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작은 소녀는 책읽기를 좋아했다. 비슷한 걸 써보려고 끄적이기도 하고 읽은 책이나, 다녀온 곳을 떠올리며 생활에서 느꼈던 것들을 간간이 글로 남겨보기도 했다.
화장품 회사에 입사해 교육 파트에서 20년 근무하고, 대리점 피부샵 운영 4년, 이미지메이킹 강사 활동 10년을 이어가며 바쁜 세월을 보내면서도 삶의 한 귀퉁이에서는 회사에서 매월 발행하는 사보를 담당하고, 틈만 생기면 습작을 하며 ‘글’에 대한 갈증을 풀어냈다.
남편과 주고받은 연애편지, 입대한 두 아들에게 신병시절 훈련기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보낸 편지는 그녀의 소소한 행복이었으며 문학적 소통이자 창구였다. _김정은 기자


송미숙 시인은 늦깎이 등단한 신인 시인이다. 단아하고 고운 외모에서는 쉽게 상상되지 않는 찡한 울림과 깊이가 있는 글로 주요 문인협회 등에 많은 작품이 당선되며 주목받는 인물이다. “청주시문학협회에 입단 후 주변의 권유로 일곱 편의 작품을 냈는데 모두 당선되었어요. <아버지의 등>이라는 시는 청주시문학협회와 (사)한무리창조문인협회에 등재되고 <대천항연가>는 (사)한무리창조문인협회 홈페이지에 기재되었는데 국립중앙도서관에 영구적으로 보존된다고 하니 영광이 아닐 수 없지요. 저에게 이런 꿈만 같은 일들이 생기니 너무너무 행복하기만 해요. 낙서하는 것을 좋아해서 끄적거리던 글로 시인이라는 직함을 얻게 되니 솔직히 감사하면서도 겁이 나기도 합니다(웃음).”

지난해, 2019년은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해였다.
허난설헌 전국 시낭송대회 대상, 시와 소리 전국대회, 문학낭송대회 은상, 그리고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함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시니어유니버스 표지모델로 선정돼 1년 동안 전속모델로 활동하며 꿈만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전국 미인대회 수상자로서 지역 모델들과의 교류가 아쉬웠던 그녀가 74년 역사를 가진 충청일보에서 주관한 시니어 유니버스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이 같이 좋은 기회를 갖게 된 것.
재주 많은 그녀는 시낭송 1급 자격증을 보유한 멋진 목소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저에게 시는 심장의 화살을 뽑는 일이라면 시낭송은 심장의 노래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시낭송에 푹 빠져들어 듣고 보는 이들의 넋을 놓게 만드는 그녀.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미인대회 출신이면서 제대로 무대체질이다.



22살 때, 충청일보 기자와 대전에 위치한 한 미용실 원장의 추천으로 미스코리아 미스충남선발대회에 출전해 예선에 통과하기도 했는데 집안의 반대로 본선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아버지가 교사셨어요. 보수적이셨지만 늦둥이 딸이었던 저를 너무나 이뻐해주셨죠. 어릴 적부터 배앓이가 심해서 중2 때까지 아버지가 업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등에 업혀있으면 배앓이가 괜찮아지더라고요. 그 때를 생각하며 탄생한 시가 바로 <아버지의 등>입니다. 미스충남선발대회는 아쉽긴 했지만, 원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제 젊은 날 한 페이지의 추억 정도로 남겨두었죠.”
“고1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한 뼘 더 자란 것을 느꼈다”는 그녀는 “받기만하고 해드린게 없어 ‘아버지’만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아련해진다”면서 “가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더욱 아버지가 그립다”며 절절한 부정을 전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시에는 아버지, 어머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세월이 흘러 또 한 번 큰 도전을 했다. 그녀의 못다 이룬 꿈을 아쉬워하던 큰아들의 권유로 2017년, 월드미세스코리아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 오랜만의 긴장과 설렘으로 가슴 떨렸지만, 불과 보름을 앞두고 구안와사 초기 증상이 오며 그녀를 당황하게 했다. 치료에 집중했지만, 스스로 만족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미소에 속이 상해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미(美)’를 수상하며 선전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어 도전한 서울궁중코리아에서는 ‘진(眞)’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으며 자신감 회복에 성공했다. 

청주시문학협회 회원, (사)한무리창조문인협회 회원, 세종시낭송인회 회원, 윤동주 세종시지회장이자 시인, 시낭송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송미숙 시인.
뿐만 아니다. 대전에서의 재능기부와 함께 실버브레인 교육 1급지도자로 노인들을 위한 치매예방 교육과 시낭송 수업을 하는 한편, 세종시 자율방재단 봉사 임원으로 지역 봉사에도 열심이다. 한복 모델, MC 등 팔방미인으로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 시인들의 작품을 더 많이 낭송하고 싶다”는 그녀는 “어르신들을 위해 시어니선발대회를 개최해 멋진 드레스를 입은 모습도 뽐내보시고 워킹도 배울 기회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올해는 조금 쉬어가면서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합니다. 60세에는 개인 시집을 출간해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변화와 도전은 이제 제게 두려운 존재가 아닙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유익한 활력소이자 필수품이지요. ‘틀’을 깨면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은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마침표 없이 쉼표로 나아가는 시인이자, 시낭송가가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하는 지금이 너무나 행복해요(웃음).” 



아버지의 등


                                   미송 송미숙

 

님이시여, 당신이 그립습니다
어릴 적 배앓이가 심할 때면
늘상 업고 주무시던 나의 아버지
그토록 심하던 배앓이도
아버지 등에 업힐 때면 스르르 잠이 들곤 했습니다

낮동안 지쳐 있던 몸을 잠시라도 쉬고자
내려놓으실 때면
심술궂게도 다시 아파했던 철부지 딸
그래서, 당신은 지친 몸으로 밤새 저를 업고 주무셨고
저는 그 따뜻한 아버지 등에서 편히 잠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 세월의 배앓이는 지금도 그칠 줄 모르고
기댈 곳 없는 허전함을
그리움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당신을 등에 업을 수 있는
세월의 무게가 되었는데...

그런 당신이
그런 아버지의 따뜻했던 그 등이
가슴 저리게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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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없이 쉼표로 나아가는 시인•시낭송가가 되겠습니다” 내•외면이 모두 아름다운 그녀, 송미숙 시인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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