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눈이 멀면 사물과 멀어지고, 귀가 멀면 사람과 멀어진다.” 삼중고의 성인 헬렌 켈러가 남긴 말이다. 현재 국내 난청인의 수는 800만 명에 이르고 있지만 보청기 보급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난청을 방치하면 단순히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을 넘어 인지능력·기억력 저하, 우울증, 대인기피증, 치매 발생확률이 높아지며 이는 사회와의 단절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송신근 대표가 “보청기는 청신경을 운동시켜 남아 있는 청력을 보존하고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소통을 돕는 따스한 도구”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이에 주간인물이 시그니아독일보청기 경산센터를 이끄는 송신근 대표와 특별한 만남을 가져보았다. _정효빈 기자


Q.  처음 센터를 방문해 보청기를 선택하시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센터를 방문하시면 우선 무료청력검사를 진행한 뒤에 장애등급 여부부터 판단을 하게 됩니다. 보청기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한 달간 무료테스트도 진행하고요. 보청기 무료착용 기간을 거친 후 더 잘 들리는 귀에 맞는 보청기를 맞추게 됩니다. 현재 저희가 취급하고 있는 지멘스보청기는 역사가 긴 브랜드입니다. 그만큼 소리에 관한 긴 연구와 음질 관리를 거쳐 좋은 품질의 보청기를 제공하지요. 음향장비처럼 보청기도 채널이 가장 중요한데요, 채널이 많을수록 소리를 더욱 섬세하고 부드럽게 피팅할 수 있습니다. 타사 보청기의 기본 채널이 2 혹은 4, 6채널인데 비해 지멘스보청기는 기본 8로 채널 수가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비싸다고 전부 좋은 보청기는 아니지만 채널 수가 적은, 저렴한 보청기를 사용하면 거친 소리 때문에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되도록 고객분들께서 채널이 많은 보청기를 선택하게 해 더욱 선명한 소리를 들으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님도 보청기를 착용하시는데요, 저를 찾아와주시는 모든 분을 부모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습니다. 보청기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낮은 채널의 보청기를 선택하시지 않으시도록 긴 시간 상담을 진행하고요. 저와의 대화를 통해 많은 분이 ‘듣는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을 보면 정말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보청기는 사후관리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일 년에 한두 번만이라도 꾸준히 청력검사를 받으시고, 그 검사를 바탕으로 보청기 소리를 조절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셔야 합니다. 사후관리를 제대로 받지 않아 ‘집 안에 노는 보청기가 많다’는 고객분들의 말씀을 들으면 정말 속상하죠. 고객분들이 가능한 한 오래 보청기를 잘 착용하실 수 있도록 저희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관리를 해드리고 있어요.”

Q.  난청인 수에 비해 보청기 보급률이 저조한 편인데, 보청기 착용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신다면.

“귀가 나빠지면 몸도 둔해지거든요. 소리로 자극을 주는 것을 포기하면 몸과 뇌의 퇴화가 더욱 빨리 진행됩니다. 이를 방어해주는 예방접종 역할을 하는 것이 보청기예요. 단순 소리만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힘든 난청인분들에게는 신체적 불편감은 물론 심리적인 우울감도 함께 찾아옵니다. 사람은 소통해야만 살아갈 수 있어요. 소리가 안 들리면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노인분들이 자꾸 우울증 걸리는 이유가, ‘못 들으면서 자꾸 들으려 한다’고 구박받고, 점점 더 의기소침해지게 됩니다. 타인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저게 나를 또 무시하네’라는 마음이 들면서 점차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세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우울증이 찾아오게 되고요. 또한, 아직도 ‘체면을 차리는 문화’가 굉장히 많이 남아 있어서인지 보청기를 착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눅이 들어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잘 들리지 않는데 그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의사소통 과정에서 잘못 알아듣고, 거기서 오해와 갈등 생기기도 합니다.”

