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누구나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최근 경험을 소비하는 트렌드가 떠오르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체험과 오감을 만족시키는 문화 공간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주시 황리단길에 문을 연 ‘동경의상실’은 개화기 의상 등 다양한 시대별 의상을 착용하고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웅장한 한옥, 구한말 서민의 밥벌이이자 이동수단이었던 인력거, 유럽 유명 관광지를 떠올리게 하는 진실의 입까지... 시대와 장소를 연상케 하는 각각의 상징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곳. 동경의상실은 보유하고 있는 의상의 가짓수로 보나, 의상실 내 공간의 콘셉트를 보나 나무랄 것이 없는 곳이다. 다만, ‘다 좋은데 왜 하필 상호를 동경으로….’라는 생각은 떠나질 않는다. 왠지 모를 반발심과 함께 이 공간이 더욱 궁금해졌다. _정효빈  기자


동경의상실은 개화기 의상 대여뿐만 아니라 복고풍으로 꾸며진 이색적인 실내 스튜디오 내에서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다. 첨성대, 안압지, 반월성, 대릉원까지. 동부사적지로 둘러싸인 경주시 황남동에 위치한 이곳 동경의상실의 상호는 일본 도쿄를 뜻할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과 달리, 고려시대 사경(四京) 중 동경(東京)이라 불리던 경주의 옛 지명을 따와 이름 붙여진 곳이다. 동경의상실을 운영하는 김은정 대표는 경주를 방문하는 이들이 역사기행, 먹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즐기며 그의 고향에 더욱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



“동경의상실의 ‘동경’을 ‘도쿄’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개화기 의상을 입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계신 분들도 계세요. 우선 동경의상실은 고려 시대 경주의 옛 지명을 따와 지은 이름입니다(웃음). 개화기는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부터 서양 문물의 영향을 받아 근대적 사회로 개혁되어 가던 시기를 말하고, 이 시기에 영국 등 유럽식 양장을 우리 식으로 개량시켜 입은 것을 개화기 의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주 황남동은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던, 지역민들이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던 공간이었어요. 역사의 고장 경주 황남동이 다소 늦게 빛을 본 만큼 관광객분들에게 잠깐 스쳐 가는 여행지가 아닌, 다양한 체험을 즐기며 더 큰 만족감과 추억을 품에 안고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경의상실의 문을 열게 됐습니다. 의상을 대여해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날씨와 관계없이 실내공간에서도 다양한 사진을 남길 수 있어 많은 분이 찾아주고 계세요.”


개화기 정장부터 드레스, 로코코풍 원피스, 뉴트로 의상 등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의상과 소품을 보유한 동경의상실. 20대 고객층이 압도적일 거란 예상과 달리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50대부터 70대까지의 중장년층이다. 우정여행뿐만 아니라 명절을 맞아 특별한 가족사진을 남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고. 다양한 연령대와 체형의 고객이 방문하는 만큼 이를 고려해 빅사이즈 의상도 충분히 구비돼있다. 이색적인 의상뿐만 아니라 김은정 대표의 안목으로 선택한 모자, 가방 등 독특한 소품들도 인기다.
타 의상대여실과는 달리 의상실 내 마련된 포토존에서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점도 동경의상실만의 경쟁력. 다양한 콘셉트로 꾸며진 포토존은 가구부터 사소한 소품 하나까지 김 대표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데. 고풍스러운 원목 가구를 배치해 르네상스풍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화려한 벽지와 엔틱 소품이 복고풍 콘셉트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특별한 감성이 묻어난 이곳은 김은정 대표의 취향과도 맞닿아 있는 공간. 특히, 의상실 2층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아치형 스테인드글라스는 경주의 대표적 문화유적인 첨성대를 김은정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이 공간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의상실 내 사소한 소품 하나까지 제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어요. 다양한 디자인을 보고 모든 의상과 소품을 제가 직접 고르죠. 착용했을 때 조금 아쉬운 의상은 직접 리폼작업도 진행하고 있고, 고객분들의 취향을 반영해 2, 3개월 간격으로 40여 벌의 새로운 의상을 들여오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의상을 빌려 입는 만큼 위생 관리에도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데요. 모든 의상은 고객이 반납하는 즉시 에어드레서를 통해 청결하게 관리하고, 흰색 의상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세탁실에서 깔끔하게 세탁하고 있어요.”

촬영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한 실내 공간과 다양한 의상, 소품을 자랑하는 동경의상실은 추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의상 대여 및 판매도 이뤄질 예정이다. 더불어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할인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동경의상실로 인해 더 많은 분들이 경주를 찾아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한다”며 웃어 보이는 김은정 대표. 그가 사랑하는 경주 황남동이 많은 이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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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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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리단길 개화기 의상대여실, 멋과 레트로 감성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 '동경의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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