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나무는 참 많은 것을 우리에게 준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과 편안한 쉼터는 물론, 매일 사용하는 종이, 책ㆍ걸상, 가구까지... 뿐만 아니라 대형 건축ㆍ토목공사의 주요 원자재 또한 목재가 그 바탕이 된다. 다양한 나무의 활용과 함께 한국의 목재 가공산업은 지역의 영세한 제재소 규모에서 발전해 합판ㆍ보드류, 제재목, 목조주택, 목탄ㆍ목초액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주간인물은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돼 오던 목재산업 분야에서 15년째 원목 제재소를 운영하며 지역 경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이를 찾아 나섰다.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환원 사업 확대 추진 등에 기여하고 있는 대성목재산업의 정인숙 대표가 그 주인공. (사)한국여성리더스 경산지회장이자 경산시상공인회 부회장으로 주위를 살피고 봉사하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여성 CEO들의 롤모델로 불리는 삶을 조명해본다. _김민진 기자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돼 오던 목재산업 분야에 식지 않는 따뜻한 열정과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모든 순간을 나눔의 기회로 삼는 여성 경영인이 등장했다.’ 정인숙 대표를 수식하는 주변의 말이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그의 기질로 보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금에 이른 것 같아 보이지만, 계산에 밝지 못하고 경영보다는 기술면에 신경을 쓰던 초창기에는 돈을 떼이거나 사기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고. 부도를 맞기도 하며 평탄치 않은 시기를 견뎌냈다.

“돌려받지 못한 돈을 대신해 현재의 대성목재산업 공장을 매입하여 2005년 10월 30일에 설립하였습니다. 갑자기 부산에서 경산으로 오게 되면서 낯선 곳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지 고민할 때에, ‘나눔부터 시작해라’며 응원해주신 어머님이 큰 힘이 되었지요. ‘너도 힘들겠지만, 먼저는 사람의 마음을 사야 한다. 1년 동안은 다 퍼준다는 생각으로 살아라’며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셨어요. 주변에 집 수리는 정말 많이 해드렸습니다(웃음). 지은지 100년이 넘어 곧 쓰러질 것 같은 집들도 새집처럼 고쳐드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며 ‘마음’을 주고받았어요. 어르신들이 불편해하시거나 필요하신 것 등을 요청하시기 전에 제가 늘 미리 준비하고 먼저 다가가려고 했습니다. 진심으로 대했더니 모두들 제 맘을 알아주시더라구요.”

감성적 소통 능력이 탁월한 정인숙 대표는 직원을 향해서도 “내 돈을 준다는 생각이 아닌, 가족들이 나를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그저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친환경적 특성으로 인한 목재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 …
‘자동화 시설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 및 고객니즈 충족시키는 대성목재산업


산업용 포장재・목재 팰릿[pallet] 및 수출용 팰릿을 전용으로 제작하며 특허까지 받은 대성목재산업. 건축재, 내장재는 물론 가장 큰 비중을 가지는 수출 전용 포장재를 생산하고 있다. 기계류를 수출·운반할 때 충격 보호와 외부 손상을 막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데 한해 5만 개 이상을 제작하며, 크기와 규격도 제각각이라 종류만 30여 가지에 달한다고. 수출 전용 포장재 하나를 생산하기까지는 많은 과정들이 필요하다. 나무 원목을 가공하기 전부터 준비 과정이 길다. 건조작업을 가장 먼저 하는데 건조실에 넣어 말리고 다시 실외에 두는 작업을 두 달 동안 8~10번 차례 반복한다. 지난해 수억 원을 투입해 생산라인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정 대표.

 자동화 시설을 기반으로 건축용 목재의 생산을 늘릴 예정이라는 정인숙 대표는 이중 편백나무 소재의 건축물 내장재를 계획하고 있다. “편백나무에는 천연 항균물질이 함유돼 있어 살균 작용이 뛰어나고 물에 닿으면 고유의 향이 진하게 퍼져 잡냄새도 없애주는 등 인체에 무해하지요. 앞으로 건축 내장재 사업에 주력해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양로원엔 '딸 며느리', 아동센터선 '엄마'
(사)한국여성리더스 경산지회 회장으로 착한 나눔 이끌어


지난 2014년 10월 결성된 한국여성리더스 경산지회, 현재 경산지역 내 여성 경영인과 중소상공인, 주부 등 35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정인숙 대표는 회장직을 맡아 이들의 착한 활동을 이끌고 있다. 한국여성리더스 경산지회에서는 생활이 어려운 이웃의 집 수리봉사와 노인종합복지회관 중식봉사,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후원금을 전달하는 한편, 매월 한 차례(첫째 주 목요일) 경산시 남산면 사회복지법인 효원이 운영 중인 경산양로원을 방문해 2, 3시간 동안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준다. 청소, 빨래, 목욕, 급식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분들에게는 딸과 며느리 역할을, 초등학교와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엄마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회원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활동에 동참해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과 작은 행복을 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도 우리 회원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달려가 함께 나누면서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다문화 가정 도우미 역할 자처
건강한 한국 생활 적응에 도움 되고자



지역의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며 한국에서의 적응을 돕고 있는 정 대표. “최근 우리사회는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 가정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산 지역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시집 온 여성의 경우 새로운 사회 구성원과 접촉할 시간이 적고 집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보니 언어능력 부족으로 인해 남성보다 문화적응이 어렵고 우울, 불안 등 심리적 증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다 건강하게 한국 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사)한국여성리더스 경산지회를 통해 내년부터는 각 가정에 한 명씩 전담해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무 조건이 없는 엄마처럼, 전화 한통이면 달려갈 수 있게요. 어려운 점,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갈 겁니다.”
그녀는 대성목재산업에서도 다문화 가정 이주여성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베트남 부부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성실하고 좋은 사람들이에요. 사회적으로 그들에게 많은 지지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지금이야 여성의 사회·경제활동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사업가로 성공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들 했다. 그러나 그 성공보다 더 어려운 것이 어려웠던 시절의 아픔을 잊지 않고, 주변을 보살피며 배려하는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진실한 봉사자로 지역에서 인정받고 있는 정인숙 대표.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주변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아름다운 삶을 응원한다. 


<경주 해피드림 펜션>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착한 쉼터



해피드림 펜션은 “여기 오시는 모든 분께서 바다를 보며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고, 행복한 생각으로 좋은 꿈을 꾸고 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인숙 대표의 마음을 담아 지어졌다고. 친환경 공법으로 지어진 해피드림 펜션은 이부자리도 친환경 순면으로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편백 안의 단열재까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시공했다. “그만큼 돈을 떠나서 누구든지 이 공간에 힐링하러 오실 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도록 아낌없이 투자했다”는 정인숙 대표.

“원목 제재소를 운영하는 덕분에 펜션 전체를 편백으로 지을 수 있었는데, 향이 사진에는 안 담기다 보니 실물이 훨씬 낫다고 느껴요. 그래서 한번 오셨던 고객분들은 만족감을 느끼시고 다시 오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게다가 평일은 할인도 많이 하고 있어서, 벌써 올해 12월까지는 예약이 다 찼는데도 계속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네요.” 펜션 사용 후 고객들의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인사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단다.



[1084]

주간인물(weeklypeople)-김민진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일하기 좋은 일터엔 ‘존경받는 CEO’가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이 살아가고 싶어요”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