Q. 보청기 착용 시기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과 ‘못 알아듣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노화해 청신경이 죽는 것인데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되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뇌 기능이 퇴화한다는 것이죠. 보청기 착용이 중요한 이유는 소리를 듣는 귀뿐만 아니라 뇌의 기능까지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를 해준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는 치매로도 바로 연결되는 부분이고요. 그러므로 귀가 나빠졌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느끼셨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이나 센터를 찾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난청 초기 단계에 관리를 받으시거나 보청기 착용을 시작하신 분들은 퇴화를 일찍 예방하는 것이죠. 이미 난청 장애등급 판정을 받으셨다면 청신경의 60% 정도가 죽은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보통 어르신들께서는 ‘한쪽 귀는 잘 들리니, 잘 들리지 않는 귀에 보청기를 착용하겠다’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요, 저희는 청력이 더 좋은 귀에 보청기를 착용하셔야 한다고 조언을 드립니다. 이미 청신경이 많이 죽은 귀에는 보청기를 착용해도 효과가 떨어저요. 또한 방향에 따라 좌뇌와 우뇌의 변별력도 구분되기 때문에, 청력이 더 나쁜 귀에 보청기를 착용하시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일반적인 분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잘 모르시기 때문에, 저희가 노인정, 사회복지관 등을 자주 방문해 지속적으로 설명해 드리고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청기는 국가지원사업이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도 활발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Q. 센터를 운영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지역 곳곳에 난청인 분들을 찾아뵙는 것이 저희 일입니다. 보통 연로하신 분들께서는 거동도 불편하신 경우가 많아요. 시골은 그만큼 교통편도 여의치 않고요. 저희는 미리 요청해주신 고객분의 집에 직접 방문하는 무료 홈케어서비스를 통해 청력검사부터 출장서비스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지역에서의 다양한 사회봉사, 적십자 활동, 노인봉사 등 활발히 활동하며 경산 지역민들 속에 녹아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보청기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한 마디로 살맛이 난달까요(웃음). 어르신들이 항상 저를 아들처럼 진심으로 대해주시고, 아무것도 아닌 저에게 ‘원장님, 선생님’ 해주시며 자신의 귀를 전부 맡기시며 믿음을 보여주실 때, 소리가 들린다고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모습을 바라볼 때 참 감사한 마음이 들고 보람찹니다. 저를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본인의 깊은 이야기들을 해주시고 눈물도 보이시는 모습에 감동하기도 하고요. 이곳이 난청을 겪는 분들의 쉼터이자 지역민들의 사랑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명절이나 김장철에도 연락을 주시기도 해서 참 감사하죠. 이 일을 하며 얻는 보람이 대단하고, 중요한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Q. 센터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과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충분한 상담을 통한 신뢰감 형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청기는 안경처럼 착용한 직후부터 바로 잘 들리는 것이 아니에요. 재활훈련처럼 보청기에 적응하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소리를 자신에게 맞춰 조절하는 기간을 거쳐야 하죠. 저를 믿고 따라오셔야 좋은 보청기 선택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말씀드려요. 제 닉네임이 ‘소리전도사’인데요, 그만큼 많은 분들에게 맑은 소리를 되찾아주고 싶은 열망이 큽니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피팅 과정을 통해 앞으로도 최상의 소리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현재 저와 뜻을 함께 하는 오랜 친구들과 시그니아독일보청기 경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친구들과도 서로 신뢰하며 더불어 성장해나가고 싶어요. 제가 보청기를 시작하게 된 것도 좋은 인연과 소중한 분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성장해 큰 나무가 되어서 누군가의 꿈이 되고 그늘이 되어주고 싶어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에 굉장히 공감하고 믿는 편이에요. 경산센터를 시작으로 소중한 가치를 전하는 센터를 점차 늘려갈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서 난청을 겪는 분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웃음).”  [1078]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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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앉은 이가 가장 먼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소리전도사가 다루는 따스한 소통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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