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싱싱한 키조개와 차돌박이, 묵은지가 푸짐하게 차려진 삼합에 절로 웃음을 짓게 되는 곳 ‘마포선장’. 이른바 ‘키조개삼합’이라 불리는 이곳의 대표메뉴는 세 가지 재료를 불에 구워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줄 서서 먹는 맛집이라 불릴 만큼 이미 지역에서는 모르는 이가 적을 정도란다. 예부터 '음식의 고장'이라고 자부하는 전라도 지역 특성상 음식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높음에도 깐깐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하는데….

더욱 주목할 점은 이색메뉴로 눈길을 사로잡아 반짝 뜬 곳도 아니다. 한자리에서만 9년째 명성을 지키며 지금도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 운암동에 위치한 본점에 이어 올해부터 4개 지점을 확장해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외식 경영인 김창만 대표를 만나보자. _김정은 기자



“마포선장은 가족푸드입니다. 저 혼자 힘으로 만든 브랜드가 아니에요(웃음). 아내와 우리 아이들 셋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마포선장은 없지요. 앞으로도 마포선장은 가맹점과도 상생의 의미를 지켜가는 장수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나아갈 것입니다.”

가족푸드라는 김창만 대표의 지론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마포선장의 탄생 배경에 큰 힘이 되어준 가족,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가맹점주를 가족이라 표현했다. 사실 마포선장은 지역의 오래된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어 가맹 문의는 늘 쇄도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묵묵히 본점만 운영해온 이유는 가맹점을 위한 시스템을 확고히 다지기 위함이었다. 
“본사가 가맹점을 상대로 이윤만 차지하려는 횡포는 가맹점의 성공 진출을 막는 행위이자  본사 역시 성장할 수 없는 길입니다. 가맹점이 성공해야 본사 역시 탄탄해질 수 있어요. 그만큼 프랜차이즈는 본사의 역할이 큰 시스템이죠.”

사실, 김 대표는 과거 대형 프랜차이즈 지사를 운영하며 38개의 지점까지 확장, 외식산업에서 성공한 인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가맹점의 수익이 높을수록 본사의 잘못된 행태에 큰 아쉬움을 느낀 그는 과감히 사업을 접었다. 20여 년 동안 외식사업을 영위하며 현장에서 실무를 다져온 그의 가치관은 그때부터 분명했다. 본사와 가맹점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해 상생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는 게 그의 고집. 마포선장의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가맹점 개설의 신호탄을 쏘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대전 등 이미 발 빠른 점주들은 가맹점 개설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곧 전국을 무대로 마포선장을 만나볼 수 있겠다.


키조개관자와 차돌박이, 묵은지의 조화가 만든 풍미
사람을 위한 음식, 마음까지 채우는 따뜻한 동행



지금은 지역에서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외식 사업가 김창만 대표지만, 처음부터 평탄한 길만 걷지는 않았다.
“2002년 프랜차이즈 지사를 접은 후 지인의 소개로 사업을 시작해 큰 금액을 투자했어요. 외식사업이 아닌지라 동업자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는데, 결국엔 믿었던 사람으로 인해 쓴 고배를 마셨죠.” 이 일로 전 재산을 모두 탕진했다는 그. 현실은 더욱 참담했다. 원룸에서 6식구가 생활해야 했고, 이때 생긴 빚으로 부부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힘든 날을 보내는 그에게 가족은 빛이자 그의 버팀목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지요. 아이들은 한창 성장할 나이에 제대로 된 음식도 먹지 못했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성장한 아이들은 제가 도전할 수 있는 큰 용기를 주었어요.”

바닥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맨손으로 외식산업에 다시 뛰어든 김창만 대표. 그때 그의 나이 40대. 고깃집 주방에서 설거지부터 시작해 주방장이 되기까지 76㎏의 건장한 체구는 48㎏까지 빠졌다. 가족들은 그런 그가 안쓰러워 우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가 흘린 땀은 차곡히 실력으로 쌓였다. 아내도 식당 일을 시작하며 묵묵히 그에게 힘을 실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흔하지 않았던 ‘조개삼합’을 접하면서 사업가로서 기질을 발휘하게 된 것.


“당시 광주에서는 본 적이 없던 메뉴라 생소했지만 맛있더군요. 싱싱한 재료와 묵은지 맛을 잡는다면 경쟁력이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의 수중에 있는 돈은 980만 원. 아이들도 십시일반 모은 돈을 그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 그러던 중 과거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하나씩 손을 내밀면서 ‘마포선장’은 작은 점포에서 탄생한다.  

“지금의 마포선장 본점 운암동에서 30평 남짓하게 시작했습니다. 9년 전만 해도 삼합이라 하면 홍어를 떠올렸기에 홍보가 가장 시급했죠. 생물로 공수한 키조개를 손질해 서비스로 맛을 보였어요. 그리고 감초와 양파, 매실 등 천연재료로 맛을 낸 비법소스와 직접 담은 묵은지에 곁들여 함께 먹는 법을 알려드리자 맛을 본 손님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충남 오천항에서 매일 공수해 온 키조개 관자살과 차돌박이, 마포선장의 맛의 비결로 불리는 묵은지의 세 가지의 조합은 풍미로 가득하다는 게 후문. 그리고 그때의 후덕한 인심은 지금도 여전하다. 삼합 두 판을 주문하면 산낙지가 서비스로 나온다니 말이다. 때문에 몸에 좋은 것은 물론이고 보는 즐거움과 가성비까지 동시에 잡아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광주의 별미로 떠올랐다. 창업 11개월 만에 모든 부채를 상환하며 말 그대로 사시사철 특미로 인기를 끌었다.

오후 5시, 마포선장의 오픈 시간이지만, 오전 7시면 어김없이 김 대표는 영업준비에 들어간다. 이제는 운암동뿐만 아닌 상무점과 수완점, 첨단점까지 책임져야 할 곳이 늘었다. 각 지점을 맡아 운영하는 그의 자녀들은 김 대표 만큼이나 열정적이다. 어려웠던 시기를 잊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지역에서 받은 사랑은 나눔으로 베풀고자 한다는 생각도 아버지인 김 대표를 똑 닮았다. 매주 월요일은 판매금액의 10%를 기부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손을 뻗을 계획이다.

“사업에 실패하면서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했을 때, 가족과 지인의 도움을 받아 ‘마포선장’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은 얻게 된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교훈을 마포선장을 경영하는 마음가짐에 깊게 담아 사람을 위한 가치 있는 외식 브랜드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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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김정은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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