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공간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만족했던 프로젝트가 제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웃음).”

수많은 클라이언트들이 머릿속에 공간을 상상하며 들뜬 마음으로 인테리어를 의뢰하지만, 현실은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경제적인 여건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그 합을 맞춰나가는 것 역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클라이언트와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유진우 소장은 이러한 갈등을 푸는 해법으로 ‘모든 것을 오픈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사의 평당 시공비를 공개하는가 하면, 자재 내역서나 인건비 등 고객이 의구심을 갖는 부분이 생기면 세부 내역까지 전부 공개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고. 이는 ‘수익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유 소장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이와 더불어 10년 가까이 유 소장과 손발을 맞춰온 시공팀의 역량과 이에 따른 완성도 높은 공사 역시 오롯이가 가진 경쟁력 중 하나다. 공정표에 따른 정확한 공사 진행과 더불어 클라이언트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매번 현장에 방문하지 못하는 고객의 불안함도 잠재웠다.

“매번 작업 현장에 오기 힘든 클라이언트분들에게 저희 작업 모습을 수시로 촬영해 보내드리곤 합니다. 주택 신축 공사같은 경우 건물 뼈대에 시멘트를 바르기 전 그 속에는 어떤 자재가 들어갔는지, 단열 처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 집이 완성되고 나서는 확인하기 힘든 부분을 작업 과정 중에 촬영해 고객분들에게 보내드리고 있어요. 자세한 정보까지 공유하다보니 저희를 상당히 신뢰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일하면 이윤도 적고 힘들지 않느냐’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저희가 당장 배부른 것보다 고객분들이 좋은 공간에서 멋진 생활을 누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기업의 이윤보다 항상 먼저 추구되어야 할 가치죠.”

“인테리어는 물론 건물위생관리 등 공간에 관한
올인원 서비스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클라이언트가 가진 이상과 저희가 정한 콘셉트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을 때, 저와 소비자의 만족감이 상상 이상으로 펼쳐지기도 해요. 그런 순간엔 정말이지 대단한 희열을 느끼죠. 그분들에게 얻은 힘으로 저희가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진우 소장은 ‘좋은 공간이란 사용자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편안함은 특정 장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공간에 머무는 이들이 진정으로 그곳을 애정하고 아낄 때 피어오르는 감정이라고 믿는다고.

“어떤 규모의 공사이던 간에, 고객분들에게는 목숨 같이 소중한 비용일 수 있다는 걸 저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몇 해를 모아 작은 가게를 준비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 평생 모은 돈으로 조용한 시골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분들도 계실테죠. 그렇기 때문에 작은 공사일지라도 절대 함부로 대할 수가 없습니다.”

주식회사 오롯이는 유진우 소장의 부친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로하스’에서 독립한 기업으로, 주택 건축과 인테리어, 리모델링은 물론 건물위생관리 등 건물에 관한 전반적 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공간의 처음과 끝을 모두 함께하는 서비스를 ‘오롯이’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유 소장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건물에 관한 전반적인 관리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 분야”라며 “10년 후엔 건축과 관련된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앞으로도 고객이 공간 안에서 최상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기업이 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최근 기업체의 요청으로 다수의 작업을 수행하며 저희 오롯이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개인 클라이언트뿐만 아니라 큰 규모의 작업도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인 꿈이라면, 중학생인 제 아들이 건축에 관심이 많아요. 아들과 꿈에 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인데, ‘네가 건축과에 진학하면 나중에 아빠와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곤 해요. 가족과 함께 ‘오롯이’라는 이름을 오랫동안 지속해나가는 것이 제 꿈입니다.”

공간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 일상의 행복을 더해주고 있는 주식회사 오롯이. 많은 이들이 몸 담고 있는 공간에 그들의 진심이 깊이 스며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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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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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람 없이 온전하게’ 공간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내는 감각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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